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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행형 Jan 26. 2024

무디 한 달 리포트

유기견 입양 일기 7

유기견 입양 일기


  한 달이 되었을 때, 무디에게 아주 작은 변화가 생겼다. 무디가 변화하고 있는지 알 수 있게 매일 메모장에 무디 일기를 쓰곤 했는데, 그 내용들을 정리해봤다.      



<그 동안 시도한 것들>

1. 먼저 과하게 다가가지 않고, 무디가 집을 편한 공간이라고 느낄 수 있게끔 집을 돌아다녀도 반응하지 않고 그냥 둠

2. 간식을 켄넬 밖에 놔주어, 스스로 켄넬 밖에 나올 수 있도록 하고, 간식 놓는 위치를 켄넬에서 점점 멀리하여 활동 반경을 스스로 넓힐 수 있도록 함

3. 사람이 자고 있는 밤에만 켄넬 밖으로 나와 노는 것을 마음껏 하고 에너지를 분출할 수 있도록 함

4. 이불을 바닥에 깔고 무디 근처에서 잠을 청함

5. 숨숨집(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사방이 막힌 공간)을 만들어 주었는데, 방구석 어두운 곳에 켄넬을 두고 편히 쉬고 잠을 잘 수 있도록 함

6. 먼저 다가와 사람 냄새를 맡을 때는 가만히 있고, 몸 곳곳 냄새를 맡을 수 있도록 해줌

7. 간식을 일부러 사람 무릎 위에 올려둔다던지 해서 무디가 직접 사람 몸과 접촉할 수 있도록 함

8. 안정감을 느끼도록 매일 동일한 루틴으로 생활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창문 열고, 이불 정리하고, 청소기 돌리며, 커피 내리고 밥 먹고 TV로 음악 틀기를 매일 반복함

9. 무디가 싫다고 표현하는 상황에서는 행동을 멈춤. 켄넬 안에 손을 집어넣는다던지, 무디를 만지려고 하는 등의 행동을 하지 않고, 이 에도 무디가 카밍 시그널을 보이거나 고개를 돌리는 등의 싫다는 표현을 하면 하지 않음

10. 무디는 간식을 던져주는 동작을 매우 무서워했고, 아주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했기 때문에 둔감화 하기 위해 오히려 그런 동작을 반복했고, 그 동작은 간식을 주려는 것이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하며 크고 작은 소리를 반복해서 들려줌     



<변화한 내용>

1. 사람 발가락만 꿈틀대도 무서워 도망감

→ 사람이 움직여도 쳐다보지도 않고 노는 것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아짐  

   

2. 무디가 화들짝 놀라 켄넬로 뛰어 도망가는 소리는, 사람 재채기 소리, 공기청정기 바람 소리, 냉장고 문 닫는 소리, 간식 주려고 봉지 부스럭 거리는 소리, 화장실 변기 물 내리는 소리 등 다수

→ 소리에 조금씩 둔해지기 시작함     


3. 켄넬에서 하루 두 번 정도 밥 먹을 때와 배변 볼 때만 나와 돌아다녔음

→ 저녁 요리를 하고 있으면 냄새를 맡았는지 부엌으로 와서 돌아다니다가 들어가거나 나오는 횟수가 늘어남

 

4. 켄넬 앞에 간식을 놔주면 잠시 쳐다보다가 이내 고개를 돌려버리고 1시간은 지나야 바깥으로 조심스럽게 나와 간식을 먹음

→ 간식을 놔주면 1분 이내로 바로 나와 가져가서 먹음     


5. 사람 잘 때만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신나게 뛰어 다니나, 여전히 사람이 침대 위에서 뒤척이는 소리를 내면 그때마다 와서 확인하고 사람이 자는 듯하면 다시 놀거나, 위험하다 느끼면 켄넬로 들어가 노는 것을 멈춤

→ 아무리 뒤척여도 노는 것을 멈추지 않음     



  무디가 하루 아침에 사람에게 먼저 다가와 놀자며 변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무디는 무디만의 속도로 조금씩 자신감을 키우고, 편하게 다리 뻗고 자고, 크고 작은 소리에도 둔감해져 가고 있었다. 앞으로도 계속 조금씩 용기 내고 변해가며 산책하고 사람하고 노는 방법도 알아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무디가 서랍장 밑에서 지낼 때, 몸의 방향이 조금씩 앞으로 나온 것은 무디에겐 큰 변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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