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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행형 Oct 20. 2023

나만 점점 뒤처진다고 느낄 때 방향 잡기

[5-3] 크레셴도



  하나의 점에서 두 개의 직선이 출발한다. 한 개의 선은 조금씩 상승하며, 또 다른 선은 조금씩 하강하며 계속 나아간다. 그 사이는 점점 벌어지고 영영 만나지 않는다. 더 멀어지기만 할 뿐이다.      


  팬데믹으로 해외에서 지내던 고등학교 친구들이 한국으로 많이 돌아왔다. 한 친구는 한국행 비행기 티켓을 구할 수 있는지 여부도 확실하지 않을 때라, 해외 거주지에 있던 짐들도 대부분 버리고 도망하듯 한국에 겨우 들어왔다고 했다. 그렇게 고등학교 친구들과 연락만 하다, 오랜만에 만났다. 오래간만에 만난 어색함은 잠시였고, 몇 시간이고 대화를 나눴다. 마냥 그 시간이 즐겁고 행복했다. 술을 한 잔 곁들였다. 20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확고하지 않았던 서로의 주종이, 나름 더 명확해져 있었다. 자리 잡은 각자의 취미도 있었고, 관심사도 있었다. 이런 것들이 지난 세월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20대에 여러 역경을 딛고 열심히 달려, 30대를 지나왔을 시간들을 떠올리니, 마음속으로 ‘고생했다’, ‘자랑스럽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러다 그 자리에는 없는 다른 친구들의 소식 이야기도 나누었다. 네덜란드에 터를 잡고 살고 있는 친구, 변호사가 된 친구, 유명 기업의 컨설턴트가 된 친구, 박사 과정 졸업을 앞두고 교수를 꿈꾸는 친구, 30대 초반이면 새로운 도전을 하기에 충분한 나이라고 생각하고 새로운 공부를 하러 다시 해외로 훌쩍 떠난 친구. ‘다들 잘 지내고 있어 너무 다행이고 잘됐다’라는 말이 가장 먼저 나왔다.      


  만남 이후, ‘비교의 씨앗’이 나도 모르게 내 안에 심겼는지 싹을 틔우고 자라고 있었다. ‘고등학교 졸업이라는 똑같은 출발점에서 시작했는데, 나만 크레셴도 마냥 왜 이렇게 멀어진 것 같지?’라는 생각이 자라났다. 20대 10년 동안 나도 성실히, 열심히, 그리고 내 일을 좋아하며 달려온 것과 별개로, 사회적인 직업의 위치나 수입이 신경 쓰였다. 그 순간, 나를 가장 깎아내리는 사람은 나 자신이 되었다. 비교의 늪에 빠지면, 축 쳐지기도 하지만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멈춰 선다는 것이 문제였다. 

  ‘비교하는 마음은 원동력으로 삼으면 되지’라고 정리해봐도, 비교의 싹을 완전히 뽑아내지 못했다. 그럴 때 남편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도 그런 적 있어. 나는 안 그래 보여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랬어. 나만의 일을 가지고 나서부터 비교하는 마음이 없어졌어. 내 사업을 시작하고, 수입이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었지만, 그것과 별개로 나만의 일을 하고 나니 비교를 안 하기 시작했어.”

  결국 나만의 방향을 찾아, 나만의 일을 하며 뚜벅뚜벅 걸어가면 된다. 남들이 정한 성공 트렌드에 올라타려다 보면, 이도 저도 아니게 된다. 오늘 나에게 있었던 좋은 일이나 행복한 일마저 놓쳐 보내지 말고, 나만의 오늘을 살아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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