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중순 백두산에 첫눈이 내렸다.
해가 서산으로 기울기 시작하던 어느 날 저녁이었다.
삼지연관광특구의 울창한 숲 속에 위치한 고적한 배개봉 호텔을 향해서 백발이 성성한 노병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3년 전, 친 중국 군부쿠데타를 주도하다 정 위원장에 의해서 숙청되었던 전 보위부장 박철이 주선한 친목모임이다.
당시 박철은 가까스로 목숨만 유지한 채 죽기보다도 싫은 아오지탄광 무기교화형을 받고 복역 중이었다.
그런 그에게 일어났던 일을 두고서 가히 기적이라고 할만했다.
재작년 연방정부가 출범하면서 정치범들의 대사면 조치가 이루어졌고 그 틈에 끼여 그도 사면 조치된 상태였다.
이후 박철을 중심으로 결성된 이 친목모임은 처음엔 소백수 초대소에서 서너 명씩 모이기 시작하다가 이내 수십 명으로 불어났다.
그리고 지금은 일백이 넘는 대규모의 세력으로 커짐에 따라서 장소를 이곳 배개봉 호텔로 옮겨 모임을 가지게 되었다.
박철은 영악하게도 백두혈통의 근거지인 이곳 백두산을 중심으로 인민군대의 재건과 정 위원장의 총사령관직 복위를 명분으로 북한군 퇴역장성들을 규합해 나갔다.
비록 자신들이 정 위원장의 결단으로 연방군 창설의 희생양이 되기는 했지만 3대에 걸친 우상화작업의 산물은 그렇게 간단치가 않았다.
여전히 정 위원장을 총사령관으로 부르면서 자신들의 구심점으로 떠받들던 퇴역장성들을 박철이 교묘하게 이용했다.
온갖 산해진미들로 뷔페음식이 차려졌다.
대형 연회장을 꽉 채운 노병들이 시끌벅적하게 떠들면서 음식과 술을 들고 있을 때 앞자리 단상으로 걸어 나온 박철이 마이크를 잡았다.
단상뒤 벽에는 인공기가 걸려 있었고 그 아래에는 붉은 글씨로 ‘북조선재건회의’라고 쓰인 현수막이 나붙어 있었다.
“우리 총사령관님 아직 오십 줄에도 이르지 못한 창창한 연세지만 요사이는 하시는 일도 없이 외로이 관사에만 계신다고 합니다!
이제는 인민군대마저 다 내어준 마당에 연방의 국정자문위원장이라는 직책도 사실은 허울 좋은 빈껍데기에 불과합니다,
경애하는 총사령관님도! 위대한 우리 인민군대도! 교활한 남조선당국에 의해서 철저하게 속았던 겁니다!
우리 모두가 배신을 당했다 이 말입니다!”
박철이 제법 손동작까지 구사하면서 선동의 톤을 높여 나가자 노회 한 퇴역장성들이 박수로 화답했다.
“옳소!”
“그래 맞는 말이야! 박철이 속 시원하게 말 한번 잘한다!”
여기저기서 자신의 주장에 동조하는 소리들이 터져 나오자 한껏 고무된 박철이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총사령관님께서 남조선괴뢰도당에 이용당한 것이 맞다면 우리가 이대로 있을 수는 없지 안갔습니까!
경애하는 총사령관님을 모시고 와서 그 옛날 수령님께서 일제에 맞섰던 그 방식대로 맞서 싸워야 합니다!
그래가지고서리 인민의 철천지 원수 연방괴뢰도당에 빼앗긴 우리 공화국을 다시 되찾아 와야 하지 안갔습니까!”
이 대목에서는 모두가 벌떡 일어나 결의에 찬 표정으로 우렁찬 박수를 보냈다.
“맞소! 총사령관님을 중심으로 인민들이 떨쳐 일어나야 합니다!”
“수령님께서 세우신 우리 조선인민공화국을 되찾아 와야 합니다!”
이제 웬만큼 상황정리가 끝났다고 판단한 박철이 여유로운 미소까지 지으며 차분한 톤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말입니다, 아쉽게도 지금 우리에겐 군대도 없고 무기도 없습니다,
그러나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야요!
우리 뒤에는 팔십 년의 혈맹이 떡하니 버티고 있으니 말입니다,
다들 아시갔지만 나는 중국에 가깝게 지내는 지인들이 아주 많은 사람입니다,
제대로 된 우리의 역량만 보여준다면 얼마든지 지원을 해주겠다는 것이 중국군부의 답변입니다,
최근에 내가 그 답변을 받아냈습니다,
어떻습니까? 이제는 우리도 한번 해볼 만하지 안갔습니까!”
그런데 잔뜩 달아올랐던 방금까지의 분위기와는 달리 갑자기 장내가 냉랭해졌다.
박철이 과거 중국을 등에 업고 정 위원장을 배신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피어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악한 박철이 아무런 대비책도 없이 이런 논쟁적인 말을 무턱대고 꺼냈을 리 없다.
“당시 총사령관님께서 왜 나를 살려주신 줄 아십니까?
고것들을 모르시면 오해들을 할 수도 있갔지요! 암요 충분히 이해합니다,
지금부터 내가 차근히 설명해 줄 테니까 내 말을 잘 들어시라요!”
간교한 박철이 한 명 한 명을 찬찬히 훑어보면서 자신의 주장을 말하기 시작했다.
“당시 나는 임박한 미제의 공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선군 체재로 복원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을 가졌더랬습니다,
고것이 경애하는 우리 총사령관님을 잘 받들어 모실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지만 미제와의 한판 결전에 대비하려면 기렇게 하는 것이 옳다는 소신을 가졌더랬지요!
하지만 총사령관님께서는 당시의 정세 형편상 우선적으로 남조선과 협력하기로 하시고, 그 다음번의 대응 수단으로써 나를 잠시 은둔시켜 두었던 겁니다,
기렇치 않았다면 난 벌써 곡사포로 대갈통이 박살이 났갔지 날 살려 줬갔습니까!
바로 이것이 총사령관님과 나만이 알고 있는 알려지지 않은 진실이다 이 말입니다!
이제야 동무들의 오해가 좀 풀렸습니까!”
대부분의 퇴역장성들은 박철의 이 말에 반신반의하면서도 점차 박수소리가 늘어났다.
비록 이들은 노회 한 퇴역군인들이었지만 아직도 선군정치의 기억들이 살아있어 만만한 자들이 아니었다.
이들의 가슴속에는 과거의 영광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욕망으로 가득 차 있었고 박철로 인하여 점차 자신감을 회복해 나갔다.
그동안 울화통이 치밀어서 도무지 제정신으로는 살 수 없었던 퇴역 장성들의 표정에선 이판사판 한번 붙어보자는 결기로 가득했다.
이날의 모임 결과는 곧바로 정 위원장에게 소상하게 전달되었다.
평소 박철의 친 중국 사대 행위를 못마땅하게 여기던 일단의 퇴역장성들이 정 위원장을 찾아왔다.
“저희들이 참석해 보니 족히 일백은 더 돼 보이는 숫자에도 놀랐거니와 아직도 총사령관님에 대한 충성심들이 살아있어 한편으로는 마음 든든하기까지 했습니다!”
“맞습니다! 총사령관님께서 죽어라 하면 정말로 죽을 기세들이었습니다! 아주 보기가 좋았더랬습니다!”
아직도 자신에 대한 충성심들이 살아있다는 보고를 받고 있었지만 정 위원장의 표정이 밝지 않았다.
“나 때문에 군복들을 벗게 돼서 섭섭한 마음들이 적지 않았을 텐데
나를 생각하는 마음들이 여전하다고 하니 고마운 일이긴 한데 말이야,
솔직히 난 마음이 편치가 않아!”
박철의 보위부장 시절부터 관계가 좋지 않았던 곽 사령관이 언제나처럼 경직된 표정으로 정 위원장의 오른편 뒷자리에 멀찍이 앉아 있었다.
정 위원장이 곽 사령관을 돌아보면서 웃으며 말했다.
“저 사람은 말이야, 박철이 말만 나왔다 하면 눈에 쌍심지를 켜고서 못마땅해했었는데 뭐 할 말이 있을 것 아니야?
당신도 보고 왔으니까 뭐든 편하게 한번 말을 해봐?”
오래된 습관인 듯 여전히 경직된 표정을 풀지 않던 곽 사령관이 말문을 열었다.
“총사령관님의 분부를 받잡고 다녀오기는 했습니다만 제가 관찰한 바로는 모든 것이 박철의 농간으로 보였습니다!”
정 위원장은 짐작이 된다는 듯 특별히 놀라는 표정이 아니다.
“계속해봐?”
“말로는 총사령관님께 충성하는 것처럼 온갖 술수의 말을 다 동원했지만 속셈은 중국의 지원을 받아서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는 의도가 엿보였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던 정 위원장이 마주 보고 앉아 있던 퇴역장성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들도 곽 사령관 하고 같은 생각이야?”
정 위원장의 바로 맞은편에 앉아있던 림광철이 드디어 말문을 열었다.
“저는 박철이하고 구원이 있어 직접 가보지는 못했습니다만 곽 사령관의 보고가 옳다고 생각합니다!”
정 위원장이 좌중을 돌아보면서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기렇치! 그때 정찰총국에서 박철이를 잡아들였지?
서로 면상을 마주하기가 부담은 되었을 거야,
그래도 시침이 뚝 떼고 한번 갔다 와볼걸 그랬어!”
정 위원장의 재치 있는 입담에 모두는 한바탕 자지러지게 웃게 되었다.
림광철이 자세를 가다듬고 앉아서 자신의 의견을 계속 말했다.
“실제로 중국이 박철을 지원하고 있다면 이미 적잖은 자금들이 흘러 들어갔을 테고 그 돈으로 박철은 무시 못 할 세력을 규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경제적으로 궁한 처지에 내몰린 자들로선 박철이 찔러주는 뒷돈을 마다하기가 쉽지 않단 말입니다,
이 모두가 따지고 보면 총사령관님의 재가도 받지 않고 박철이 놈을 대사면 명단에 포함시킨 연방정부의 책임이 분명합니다,
당시 강한 톤으로 반대해서라도 바로 잡는 것이 옳았는데 지금 생각해 봐도 후회막심입니다”
이때 정 위원장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에 뵌 습관은 어쩔 수 없었던지 자리를 함께한 이들도 자동적으로 기립하여 정 위원장의 얼굴만 쳐다봤다.
“내가 우려하는 것도 바로 그 부분이야,
우리 공화국 장성들이 새로운 조국에 대한 피해의식 때문에 박철의 충돌 질에 쉽게 넘어갈 수 있단 말이야,
아직 통일의 기반이 다져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내부분열이라도 획책하고 다닌다면 고것들을 누가 좋아하겠나 말이야!
대고려연방이 분열되기를 바라는 외세들밖에 더 있갔어? 왜들 그렇게 생각들이 짧아!
아 그리고 오해들이 있는 모양인데 그때 박철이를 대사면명단에 포함시켰던 것은 당시는 인권문제 때문에 국제적으로도 아주 말들이 많은 시점이었잖아,
연방대통령께서 내게 직접 전화하셔서 아오지 정치범들을 몽땅 거리 석방해 줬으면 좋겠다고 간곡하게 부탁하시길래 내가 그렇게 하시라고 했더랬어,
당신들도 오해들은 하지 말라고! 연방대통령께서 내게는 아주 각별하시니까”
다가올 사태를 예감한 사람처럼 정 위원장의 근심은 나날이 커졌지만 현 상황에서 딱히 그가 할 수 있는 일도 마땅치 않았다.
섣불리 행동에 나섰다가 혹여 라도 자신의 메시지가 왜곡된다면 본의 아니게 연방의 분열에 가담한다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 위원장은 가급적 언행을 자중하면서 행보를 최대한 신중히 하고자 했다.
이 모두는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신생의 통일 조국이 굳건하게 뿌리내리게 하려는 정 위원장의 간곡한 배려였다.
하지만 연방의 분열을 획책하려는 세력들은 국내외를 불문하고 도처에 늘려 있었다.
늦은 저녁, 교토의 기온거리는 오늘도 화려한 조명들이 켜지면서 익숙한 어둠을 물리쳤다.
들뜬 연말의 분위기 속에서 지나가는 손님들을 유혹하기에는 적당한 조명이다.
야사키 회관 2층의 작은 방에서는 다카이 고문이 홀로 정종을 들이키며 4년 전의 시끌벅적했던 그날을 회상하고 있었다.
다케시마 수복을 위한 결전을 앞두고 열린 회합에서 다카이 고문은 전국에서 올라온 간부들을 마주했다.
이 방을 정점으로 연결된 모든 방문들이 활짝 열렸고 참석자들이 다카이 고문을 향해서 외치던 그날의 함성이 들리는 듯했다.
‘사나이 한 목숨 사쿠라처럼 흩날리는 뜻은 오직 하나!
다케시마의 미소를 위하여!’
이미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다카이 고문이 사케잔을 들어 단번에 털어 넣은 후 술잔을 둔탁하게 내려놓았다.
이때 빈 술잔을 움켜쥔 그의 오른손이 파르르 떨렸다.
잠시 후 중년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님을 모시고 왔습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들어와!”
조심스럽게 문이 열리면서 다카이 고문과 같은 검정색 기모노를 입은 중년남자가 단정하게 콧수염을 기른 양복차림의 사내를 안내하여 들어왔다.
기모노의 좌측 가슴에 박힌 흰색의 사쿠라문양이 옷의 위엄을 더했다.
다카이 고문은 앉은 자세 그대로 손님을 노려보듯 살피고 있었고 기모노 차림의 사내는 정중하게 무릎을 꿇고 앉아 손님을 인사시켰다.
“다카이 고문님! 신일진회를 대표하여 한국에서 오신 나 선생이십니다!”
구 남한지역의 정계와 재계 학계를 총망라하여 자발적으로 기생하던 토착왜구 세력을 규합하여 신일진회라는 단체를 만든 자가 바로 나 회장이다.
다카이 고문에게 큰 절을 올리면서 충성을 다짐했다.
“나경일입니다, 존경하는 다카이 고문님께 가르침을 받고자 한걸음에 달려왔습니다,
몽매한 저희들을 이끌어주십시오!”
그제야 다카이 고문의 표정이 환하게 바뀌면서 사케 주전자를 들자 나 회장이 정중하게 술잔을 받쳐 들었다.
“아베 군한테서 나 회장의 활약상에 대해서는 잘 듣고 있었어요,
특히 쉽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도 위안부와 강제징용에 이르기까지 반도인들의 왜곡된 역사인식과 정면으로 맞서는 불굴의 용기에 크게 감동받았어요!”
무릎 꿇은 자세에서 예의 바르게 왼쪽으로 살며시 고개를 돌리며 술잔을 단번에 털어 넘긴 나 회장이 술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반도인들의 편견과 불의에 맞서 진실을 알리고자 할 뿐입니다!
일본의 보살핌이 없었다면 반도인들은 아직도 미개한 처지를 면치 못했을 것입니다,
크나큰 일본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하는 충정의 마음뿐입니다!”
다카이 고문이 흐뭇한 표정으로 아베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베군! 앞으로 우리 다케시마수복 결사대는 신일진회의 든든한 후원자를 자처해야 할 것이야,
얼마의 자금이 들어가도 무방하니 나 회장이 원하는 것은 아낌없이 지원하도록!”
다카이 고문의 이 말에 감격한 나 회장이 또다시 구십 도로 엎드려서 감사를 표했다.
이렇듯 다카이 고문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은 독도전쟁의 패전 이후 신 일본제철 등 태평양전쟁의 전범기업들이 다케시마 수복 결사대의 후원을 자임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미국의 강력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독도전쟁에서 참패한 일본은 큰 위기에 빠졌다.
한반도에 패배했다는 일본인들의 좌절감은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없었고 미국의 보호가 없다면 자력생존조차 불가능한 자신들의 처지를 개탄했다.
이러한 패배주의를 극복하기 위하여 태평양전쟁의 전범기업들이 나서게 되었고 다케시마 수복 결사대와 같은 극우단체에 전폭적으로 자금을 지원했다.
이것은 다케시마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궁극적으로 일본의 재기가 불가능하다고 봤던 것이다.
3월의 마지막 주에 접어들었지만 분단시절 남쪽 어디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었던 벚꽃들이 이제 한반도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희귀 수종이 되고 말았다.
과거에는 봄철 한때 피어나는 사쿠라의 화려함에 취해서 각 지자체들마다 마구잡이로 심다 보니 이맘때면 온 나라가 사쿠라의 물결로 춤을 출 지경이었다.
그런데 독도전쟁을 겪으면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일본에 대한 감정들이 악화되면서 일본의 상징 사쿠라가 온 금수강산을 뒤덮고 있는 현실에 대한 자각들이 들불처럼 일어났다.
급기야 지자체차원에서 차차 베어지기 시작하더니 대고려연방정부가 출범하자 아예 정책적으로 벚나무 퇴출작업에 나섰다.
벚나무를 뽑아낸 그 자리에는 대고려연방의 국화인 무궁화와 목란을 사이좋게 심어서 통일 새나라의 자긍심을 드높여 나갔다.
그러나 구 남한지역의 일부 지자체에서는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벚꽃축제를 강행하는 사례가 있었다.
신일진회의 하부단체인 ‘벚꽃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일명 벚사모가 자금을 대고 기획한 행사였다.
벚사모는 거액의 정치자금을 후원하는 조건으로 해당 지역의 유력 정치인을 매수하여 결사적으로 벚꽃축제의 명맥을 유지하려고 했다.
하지만 축제는 신통치 않았고 예전의 넘쳐나던 인파에 비하면 초라할 정도로 썰렁한 분위기였다.
축제에 참석한 모든 이들에게 삼십만 원 상당의 백화점상품권과 고가의 기념품도 나누어줄 계획이었지만 이러한 물량공세마저도 싸늘한 사회적 분위기 탓에 신통치 않았다.
값비싼 기념품들이 행사장의 천막 귀퉁이에 그대로 쌓여있는 모습을 바라보던 나 회장이 혼잣말처럼 읊조렸다.
‘이러다간 정말로 우리 토착 왜인들의 설자리가 남아나지 않겠어!
보다 더 자극적인 방법을 찾아봐야지 이런 방식으로는 도저히 안 되겠단 말이야!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곰곰이 생각에 빠져있던 나 회장이 잠시 후 기막힌 아이디어 하나를 찾아냈다.
‘그렇지! 뭐니 뭐니 해도 민심을 후벼 파는 데는 부동산만 한 문제가 없지,
가끔씩은 레드콤플렉스도 곁들이면서 말이야,
이제야말로 우리 토착 왜인들의 숨겨진 힘을 제대로 한번 보여줄 때가 되었어,
그래 정면으로 한판 붙어보자고!’
자신들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대고려연방의 분열을 획책해야 했다.
다케시마 수복 결사대로부터 자금지원도 넉넉하게 받았던 터라 이미 실탄은 충분히 장전돼 있었다.
제아무리 통일새나라에 대한 부푼 기대로 들떠 있다지만 자금으로 밀어붙인다면야 못해낼 일도 없을 것 같았다.
세상에 공돈 싫어할 사람은 없을 테니 무차별적으로 자금을 뿌려 된다면 분단시절을 그리워하는 여론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통일 이후 한껏 고무된 사회적 분위기 탓에 여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었을 뿐 아직도 친일세력들은 얼마든지 늘려있다.
그들이 다시 활개 칠 수 있도록 연방의 사회분위기를 분열적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신일진회에 주어진 당면 과제였다.
연일 대규모의 군중시위를 개최하여 사회적 혼란을 부추겨 나간다면 이겨낼 재간이 어디 있겠는가!
제방 가로수 길을 따라서 화려하게 피어오른 사쿠라의 물결을 바라보며 나 회장이 회심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민 대통령과 함께 청와대를 떠나온 윤 비서관은 그의 친정인 동북아역사재단의 북방사 연구소장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바쁜 업무 중에도 민 대통령의 부름에는 열일을 제쳐놓고 달려갔다.
해거름 무렵 두 사람을 태운 퇴임 대통령의 의전용 차량이 경호 차량들의 삼엄한 호위를 받으며 정 위원장의 관저가 있는 평양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윤 비서관! 아니지 이젠 윤 소장이지요,
윤 소장이 이끌던 삼일팀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대외적으로는 비밀에 부쳐졌지만 나의 기준에서 볼 때 우리나라 통일의 일등공신이었어요,
정 위원장께서도 삼일팀에 대해서는 각별한 신뢰를 가지고 있어요,
아까운 팀인데 향후의 계획은 결정되었나요?”
“예, 어차피 외부에는 공개되지 않은 팀이다 보니 굳이 해산하지 않고 우리 재단 자체의 연구모임으로 존속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그래요 아주 잘 판단했어요,
형식적인 통일절차는 완료되었지만 내용적으로도 더욱 원숙한 연방이 되기 위해서는 앞으로의 시기가 더욱 중요할 수 있어요,
다시는 분열되지 않을 굳건한 연방으로 다져나가는 과장도 만만치는 않을 거예요,
대고려연방이 단단하게 다져질 때까지는 우리 모두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됩니다!
나 역시도 미진한 힘이나마 연방정부의 자문위원으로서 주어진 역할을 다할 생각이에요,
윤 소장 팀이 앞으로도 날 좀 많이 도와주세요,
이것 보세요! 통일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북조선재건회의라니!
이런 단체가 버젓이 활개를 치도록 방치되어선 안 됩니다!
연방대통령님께서도 내게 전화 주셔서 강한 우려의 말씀을 전하셨는데 정 위원장이 직접 나서는 것 말고는 딱히 해결책이 떠오르지가 않아요,
일단 만나서 해결책을 한번 찾아봅시다!”
평양의 정 위원장 관저에 도착했을 때 정 위원장 부부가 문밖까지 마중 나와 따듯하게 민 대통령 일행을 맞이했다.
여전히 다소곳한 미소가 매력적인 정 위원장의 부인이 두 사람에게 각별한 반가움을 표시했다.
“어째서 영부인과 함께 오시지 않으셨습니까?
뵙고 싶었는데 많이 아쉽습니다,
다음번에 뵐 때는 꼭 함께 오십시오!”
“네 다음번에는 꼭 함께 오겠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자주 방문하겠다는 말이 되고 말았습니다,
저희 내외가 앞으로 여사님을 꽤 번거롭게 해 드릴 것 같은데 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민 대통령이 농담 삼아 던진 말이었지만 부인은 특유의 환한 미소로 재치 있게 화답했다.
“매일은 곤란합니다만 한 달에 한 번씩은 일없습니다,
아닙니다! 영부인과 함께 오신다면 매주 오시더라도 환영하겠습니다!”
정 위원장 부부의 안내로 들어선 관저 안은 높은 담장 밖에서 사람들의 상상력만으로 만들어낸 애깃거리에 비해서는 그다지 화려하지 않은 차분한 모습이었다.
누군가의 정성 어린 손길로 가꾸어진 정원의 관리 상태로 볼 때 최근 이 집주인 부부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 짐작할 수 있게 했다.
거실로 안내된 두 손님이 잠시 정 위원장과 환담을 나누던 사이 주방에서 흘러나온 구수한 청국장 냄새가 은은하게 전해지면서 코끝을 간지럽혔다.
방문한 시각이 때마침 저녁시각이라 식탁에는 저녁상이 차려지고 있었고 주 메뉴가 청국장이었던 까닭이다.
부인이 직접 앞치마를 두른 채 식사를 준비하는 모습이 여느 가정집과 다르지 않았다.
그 때문인지 손님들은 정서적인 공감대속에서 심리적으로 편안한 느낌마저 들었다.
식사준비가 다 되었다는 부인의 상냥스러운 목소리를 듣고서야 모두는 즐거운 표정으로 식탁으로 이동했다.
잡곡밥에 청국장을 중심으로 서너 가지의 나물이며 달걀말이와 생선 몇 토막을 곁들인 소박한 식단이지만 맛보다는 건강을 고려한 정갈한 음식들 일색이었다.
정 위원장의 곁에 서있던 부인이 잔뜩 미소를 머금은 모습으로 말했다.
“위원장님의 체중감량에도 도움이 되고 해서 건강을 위하여 저희들은 가급적 이렇게 차려먹습니다,
두 분 손님들의 입맛에도 맞으실지 모르겠습니다만 모쪼록 많이 드십시오,
댁에 계시는 영부인의 손맛에는 못 미치겠지만 혹시 입맛에 맞지 않더라도 타박만은 말아주십시오!”
우럭 한 마리를 통째 넣어서 끓여낸 미역국부터 한 모금 맛보던 민 대통령이 마치 놀라운 맛집이라도 발견했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여사님의 음식솜씨는 진작부터 들어서 알고 있었습니다만 역시 소문대로입니다,
제 입맛에도 딱 맞습니다!,
이 미역국은 정말로 기가 막힙니다!”
민 대통령의 인사말은 결코 과한 것이 아니었다.
생각보다는 소박하게 차려진 밥상이었지만 그 어떤 기름진 진수성찬보다 훌륭한 만찬이었다.
민 대통령과 윤 소장은 자신들의 그릇을 깨끗이 비우는 것으로 음식을 대접하는 이의 정성에 응답했다.
식사 후 서재로 자리를 옮긴 세 사람은 부인이 직접 내어온 백두산 야생녹차를 마시며 본격적인 환담이 시작되었다.
“대통령님의 걱정을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제 생각에는 중국이 북조선재건회의라는 괴 단체의 후원을 드러내놓고 노골적으로 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박철은 중국이 자신의 뒷배를 봐준다고 떠들어댄다고 합디다만 난 그 자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를 않습니다,
그것은 습근평을 몰라서 하는 소리지 내가 겪어본 습근평은 박철 같은 신통치 않은 인물을 내세워서 모험을 할 만큼 그렇게 간단한 인물이 아니란 말입니다,
가뜩이나 미국하고 위태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마당에 중국이 그런 선택을 할 리가 없다는 것이 내 생각입니다,
우리 대고려연방을 적으로 돌려세웠을 때 그들이 받게 될 타격이 얼마인데 그런 무모한 짓을 한단 말입니까!”
정 위원장의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시하던 민 대통령이 윤 소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윤 소장이 내게 했던 그 이야기를 위원장님께도 말씀드려 보세요?”
그런데 정작 말문을 먼저 연 사람은 이번에도 정 위원장이었다.
환한 표정으로 윤 소장에게 말했다.
“통일의 기여도면에서 보자면 나나 우리 대통령님보다도 오히려 여기 윤 소장이 한 단계 위라고 생각합니다,
따지고 보면 다 이 사람의 머릿속에서부터 시작되지 않았습니까?”
갑자기 분에 넘치는 칭찬을 듣게 된 윤 소장이 당치도 않다는 듯 머리를 가로저으며 황송한 표정으로 말했다.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만 오해가 많으신 것 같습니다,
저희 삼일팀은 그저 작은 아이디어를 제공했을 뿐 통일의 전 과정은 오직 두 분의 헌신으로 가능했던 기적 같은 일이었습니다,
특히 일본의 침략으로부터 독도를 지켜낸 두 분의 용기가 없었더라면 결코 이 같은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정 위원장이 웃으면서 오른손을 가로저으며 말했다.
“인사치레는 그만하시고 오늘 말하고 싶은 본론이나 어서 말해보시라요!”
윤 소장이 따듯한 온기가 느껴지는 녹차 잔을 두 손으로 어루만지면서 마음을 가다듬었다.
“예, 위원장님의 말씀대로 이 시점에서 중국당국이 직접적으로 개입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우회로를 통해서 지원하는 방식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장백산천지회 같은 극우단체를 내세워서 자금이라든가 무기를 지원하는 방식 말입니다”
심각한 표정을 지어 보이던 정 위원장이 계속해보라며 오른손을 까닥였다.
윤 소장은 정 위원장과 민 대통령을 번갈아 바라보며 하던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그렇다면 꽤 큰 규모의 자금과 무기들이 들어올 것이고 그것을 원천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의 세력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중국의 이 같은 계략이 그들의 필요에 의한 조치였다면 일본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 비슷한 현상들이 최근 남쪽의 일부 지자체에서 벌어졌습니다,
연방정부차원에서 대대적으로 추진하던 벚나무 퇴출정책을 정면으로 거부하면서 기어이 벚꽃축제를 강행한 사례가 발생했습니다,
벚사모라고 불리는 급조된 단체를 전면에 내세우긴 했지만 그 배후에는 신일진회라는 친일단체가 버티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신일진회는 최근에 다케시마 수복결사대와 의형제를 맺고서 그쪽으로부터 거액의 자금지원을 받고 있다는데 이 또한 배후에는 일본정부가 관계돼 있다고 봐야 합니다,
이 모두가 대고려연방을 분열시키려는 중국과 일본의 반격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우리 팀이 내린 결론입니다!”
심각한 상황에서 습관적으로 하던 민 대통령의 행동이 이번에도 재현되었다.
안경을 벗어 만지작거리다가 다시 쓴 민 대통령이 정 위원장에게 부연설명을 자처하고 나섰다.
“그렇습니다! 독도를 침략했던 흑군파가 바로 다케시마 수복결사대라는 일본의 극우단체였습니다,
이들이 신일진회의 배후 세력이라면 이 또한 중국과 마찬가지로 일본당국이 간접배후로 등장하는 셈이겠지요,
작년 삼일절 행사 때 위원장님의 단호한 대응으로 독도는 연방 법률로써 우리나라의 12해리 영해선의 기점으로 설정되었고 이미 UN의 추인도 받은 상태입니다,
물론 일본도 현실을 인정하고 독도문제에서는 완전히 손을 뗀 것으로 보여지고요,
중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위원장님께서 우리 국민 배은하 씨 구출 환영행사에서 중국을 향한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후 중국은 동북공정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되었습니다,
그 성과물로서 우리의 북방사를 온전하게 돌려받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모두가 일본과 중국정부의 속뜻은 아니었을 거라는 겁니다,
돌아가는 외부의 환경이 저들에게 불리하게 조성되니까 일시적으로 바짝 엎드렸을 뿐이지 상황이 반전된다면 저들은 또다시 태도가 달라질게 뻔합니다,
그래서 지금 저들의 하수인을 내세워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반격을 시도하려는 것 같습니다”
아무 말 없이 다 마신 녹차 잔을 두 손으로 만지작거리던 정 위원장이 정색한 표정으로 내뱉는 말이었다.
“그렇갔지요! 저들의 본색이야 어디로 가겠습니까!
우리 연방이 더욱더 강대해지기 전에 또다시 분단을 획책하려는 개수작질을 꼼지락거리고 있을게 분명합니다!
지금의 우리 국력만으로도 오줌이 지릴 판국인데 더욱 강대해진 대고려연방이라면 어디 무서워서 밤잠이라도 제대로 잘 수 있갔습니까? 크하하하하!”
한바탕 시원하게 웃음을 터트리는 정 위원장을 따라 두 사람도 함께 웃었지만 정 위원장만큼 호방하게 웃지는 못했다.
웃음을 그친 정 위원장의 표정이 이번에는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내가 답답하게 생각하는 것은 우리 연방이 민주화니 인권이니 하는 것들을 다소 과도하게 강조하다 보니까 이럴 때의 대응수단들이 너무 물렁해 터졌단 말입니다!
북조선재건회의니 신일진회니 하는 이런 반통일적인 불온세력들은 모조리 끌어다가 즉결처분시키던가, 아니면 아오지탄광 무기교화형 처분이라도 가해야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야 대고려연방의 기강이 똑바로 서는 법인데 말입니다!
삼 년 전 연방정부가 성립될 때 연방대통령께서 하도 간곡하게 요청하시기에 아오지탄광에 수용돼 있던 반공화국 분자들까지 풀어주었단 말입니다,
박철이 같은 일등급 반동분자도 그때 섞여서 빠져 나왔됐지요,
보세요? 인권이니 뭐니 하지만 저 자들이 우리 연방에 끼치는 해악덩이가 대체 얼마나 큰가 말입니다!”
얼마나 열이 올랐던지 정 위원장도 검정색뿔테 안경을 벗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이 정도에서는 도저히 안 되겠다는 표정으로 정 위원장이 민 대통령을 바라보며 기어이 한마디를 더 보태고 말았다.
“우리 연방은 다 좋은데 말입니다, 법이 너무 물렁한 게 문젭니다!
연방법을 만들 때 법률체계는 그래도 남쪽이 다소 앞서있거니 싶어서 내버려 두었던 것인데 당시 내 판단이 틀렸던 것 같습니다,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고자 하는 자들에게까지 법이 너무 물렁물렁하다 보니까 이 자들이 연방정부를 우습게 안단 말입니다!
또다시 조국을 분열시키고자 하는 자들은 역도의 죄를 물어야 합니다!
역도들에게 인권이 무슨 소리며 민주주의가 무슨 개똥 같은 소리란 말입니까!
뭐 그렇다고 해서 과거의 나 때처럼이야 할 수는 없갔지만 그래도 나라의 령이 설만큼은 법의 위엄이 서야 되는데 그렇지가 않으니 답답하다 이 말입니다!”
예상치 못한 정 위원장의 격노에 민 대통령이 또다시 안경을 벗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곧바로 다시 쓰지 않고 정 위원장처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평소의 신중한 성격답게 민 대통령은 생각을 가다듬으면서 천천히 말했다.
“네, 위원장님의 말씀대로 나라를 또다시 분단시키고자 하는 자들은 분명히 역도들이 맞습니다,
암요! 어떻게 성취한 우리 연방인데 저들의 의도대로 흘러가도록 방치할 수는 없겠지요,
연방 탄생의 주역이었던 위원장님과 제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될 것 같습니다,
특히 위원장님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북쪽 다섯 개 주에서는 위원장님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북조선재건회의도 위원장님의 후광을 이용하려고 하는 것이겠고요,
이번에도 우리가 힘을 합쳐서 이 위기를 잘 이겨내었으면 합니다!”
“당연하신 말씀입니다, 대통령님이나 저나 우리가 감당해야 할 역할이 있다면 의당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대고려연방이 더욱더 단단한 나라가 될 때까지 무슨 역할이던지 다해야 갔지요,
우리가 만든 통일조국 아닙니까?”
정 위원장이 호방하게 웃으며 두 손으로 민 대통령의 양손을 덥석 움켜잡았다.
두 사람은 서로의 눈빛을 바라보며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흔들리지 않았던 깊은 신뢰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남북을 대표하는 두 정치지도자의 상호 신뢰가 없었다면 대고려연방은 결단코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고 오늘날 이만큼 자리 잡지도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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