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나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는 아이들과 지내는 하루

by 북남북녀


새벽 세 시 오십 분, 루시아 벌린의 에세이를 한참 읽고 있는데 둘째의 아니야, 아니야라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빠의 어르는 소리가 잠시 들리고 다시 아니야, 아니야 엄마, 엄마라는 소리가 들려 불이 꺼진 캄캄한 안방으로 들어간다. 더듬거리며 아이를 찾아 옆에 눕는다. 그러면 곧 둘째가 다시 쌔근쌔근 자는 소리가 들려온다.


네 식구가 커다란 안방 침대에서 같이 잔다. 자다가 옆에 엄마가 없는 것을 알게 되면 둘째는 옆에 아빠가 있어 어르고 그 옆에서는 누나가 자고 있어도 아니야, 아니야 하면서 계속 엄마를 찾는다. 옆에 누워서 엄마 여기 있어라는 뜻으로 등을 쓰다듬으면 둘째는 곧 다시 잠이 든다. 이런 순간이면 울컥한다. 아이들에게는 왜 엄마여야 하는 걸까. 그렇게 한 사람, 엄마에게 마음을 쏟는 걸까. 엄마가 뭐라고 무조건 마음을 듬뿍 줘버리는 걸까.


보통 9시 전에 누워 자는 편인데 그 시간이면 아이들은 퇴근한 아빠와 노는 시간이다. 아이들이 눕는 시간이 늦어져서 요즘은 밤 10시 정도다.

둘째는 엄마가 침대에 혼자 누워있으면 와서 엄마 일어나 일어나 하고 깨운다.

그때마다 일어나서 둘째와 나갔다가 잘 노는 틈에 다시 들어와 눕고를 몇 번 반복하기도 한다.

어느 날은‘엄마’ 하고 왔다가 내가 누워 있는 것을 보고 쓰윽 문을 닫고 다시 나간다. 엄마가 먼저 누워 자는 게 싫을 텐데 배려해 주는 행동에 또 울컥한다. 아직 세 살인데 벌써 자기의 마음을 조용히 내려놓을 줄 아는구나. 벌떡 일어나 잘했다고 뽀뽀세례를 하면서 칭찬해 주고 싶지만 그러면 모쪼록 해준 둘째의 배려가 쓸모없어지니 조용히 자기로 한다. 마음속으로만 감격하면서.


코로나 바이러스로 유치원을 그만둔 첫째와 둘째와 나는 미세먼지로 밖에도 못 나가는 날이면(요즘은 코로나 바이러스와 미세먼지로 나가지 않는 날이 많았다.)

집에서 하루 종일 논다.

일찍 일어나면 아침 일 곱 시부터 심심하다는 아이들과 아침밥을 먹자마자 쿠키 만들기에 개구리 알 먹기 보드게임에 뽀로로 피규어로 인형놀이까지 한다. 그리고 나면 점심시간이다. 뭐 먹을까 첫째에게 묻고 할 수 있는 한 가리는 게 많은 첫째의 의사에 따라서 간단히 점심 준비를 한다. 야채류는 거의 먹지 않는 첫째와 음식으로 갈등이 많았는데 의사 표현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첫째가 성장하기도 했고 잦은 갈등의 경험으로 우리는 서로에게 조금은 맞춰줄 수 있는 사이가 됐다.


점심 먹은 후 아이들이 그림 그리거나 장난감을 만지며 잘 놀고 있는 거 같으면 집 안의 사각지대, 아이들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간다. 아이들이 거실에서 놀고 있으면 안방 베란다가 되는데 바깥 경치도 볼 겸 잠도 깰 겸(아이들이랑 놀다 보면 졸립다. 너무 졸립다. 스르르 감기는 눈으로 인형 놀이를 하고 있으면 엄마 눈떠, 눈떠라는 소리가 들려온다.) 잠시 멍하게 앉아 있는다.


이 삼분쯤 지났을까. 잘 놀다가도 엄마가 보이지 않으면 엄마, 엄마라고 다급하게 엄마를 찾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느 날은 대답을 안 하고 가만히 있었더니 어린 둘째는 담담한데 일곱 살 첫째가 울먹이며 엄마를 소리쳐 부른다. 동생보다 네 살 더 많다고 네 살 더 먹은 만큼의 두려움이 생긴 걸까.

첫째가 더 큰 소리로 울기 전에 엄마 여기 있어. 베란다에 라고 말하며 아이들을 부른다. 그럼 어디, 어디라고 하면서 아이들이 베란다로 뛰듯이 찾아온다. 손에는 뽀로로 피규어를 쥐고서. 그럼 이제 다시 시작이다.


“안녕, 이름이 뭐야.” 피규어 인형 놀이가. 장소를 옮겨서 베란다로 캠핑을 온 것이다. “응, 나는 포비 라고해. 우리 수영할까?”

“응, 좋아, 좋아.” 패티와 크롱이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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