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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행형 Oct 20. 2023

힘을 빼고 파도에 몸을 싣기

[5-4] 물결선



  연말, 회사에서 2박 3일 직원 워크숍을 운영했다. 첫째 날엔 올해 사업 평가와 내년 사업 계획을 다뤘고, 둘째 날에는 조직과 체계 관련하여 논의했다. 마지막 날은 직원 간 유대관계를 높이는 워크숍을 진행했는데, 3일째라 대체로 편하게 대화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각자 내년의 목표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내년부터 일부 사업을 총괄하게 되었는데, 동료들과 협업해서 잘 꾸려나갈 수 있도록 공부하고 성장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직원이라는 정체성에 맞는 목표를 공유했다. 

  “결혼하고 시가라는 새로운 가족이 생겼는데, 일부로 거리를 두고 싶은 건 아니라서 차차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의 해를 만들고 싶어요.”

  얼마 전 결혼하고 새댁이 된 한 직원은 가족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현장에서 일하면서 전문성을 기르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대학원에 제 의지로 진학했는데, 지금 논문을 앞두고 힘들다는 얘기를 많이 하고 있거든요. 논문 통과하고 싶습니다.”

  회사에서는 직원들이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하는 것에 지지를 하는 편이었고, 회사 업무를 병행하며 공부하는 직원이 꽤 있었다.     

 

  또 다른 한 명은 ‘퇴근하고 글을 조금씩 쓰고 있는데, 글을 엮어 책을 완성하고 출판하고 싶다’고 했다. 평소 말이 많지는 않지만 할 말은 딱 하고, 일은 묵묵히 해내는 직원의 말이라 우리는 다소 놀랐다. 그리고 응원했다. 회사 내에서 꽤 개인적인 목표를 공유한 것에, 우리에게는 진심을 공유해도 될 만큼 마음의 장벽이 많이 낮아졌다고 느꼈다.      


  “저는 서핑을 해보고 싶어요.”

  전혀 예상치 못한 목표가 등장했다. 

  “서핑은 한 번도 해본 적 없는데 도전해보고 싶어요. 출렁대는 파도에 몸을 맡기고 타야 하잖아요. 몸에 있는 힘을 빼고 그저 파도를 느껴보고 싶어요. 그리고 내년에는 파도에 몸을 맡기듯 살아보고 싶어요.”

  그녀의 말에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      


  하도 힘을 주고 살다 보니, 힘을 빼는 법을 잊었다. 열심히 사는 것, 경쟁에서 이기는 것, 빠르게 목표를 이루는 것, 트렌드에서 뒤처지지 않게 노력하는 것 등이 오히려 익숙한 지경이다. 그런데 실은, 힘을 주기만 하면 경직되고 만다. 바다에서 가라앉고 말 것이다. 인생을 바다에 빗대어 말하곤 한다. 넘실댔다가 잔잔하게 반짝이는 파도와 물결, 들이쳤다가 뒷걸음질 치는 밀물과 썰물, 그 위에 몸을 맡기고 흘러가보는 것을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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