'팩트'는 '사람'으로부터 나온다

인터뷰 I

by Spero

인터뷰란 무엇인가?

뉴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팩트다.

팩트는 사람으로부터 나온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폭로하며 현직 대통령 닉슨을 사임시킨 워싱턴 포스트의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 기자에게도 결정적 공익 제보자(Deep throat)가 있었다. 그것도 단순한 개인이 아닌 미연방수사국 FBI의 마크 펠트 부국장이었다. 어느 분야에서건 사람은 처음이자 끝이다. 물론 사람 아닌 상황 자체로부터 나오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뉴스는 대개 사람으로부터 나온다. 그래서 인터뷰가 중요하다.

인터뷰는 단어 그대로 INTER+VIEW, 속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상대의 말을 듣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읽는 것이다. 수박 겉핥기 식 인터뷰는 인터뷰가 아니다. 그저 부담 없이 서로 앉아서 노변정담 하듯 하는 쉬운 말장난은 인터뷰가 아니다. 더군다나 취재를 위한 인터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인터뷰는 드러난, 혹은 감춰진 팩트를 사람을 통해 확인 과정을 거치면서 스토리를 만들어 가는 작업이다. 칼 번스타인 기자의 표현을 빌자면 저널리즘은 공익을 위해 '얻을 수 있는 최선의 진실'(The best obtainable version of the truth)을 찾아가는 작업인데, 그 핵심이 바로 인터뷰다. (https://www.youtube.com/watch?v=16WiuU1Lbdw&t=10s)


인터뷰를 어떻게 할 것인가


① 사전조사

인터뷰이가 정해졌다면 그에 대한 사전 조사에 들어간다. 인물정보 검색은 기본이다. 정보 검색이 끝났다면 그와 관련한 기사를 검색한다. 유명인이라면 수많은 인터뷰 기사가 있을 것이다. 가장 최근 인터뷰에서부터 오래전 인터뷰까지 샅샅이 파헤친다. 그런 다음 그에 관한 내용을 하나하나 정리한다. 출생에서부터 현재까지 업데이트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정리한다. 지난여름뿐만이 아니라 지난겨울에 한 말까지 모조리 스크린 하는 작업, 그것이 바로 사전조사다.


② 접촉

인터뷰 때와 장소를 정한다. 최대한 인터뷰이의 입장을 존중한다. 인터뷰이가 유명인이라면 되도록 오픈된 공간을 지양한다. 인터뷰에 편안한 환경 조성을 위해 최대한 인터뷰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일을 추진한다. '인터뷰의 여왕'이란 별명을 가진 바버라 월터스(1925~)는 인터뷰이에 대한 치밀한 사전조사를 끝내고 난 뒤 상대의 심중에 간직하고 있는 스토리를 끌어내기 위해 때로는 실내에서 때로는 실외에서 인터뷰를 진행한 것으로 유명하다.


③ 질문 작성

질문 작성은 인터뷰 전에 끝내고 질문지를 인터뷰이에게 미리 보낸다. 질문지를 본 인터뷰이 여청에 따라 가감 작업을 마무리한다. 인터뷰이가 돌발질문 등에 대한 우려를 표명할 경우 인터뷰이 입장을 충분히 배려할 것임을 약속한다. 돌발질문은 인터뷰 진행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으나 상대에 대한 배려 없이 일방적인 추가 질문을 던질 경우 인터뷰의 후속 진행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저널리스트로서 일본과 미국 언론사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는데 한결같이 사전 질문서를 보내주었다. 우리의 경우 아직 이 같은 배려가 부족하다.


④ 준비물 챙기기

ENG 카메라로 하는 방송 인터뷰일지라도 펜, 수첩은 반드시 챙긴다. 인터뷰이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메모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좋은 방법이다. 소형 녹음기를 별도로 챙기는 것도 좋다. 요즘에는 주로 스마트 폰을 이용하는데 인터뷰 오디오를 그대로 자막 생성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인터뷰 사후 기사 작성 때 유용하다.


⑤ 시간 지키기

인터뷰이를 기다리게 하는 것은 결례다. 인터뷰 시작 전부터 불편한 상황을 만들면 좋은 인터뷰가 나올 수 없다. 약속 시간을 엄수하고 특히 제3의 장소일 경우 인터뷰이보다 반드시 미리 도착한다.


⑥ 경청

질문에 답하는 인터뷰이의 말을 경청한다. 중간중간 노트를 하고, 추임새를 넣는다. 무표정한 얼굴로 듣기보다 놀란 표정, 심각한 반응, "오호~" 하는 감탄사, "맞아요~" 하는 공감 표현은 상대가 내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있음을 확인하는 것이다. 인터뷰는 남의 말을 듣는 것이다. 흘려듣는 것이 아니라 귀를 쫑긋 세우고 경청하는 것이다. 경청은 부동자세인 인터뷰이를 춤추는 고래로 만든다.


⑦ 침묵 견디기

때때로 침묵은 금이다. 인터뷰이가 침묵할 때는 기다려 주어야 한다. 절대 서둘러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지 말라. 침묵 자체가 중요한 언어다. 침묵을 견디지 못하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간다면 그 답 역시 침묵보다 못한 경우가 많다. 달변보다는 눌변의 인터뷰이를 상대할 때, 침묵의 시간을 인내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침묵 뒤 놀라운 답변이 나올 때가 있다.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아내 윤정희는 어떤 존재인가?"라는 돌발 질문에 한동안 머뭇거린 뒤 이렇게 짧게 말했다. "My better half." '나 보다 더 나은 반쪽'만큼 더 좋은 것이 이 세상 어디 있겠는가. (맨 아래 인터뷰 링크 참고)


⑧ 답변 리뷰

인터뷰 기사 작성을 위한 리뷰를 통해 인터뷰이의 답변을 재차 확인한다. 앞뒤 문맥상 상충되는 답변이 있을 경우, 이를 인터뷰이에게 확인한다. 인터뷰이가 자신이 했던 말을 번복하거나 빼 줄 것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인터뷰이의 입장을 최대한 존중한다. 공익과 연결되는 사안일 경우, 당사자에게 방송에 낼 수밖에 없음을 사전에 알린다.

⑨ 검토

인터뷰 기사 작성을 끝낸 뒤 최종 검토한다. 질문과 답변의 순서가 정연한가, 중복된 내용이 있는가, 사후 문제가 될 내용은 없는가 등을 검토한다. 인터뷰어는 정직해야 한다. 인터뷰이가 악마의 편집을 당했다고 느끼는 순간 다음 인터뷰는 물 건너간 것이다.


["연주가 끝나자 여행이 시작됐다"…`건반 위의 구도자` 백건우]

https://blog.naver.com/anotherbrick/1200479300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