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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란 게-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미묘한 부분인 거 같아요.
보통의 분야라면 '잘'하기 위해서 '배움'이 있어야 하고,
'배움'의 정도가 어느 정도 이상이 된다면 '업'이 되기도 하죠.
하지만 사진만큼은 누구나 다 쉽게 접할 수 있고, 잘할 수 있지만,
'업'이 되기는 쉽지 않은 분야라고 생각해요.
우선 접근성의 관점에서 보면
가장 흔히 나오는 말이죠
'요즘은 스마트폰이 너무 잘 나와서-'
그래요, 사실 핸드폰 카메라 하나만 있어도 광각부터 망원까지,
심지어 아웃포커싱도 적용해서 얼마든지 이쁜 사진을 찍을 수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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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Kyoto_by iphone 13_렌즈를 안 닦았더니 빛 번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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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인가요.
동영상 콘텐츠를 찍을 때도 굳이 다른 장비를 필요로 하지 않죠
일단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 하나만으로 충분히 시작할 수 있는 '조건'은 갖추어져 있게 돼요.
그럼 접근성은? 일단 합격.
자 그럼 두 번째,
'좋은 사진'이냐 아니냐는 주관적인 부분이 많이 개입되는 부분이기는 하지요.
앞서 몇 개의 글에서도 적었듯이, 저는 자연이 광활한 뷰 보다는 오목조목한 스트릿 샷을 좋아하기도 하고,
마치 사회적 약속처럼 어느 정도의 적당한 구도의 안정성만 갖추면
충분히 스스로도 만족할 만한 사진이 많이 나오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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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Jeju_물론 이런 우연도 갖추어지긴 해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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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업'이 되는 경우를 보면,
'나'를 위한 사진을 찍느냐와, '남'을 위한 사진을 찍느냐
이렇게 두 가지 경우 외에는 없어요.
우선 스냅샷 부업 등의 경우는 우선 빼고 말씀드릴게요.
첫 번째, 서비스업.
그쵸. 동네에 많이들 있죠? 사진관, 스튜디오
타인의 사진을 찍어주고 그 대가를 받는 경우죠.
증명사진, 웨딩사진, 가족사진, 바디프로필, 모델, 광고 등등
이건 '기술'의 영역이죠.
고객의 니즈(needs)가 우선이고, 그 니즈를 위한 환경을 조성해야 하고,
그 니즈에 맞는 보정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스킬'이 필요해요.
그리고 그 기술과 감각이 얼마나 원활하냐에 따라
'거기 사진 잘 찍더라'
'그때 거기서 찍었던 게 제일 마음에 들었어'가 되는 거거든요.
"증명사진 어디가 잘 찍니?"
이런 질문 한 번씩은 해 보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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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U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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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아트(Art)의 영역이랍니다.
근데 이게 참 미묘해요.
유명한 가수, 유명한 싱어송라이터, 유명한 스포츠선수, 유명한 배우, 유명한 미술작가, 소설가 등등
본인의 신체역량을 통해 표현한 본인의 작품 및 경기를 통해 유명한 아티스트들은 많이 보셨을 텐데
유명한 사진가, 혹시 들어보셨나요? 어디, 아시는 이름이라도 있으신지
만약에 '나는 이 사람의 사진이 좋더라'라는 게 있으신 분이라면
그분은 사진을 정말로 사랑하는 분들 중 한 분이실 거라 생각해요.
예체능 중에서 유독 사진만큼은 독보적으로 '이 사람이 최고'라 하는 경우가 많지가 않아요.
'유명한 사진'에 비해 '유명한 사진가'는 많지 않죠
심지어 그 유명한 사진들도 '작가미상'인 경우가 많죠?
그러다 보니 '사진'이 '아트'의 영역이 되기 위해서는
'누구도 쉽게 찍을 수 없는'이라는 전제가 붙어야 했던 것 같아요.
근데 그런 게 어디 많이 있나요, 사진은 누구나 다 잘 찍을 수 있는 걸.
결국 어떠한 '우연'을 '포착'했느냐가 관건이 되어버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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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키스_Alfred Eisenstaedt_사실 둘은 모르는 사이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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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어떠한 '스토리'가 들어있느냐도 하나의 요소가 되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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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née C Byer_From Pulitzer_2007_소아암에 걸린 아이와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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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내'가 원하는 사진을 '업'으로 삼는다는 것은 다른 예체능에 비해서도
훠어어얼씬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저 역시도 사진을 찍지만 이게 '업'은 아니거든요.
물론 앞으로 사진을 '업'으로 삼으시려는 분들은
아마 첫 번째 서비스의 영역이 대다수일 것이라 보아요.
그리고 그 오션이 레드냐 블루냐-는
본인의 역량(사진, 스킬, 마케팅, 커스텀서비스, 사업수완 등)에 달린 것이니까
이는 이대로 응원합니다. 차근히 한 발짝씩 가다 보면 얼마든지 잘하실 수 있으실 거예요.
이렇게 사진으로 먹고사는 게 힘들지언정
그럼에도 좋은 사진을 찍으려 이유는
아무래도 자기만족 이겠죠?
'그 기록의 생동감이 주는 기억'
'오 이걸 내가? 라고 느낄 수 있게 하는 만족감'
작은 성취감과 시간이 지난 후에도 느낄 수 있는 만족을
이렇게 쉽게 접할 수 있는 분야가 또 많지 않기도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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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Hangzh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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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지금도 이 사진을 보면
음악 리듬에 맞춰 은을 두들기던 모습이 영상처럼 떠오르거든요.
의미는 부여하기 나름이라고,
가끔씩 내 스마트폰에 있는 앨범 다시 한번 둘러보세요
분명 머릿속에 맴도는 기억이 있으실 거라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