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가 기본인 ‘뉴스’ 시장에서 ‘팩트체크’를 해야만 하는 ‘가짜뉴스’ 상품이 활개를 치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가짜뉴스(Fake news)’의 기원과 종류, 그리고 대표적인 팩트 체킹 단체들에 대해 알아보자.
옐로 저널리즘
가짜뉴스를 언급할 때마다 회자되는 ‘황색 저널리즘(yellow journalism)’의 기원에 대해 알아보자.
‘옐로 저널리즘’은 ‘현대 저널리즘의 창시자’ ‘신문왕’으로 일컬어지는 조지프 퓰리처(1847~1911)와 연관되어 있다. 퓰리처가 경영하는 <뉴욕월드>와 또 다른 신문재벌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1863~1951)의 <뉴욕저널>과의 과도한 경쟁 속에서 옐로 저널리즘이 탄생하게 된다.
흔히 미국 언론사에서 1830년대에서 1850년대 초까지를 '페니 신문(penny press) 시대' 1860년 대 후반부터 1900년까지를 '뉴 저널리즘(new journalism) 시대'라고 부른다. ’황색 저널리즘‘은 바로 뉴 저널리즘 시기 안에 있는 1896년부터 1901년까지 전성기를 구가한다.
허스트는 퓰리처가 발행하는 <뉴욕 월드>의 일요판인 <선데이 월드>에 대항해 <선데이 저널>을 창간한다. <선데이 월드>에는 ’노란 꼬마(Yellow Kid)‘란 만평이 인기리에 게재되고 있었는데, 바로 이 만화작가 리처드 펠튼 아웃콜트를 허스트가 <선데이 저널>로 스카웃 해 가면서 두 신문 간의 양보할 수 없는 경쟁이 불붙기 시작했다. 팩트를 넘어선 과도한 풍자와 패러디는 ’사실‘과 ’진실‘의 간격을 갈수록 넓혀 놓았고 저널리즘의 영역에서 ’옐로우 저널리즘‘이란 비판에 직면하게 되었다. 심지어 허스트는 이렇게 말하기까지 했다. “그림만 그려 보내라구, 그러면 전쟁은 내가 만들어 낼 게 (You’ll furnish the pictures and I’ll furnish the war).” 개가 꼬리를 흔드는 것이 아니라 꼬리가 개를 흔드는 'Wag the dog'은 오늘날의 영화 제목이 아니라 이미 현대 저널리즘의 태동기 때부터 있었다. 본말이 전도되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가짜뉴스는 뉴 미디어의 시대 SNS 플랫폼을 타고 걷잡을 수 없게 번져가고 있다.
가짜뉴스 종류
가짜뉴스의 뿌리는 옐로 저널리즘에 기반하고 있다.
’사실‘이 기본이 되어야 할 ’뉴스‘에 ’거짓‘을 보태 ’진실‘을 호도하는 것이 가짜뉴스의 본질이다. ’가짜뉴스‘는 크게 ’오보(misinformation)’와 ‘거짓 정보(disinformation)’로 나뉜다. 가짜뉴스 판별에 적극 나서고 있는 비영리 팩트체크 단체인 First Draft(2022년 6월 IFL Information Futures Lab으로 개편)는 가짜뉴스의 유형을 7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있다.
① 잘못된 연결 False Connection
제목과 화면과 자막이 본문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여교사 10명 중 7명 “성폭력 경험”’이란 제목 하의 신문 기사를 보자. (2016년 6월 16~17일 대다수 언론이 이 같은 헤드라인으로 보도했다)
본문 내용은 “여성 교사 10명 중 7명이 교직 생활 중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이다.
제목에서 ‘성폭력’이란 표현은 ‘성폭행’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기사 본문의 내용을 확인하면 '성폭행'이 아닌 ‘성희롱’이 주된 내용이다. 헤드라인을 자극적으로 뽑아 독자를 유인하려는 의도가 강하다.
② 잘못된 문맥 False Context
실제 내용이 잘못된 맥락과 공유된 경우를 말한다.
진짜 내용이 가짜 문맥의 정보들과 함께 공유되는 사례들이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건 발생 당시 상당수 언론들은 구조 작업 현장 보도를 하면서
‘육, 해, 공군 총동원 입체 수색’이란 헤드라인을 달고 구조작업 보도를 했다.
세월호 진상조사 규명위원회의 조사 결과 입체적인 수색 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현장 구조작업은 팩트였다 하더라도 형식에 그친 입체적 구조작업을 마치 일사불란한 구조작업이 펼쳐진 것처럼 보도해 실체적 진실 보도가 아닌, 보여주기 식 보도의 전형을 보여준 가짜뉴스였다.
③ 조작된 콘텐츠 Manupulated Content
본래의 정보나 영상을 조작해 뉴스 소비자를 속이는 가짜뉴스를 말한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북한군의 개입설을 입증하겠다고 보도한 ‘광수’ 관련 보도가 한 예다. 관련 보도 내용은 복수의 ‘광수’가 시민군 사이에 있었다는 폭로였으나 진상규명위원회 조사 결과 모두 가짜뉴스로 판명 났다. 진상위에 따르면, 보수 논객 지만원 씨가 ‘광수 1호’로 지목한 ‘김 군’은 북한군이 아닌 실존인물인 ‘차복환’씨로 확인됐다. 확증편향을 부추기는 전형적인 가짜뉴스다.
④ 풍자와 패러디 Satire or Parody
해를 끼칠 의도는 없지만 오해를 일으킬 잠재력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1938년 오손 웰스가 제작 감독한 cbs 라디오 단막극 '화성인의 침공'이 대표적인 사례다. 방송을 듣고 진짜 화성인이 침공한 줄 알고 놀란 당시미국의 혼란상황은두고두고 회자되었다. 2022년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 이재명 후보의 sns를 인용하면서 ‘이재명 인천 계양공원에서 숨 쉰 채 발견’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일파만파로 번진 사례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특정 개인에게 해를 끼칠 의도가 없다 하더라도, 제목만 보고 판단할 경우, 충분한 오해의 여지가 있을 수 있는 가짜뉴스다.
⑤ 호도하는 콘텐츠 Misleading Content
특정 이슈나 특정인을 프레이밍 하기 위해 정보를 오해의 소지가 있도록 만드는 경우를 말한다.
반유대주의 언론이 대세였던 19세기 말 프랑스 사회에서 벌어진 드레퓌스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른바 ‘프랑스판 간첩 조작극’이었던 드레퓌스 사건은, 보수주의적 색채가 짙은 가톨릭계열 신문인 <라 리브르 파롤>이 특종보도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시 유럽 사회는 반유대주의 정서가 강한 로마 가톨릭 교회 전통이 지배하는 분위기였다. <라 리브르 파롤>, <라 크루우아>, <랭트랑지장> 같은 신문들이 가톨릭 계열의 대표적 신문들이었다. 그 가운데 하나인 <라 리브르 파롤, La libre parole>은 1894년 11월 19일 “대역죄, 유대인 장교 체포”라는 헤드라인으로 드레퓌스 사건을 최초로 세상에 알린다. 최초 보도된 드레퓌스 사건은 사실확인이 되지 않은 반유대주의 정서에 기반한 이른바 확증편향에 치우친 전형적인 가짜뉴스였다. 반역죄의 근거로 제시된 증거물의 필체가 드레퓌스와 흡사하다는 이유만으로 한 사람을 나락으로 떨어트린 가짜뉴스였던 것이다. '강기훈 씨 유서 대필 사건'의 보도과정에서 보여준 우리 언론의 태도와 유사하다.
⑥ 사기성 콘텐츠 Imposter Content
사실을 속이는 경우를 말한다.
사기성 의료상품 판매를 위한 거짓정보 만들기 등이 이에 속한다.
일주일만에 기미 여드름 완전제거, 한달만에 10kg감량 등과 같은 뉴스들이 대표적 사례들이다.
⑦ 날조된 콘텐츠 Fabricated Content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꾸미는 뉴스, 사실을 날조한 가짜뉴스를 말한다.
2016년 12월 미국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의 아동 성매매 현장 관련보도가 대표적이다.
‘피자 게이트’로 일컬어지는 이 가짜뉴스는 파워 유튜버 David Seaman의 유튜브 채널을 타고 급속도로 확산되었다. 주요 내용은 힐러리가 워싱턴 근교의 코메트 핑퐁 건물 지하에서 아동 성매매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는 첩보 관련 보도였는데, 확인 결과, 힐러리는 전혀 무관했으며 해당 건물에는 지하도 없었다. 그러나 가짜뉴스 확산 과정에서 에드가 웰치라는 청년이 아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해당 건물에 총기를 난사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다행히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가짜뉴스 여파로 인한 충격적인 사건으로 기록되었다.
대표적 팩트 체크 단체들
①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 IFCN(International Fact-Checking Network)
가짜뉴스로 인한 폐해를 막기 위한 노력은 다방면에서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팩트체크 단체라고 할 수 있는 국제펙트체킹네트워크 IFCN(International Fact-Checking Network)의 강령을 보면 가짜뉴스를 판별하는 기준을 추론할 수 있다.
5가지 강령이란 불편 부당함과 공정함, 취재원의 투명성, 자금 조달과 조직의 투명성, 방법론 공개, 기사 수정에 대한 열린 자세 등이다.
불편부당함과 공정함의 가치는 대표적 공영방송 BBC의 가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
취재원의 투명성은 공신력을 담보하는 장치로서 필수 불가결한 사안이다.
자금 조달과 조직의 투명성은 자본권력으로부터의 독립, 방법론 공개는 취재, 조사 ,편집 과정의 투명성, 수정에 대한 열린 자세는 오보에 대한 정정보도의 중요성과 연결돼 있다.
② FactCheck.org
IFCN 이외에도 미국의 대표적인 팩트체크기구로는 FactCheck.org가 있다. 펜실베니아 대학아넨버그 공공정책센터(The Annenberg Public Policy Center)에서 운영한다. 저널리즘의 모범적 사례 적용을 통해 대중의 지식과 이해를 돕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여기서 모범적 사례란 가짜뉴스가 아닌 팩트에 기반한 진실을 추구하는 뉴스를 의미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③ 국제도서관연맹 IFLA(International Federation of Library Associations and Institutions)
국제도서관연맹(International Federation of Library Associations and Institutions: IFLA)은 정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이익을 대표하기 위해 1927년에 설립한 국제단체이다. 도서관을 통한 정보 제공이라는 전통적 가치를 견지해온 IFLA는 최근 들어 가짜뉴스 판별법 안내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로 인한 가짜뉴스 혼란을 줄이기 위한 적극적인 활동으로 주목받았다.
④ Full Fact
영국의 팩트체크 공익단체이다.
2009년 마이클 사무엘에 의해 설립되었고, BBC, ITV, Sky News 등과 파트너십을 구성하고 있다. ‘결정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가장 올바른 정보를 제공한다’ 라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FF의 프론트 페이지에는 다음과 같은 슬로건이 걸려 있다.
Full Fact fights bad information
Bad information ruins lives. It promotes hate, damages people’s health, and hurts democracy. You deserve better.
FF는 다음과 같은 8단계 절차를 통해 가짜뉴스 진위를 판별한다.
1. 내용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이해
2. 출처가 불분명할 경우 당사자에게 확인
3. 증거 수집
4. 전문가들에게 조언
5. 기사 작성
6. 게재 전 검토
7. 기사 게재 (레거시 미디어, sns)
8. 가짜뉴스 발언자에 대한 정정 요구 및 캠페인 활동
FF는 정치인들의 발언이 팩트에 기반하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를 검증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가짜뉴스 판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세계 팩트체크 기관들의 최대행사인 ‘글로벌 팩트체킹 서밋’ 9주년 행사는 2022년 6월 22일~25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렸다. 2023년에 열리는 글로벌 팩트 서밋 10주년 행사 개최지는 서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