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가에 산들바람이 흩날리면
계절의 풍경화처럼 갈대들이 춤을 춘다
누군가 일부러 만든 갈숲도 아닌데
예전부터 강가에는 갈색으로 채색한 갈숲이 춤추고 있다
철없는 갈새들이 고요한 숲을 헤치고 다니는 사이
잠자던 붕어들이 놀라 깨어나고
한가로이 노닐던 청둥오리 부부가
식사거리를 발견한 듯 물 길질 하느라 바쁘다
강가에 갈숲이 없었다면
맥도강(麥島江)은 진즉에 죽었을 운명
사람들이 만든 개발의 희생양으로 오랜 세월 강은
흐를 수 없는 호수가 되어 세상의 온갖 오염원으로부터 방치된 채
점차 그 생명이 꺼져가고 있었다
다행히 강가에는 갈숲이 있어
갈숲의 필사적인 사투(死鬪)로
그나마 숨 쉬며 그 생명만은 유지할 수 있었지만
강이 살아야 사람도 살 수 있는 것은 자연의 이치
이제 다시 물길이 만들어지면 예전처럼 강물은 흘러갈 것이고
강이 살아나면 갈숲의 노고도 다소나마 덜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