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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행형 Jan 26. 2024

동물 병원 방문 1회 차부터 5회 차까지

유기견 입양 일기 6

유기견 입양 일기유기견 입양 일기


  필수 예방접종을 위해 2주 간격으로 병원에 가야 한다. 우리 집에 온 지 2주 되었을 때 병원에 갔다. 무디는 켄넬에서 밖으로 나오지 않기 때문에 그대로 켄넬 문만 닫고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 방문은 염려를 안 할 수 없는 곳이다. 사람과 교감이 잘 되어 있고 성격이 밝은 강아지도 병원에 가면 주눅이 들거나 꼬리가 축 쳐지기 마련이다. 병원에 다녀간 강아지들이 무서워하거나 긴장해 있는 상태에서 내뿜은 호르몬들이 여기저기 남아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병원에 처음 가는 날, 켄넬 안에 무디의 애착인형과 간식을 넣고 문을 닫았다. 그리고 10분 정도 지났을 때, 켄넬을 들어 올리는 데 냄새가 났다. 무디가 똥을 싼 것이다. ‘무디 많이 무서웠구나.’ 똥을 치워준 후 차에 태웠고, 차 안에서는 가만히 엎드려 잘 이동했다.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기 위해 켄넬 문을 열어야만 했다. 켄넬 문을 연 순간 무디와 눈이 마주쳤다. ‘나 구석에 숨고 싶어.’ 무디의 눈빛을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캔넬을 열자 무디는 진료 테이블 위에서 곧이라도 뛰어내릴 것 같았고, 의사가 안아 올리자 무디는 똥을 지렸다. ‘역시나 사람이 무엇을 할지 모르니 무서울 수밖에.’

  무디는 사람에게 잡히는 순간에도 입질을 하는 척만 할 뿐 이빨을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 그저 도망가고 싶은 겁 많은 아이였다. 의사는 무디를 켄넬에 다시 넣어주고, 진료를 다음번에 보자고 했다. 이미 예방접종 1차를 시작했기에 늦어도 3주 이내에는 2차를 맞아야 했기에, 일주일 후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 ‘도망자 무디.’      


  두 번째로 방문한 병원, 무디는 차를 정말 잘 탄다. 차만 타면 끙끙 거리는 개도 있고, 멀미가 나 구토를 하는 개도 있다고 하는데, 무디는 가만히 엎드려 있다. 이것만으로도 얼마나 기특한지. 나와 무디가 일주일 사이에 부쩍 친해졌더라면, 내가 무디를 안고 주사를 맞을 수 있었을 텐데 나와 무디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데 실패했다. 결국 진료실 뒤편으로 가 의사와 직원 품에 안겼다기보다 잡혀서 주사를 맞고 발톱정리도 당했다. 

  “무디가 겁이 많을 뿐 공격성은 없어요. 걱정했는데, 한번 손에 안기고 나니 그때부터는 가만히 있어서 주사 맞고 청진기 대보고 심장 소리 들어봤는데 별 이상은 없어 보이고요, 발톱까지 간단히 정리했어요.”   

  

  세 번째 병원, 가급적이면 뒤편으로 보내는 것보다는 진료실 안에서 보호자 품에 안겨 주사를 맞는 것이 가장 좋았기에, 의사는 진료실 안에 있는 위험요소나 의자를 치우고 무디를 켄넬에서 꺼낸 후 안아보자고 했다. 무디를 켄넬에서 꺼내자 무디는 숨기 시작했는데, 수의사의 책상 밑에 들어가 가만히 앉았다. 들어 올리자 무디는 얌전히 있었고 의사가 다가오거나 주사를 맞을 때도 요지부동이었다. 무디가 나와 친해져서 내 품에 안겨 병원에 방문하기를 꿈꾸며 세 번째 병원 방문을 마쳤다.      


  네 번째 방문, 역시나 다른 강아지들은 모두 목줄을 하거나 가방 안에 들어가 보호자 품에 안겨 온다. 가만히 대기 의자에 앉아 기다린다. ‘무디도 언젠가 저렇게 병원에 방문할 수 있겠지...’ 무디는 지난번에 해본 방법으로 다시 시도했다. 남편과 나와, 의사는 손발이 이제 척척 맞는다. 의사는 진료실 뒤편에서 접종할 주사를 준비해 오고, 그 사이 우리는 의자를 바깥으로 치우고 진료실 안에서 켄넬을 열 준비를 한다. 남편이 수의사 책상 밑으로 가지 않게 길을 막아놓고 무디가 구석으로 향하면 내가 무디를 조심스레 쓰다듬다가 무릎 위에 앉힌 후 들어 올린다. ‘아이 예뻐, 아이 잘한다’ 칭찬이 마구 쏟아진 후, 무디는 주사를 맞는데 여전히 가만히 있는다. 켄넬을 다시 조립하고 켄넬 안에 들어가게 바닥에 놓아줬는데 무디는 켄넬에 들어가지 않았다. ‘지난번에는 헐레벌떡 도망가듯 뛰어 들어가던 무디가 어디 갔지?’ 무디는 오히려 여유 있는 발걸음으로 진료실 안을 탐색하고 있었다. 냄새를 맡으며 돌아다녔다. 조급하거나 긴장한 발걸음이 아니었다.  

      

  백신을 맞고 부작용이 날 수 있기 때문에 강아지 얼굴이 부어오르는지 특이 증상은 없는지 15분 정도 관찰하고 귀가한다. 집에 가는 길, 무디는 켄넬 최대한 끄트머리로 자리 잡고, 귀가 모두 뒤로 넘어가고, 혀로 코를 핥으며, 졸린 척 눈을 깜빡였고, 하품을 했다. 모든 카밍 시그널의 집합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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