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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도피하다 01화

도피1

프롤로그

by 도피

도피하다

커피. 달리기. 음악. 영화. 악기.

모두 다 도피의 일종이다.




초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릴 때 밖에서 운동을 한 적이 있다.

답답한 가슴을 하루 이틀 꽤 오래 잡고 있었다.

그래도 이유가 있는 답답함은 도망갈 곳은 있다.

병원이나 따듯한 물 한 잔 정도.


어느 순간부터 이유 모를 답답함이 가득했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가늠도 되지 않는 것이었다.

답답함을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도피를 했으나 결국 숨었다.

초미세먼지와 같이 삶에 깊숙이 침투해 있는 체기는 가실 기미가 안 보인다.


이런 감정은 비단 나만 느끼지는 않을 것이다.

각자의 답답함 속에서 도피를 찾아 헤매곤 한다.


중학교 한국사 시간에 배웠던 삼한의 소도. 그곳은 성역이기에 감히 간섭할 수 없었다.

우리만의 소도는 어디인가. 그리고 소도를 알리는 높게 솟은 솟대는 무엇인가.


우리만의 영역을 지키며 그곳을 성스럽게 대하는 것이 일종의 도피라면 응원할 것이다.

도망치다. 도망치다. 결국 숨어버린 수많은 성인들에게 도피라는 위로를 공유하고 싶다.


다른 이의 눈을 응시하며 서로의 도피를 응원하는 관계가 이 삶에 그득할 것이다.


서로의 도피를 유영하자. 부디 함께

무제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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