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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남북녀 Sep 25. 2024

복병이 나였네

카페인 없는 커피를 왜 먹지 했는데 디카페인 커피를 구입했다. 왜 갑자기 열이 나고 그래, 복병이네 했더니 명절을 앞두고 열이 나서 양쪽 집안을 오가지 못하고 누워만 있었다.   

   

속병의 후유증으로 커피는 마시지 않고( 도서관에 왔구나 음미하면서 독서대 위에 책을 펼쳐놓고 마시는 커피를 아주 아주 좋아하는데) 나른함을 물리치기 위해 졸음 방지껌 두 개를 입 안에 넣었다가 사레가 들렸다. 눈으로 책을 보며 입으로는 저작 운동을 하니 그 사이 어디쯤 엇갈림이 있었던 듯싶다. 최악은 그냥 껌이 아니라 졸음 방지껌이라는 건데 매운 화함이 목에 걸려 기침이 계속 나온다. 그런데 장소는 도서관! 신경질적인 한숨소리가 들려오는 듯싶다. 조용한 장소에 더 이상 분란을 만들 수 없어 허리를 숙이고 캑캑거리며 조심스럽게 일어서는데 의자가 뒤로 쾅! 고요함을 뚫는다. 의도치 않은 사고에 얼굴이 붉어지는데 졸음 방지껌의 매서움은 목에 걸려 넘어가질 않는다. 눈물, 콧물까지 줄줄 흐른다. 내가 다시는 도서관에 오나 봐라, 애꿎은 데 성을 내며 뛰쳐나간다. 물론 그 와중에 도덕성은 회복하여  모든 불편함을 감수하며(얼굴 위에서 줄줄 흐르는 것들을 무시하며) 의자는 제대로 세워놓고 나간다. 한참을 더 도서관 복도에 서서 기침을 해대다가 화장실로 들어가 얼굴에 묻은 것들을 수습하고(팽하고 코를 몇 번은 풀어내고) 분란자 아닌 척 도서관 의자에 다시 앉는다. 다행이라면 평일 오전이라 이용자가 많지 않았다는 것

    

때마침 명절을 맞이하여 열이 나기까지 심하게 앓은 속병의 이유를 공복에 마시는 커피로 간주하여 커피를 완전히 끊었다, 가 아니라 디카페인 커피를 구입했다. 한 잔 다 마시기보다는 몇 모금에서 반 잔까지 천천히 마시며 속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열이 내리고 난 뒤에도 명치에 얹힌 느낌은 사라지지 않고 지속됐다. 아이들 아침을 주려고 싱크대 앞에 섰다가 한쪽으로 치우치는 어지러움에 남편에게 아이들 계란 프라이를 부탁하고 방으로 들어가 다시 누웠다.  얹힌 것이 조금 내려갔나 싶을 때는 속 쓰림이 등장하여 밤에 잘 때 잡히는 미간주름이 낮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급하게 들여놓은 양배추즙과 양쪽 어머니들이 남편 손에 들려 보낸 김치와(열무김치는 국물이 시원해서 몇 번을 떠먹는다.) 반찬들로(얇게 썰어 간장에 조린 우엉조림은 그 달달함으로 위를 코팅한다. 부드럽게 씹히는 질감에 자극이 적어 속이 진정된다.) 쓰린 속을 달래고 있다. 얼마 전 조카 백일 가족모임을 앞두고 남편이 열이 나서 아이들도 괜찮은데 왜 당신이 열이 나고 그래, 복병이네 했더니 이번 명절은 내가 복병이다. 다른 이유들로 속이 불편하기도 하지만, 이런 날도 있는 거겠지.      


왜,라고 묻지 말아야 하는 것들이 있다. 나는 분명 주의해서 껌을 씹었고 조심스럽게 일어섰다. 근데 의자가 뒤로 넘어가는데? 왜 기침이 나오는 건데? 왜 열이 나는데? 왜 비가 오는데? 왜 염색약을 머리에 잔뜩 발라 놨는데 급수시설이 고장 나 물이 끊기는 건데? 그것도 새벽 네 시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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