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전쟁 4
드디어 항공모함에서 전투기편대가 출격했다.
저 멀리서부터 다가오는 마리온 편대를 향해서 되돌아가지 않으면 공격하겠다는 경고를 반복적으로 되풀이하면서 대단히 위협적인 비행을 시작했다.
“동맹군을 상대로 공격하고 싶지 않으니 즉각 돌아가라! 저지선을 넘으면 발사하겠다!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협조하기 바란다!
기수를 돌리지 않으면 발사하겠다! 다시 한번 경고한다! 기수를 돌려라!”
이것은 경고라기보다는 돌직구처럼 달려드는 마리온을 향한 읍소에 가까운 하소연이었다.
당황한 미전투기 편대장에게 가장 앞장서 날아가던 마리온의 편대장 유 소령이 비장한 목소리로 응대했다.
“적의 침략을 받은 우리나라의 영토를 지키기 위하여 출격하는 대한민국의 해병대다,
공격을 하고 말고는 귀관의 선택이겠으나 우린 죽더라도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을 다할 것이다! 이상!”
이 시각 일본자위대는 독도를 향해서 출격할 만반의 준비를 끝내고 엔진을 가열하기 시작했다.
일본이 자랑하는 제로센의 현대판 버전 F2전투기 편대가 가장 먼저 선두 비행을 시작할 예정이다.
그 뒤를 공대공 전투기인 F15J 열 개 편대가 뒤따를 작정인데 조종사들은 모두 출격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동시에 2개 소대병력의 자위대 특공대원을 태운 잠수함 두 척도 독도를 향해서 발진할 준비를 마쳤고 그 뒤를 두 척의 이지스함이 따르게 될 것이다.
이 작전은 자위대가 오랫동안 준비해 온 한일 간의 독도전쟁 매뉴얼 그대로였다.
지대공 전투기인 F2 편대가 마리온을 공격하여 한국군을 무력화시킨 다음 잠수함으로 특공대 2개 소대를 상륙시켜서 독도를 완전히 점령하는 작전이었다.
그리고 F15J 열개 편대가 한국 공군과의 전면적인 공중전을 벌이는 사이 일만 톤 규모의 아타고급 이지스함 두 척이 한국해군과의 전면전에 대비한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일본은 마리온이 출격한 사실을 확인한 이후에도 자위대의 출격을 미루고 있었다.
레이건호가 진입로를 떡하니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에 마리온 따위가 독도상공으로 날아들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뉴프레지 미국 대통령의 특별한 요청도 있었다.
어떤 경우에도 한국군의 독도진격을 막아 줄 테니 자위대의 출격으로 더 이상 미국을 난처하게 만들지 말라는 경고에 가까운 당부였다.
일본의 목적은 독도를 실지 회복하는 것이므로 굳이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미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 필요성이 없었다.
그래서 초강대국 미국을 믿고서 느긋하게 대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마리온은 막무가내였다.
최종 명령권자인 대통령으로부터 뚫고 지나가라는 추상같은 명령을 받았던 터라 한 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돌직구처럼 쳐들어갔다.
마리온 다섯 대가 막무가내 식으로 레이건호의 저지선을 뚫기 위하여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지만 전투기편대장은 차마 공격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한국이라는 동맹군을 상대로 그것도 자국의 영토를 지키기 위하여 출격하는 아군을 상대로 공격한다는 것은 도무지 내키지 않았다.
다행히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마리온을 뒤따르던 한국 해, 공군의 모든 전력들이 더 이상의 진격을 멈추었다.
다만 주변을 맴돌면서 엄호대열을 갖추는 것으로 모종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것은 미 항공모함의 함장으로 하여금 전략적인 선택을 유도하는 고도의 군사행위였다.
무리하게 한국군의 헬기를 격추시킨다면 출동한 한국 해, 공군과의 전면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동맹 간의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원하지 않았던 레이건호의 함장은 고민 끝에 참모들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마리온의 통과는 묵인하되 그 외 한국 해, 공군의 진격을 저지하는 차선책을 선택하게 된다.
규슈의 자위대 해군기지에서도 레이더를 통해서 이러한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미국이 먼저 약속을 어겼기 때문에 일본수상은 뉴프레지 대통령의 당부를 더 이상은 따를 이유가 없어졌다.
수상은 즉각적인 출격을 명령했고 대기하고 있던 자위대의 가용전력들이 총출동을 개시했다.
시각은 정확히 아침 아홉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드디어 독도 상공에는 한국 해병대의 상륙기동헬기 마리온이 나타났다.
다섯 대의 마리온은 그동안 무수히 반복된 훈련을 통해서 헬기조종사들의 몸이 움직이는 대로 자유자재로 함께 움직였다.
주변의 지형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던 마리온만의 특화된 자신감은 적어도 독도상공에서만큼은 적수를 허용하지 않는 무적의 공격용 헬기였다.
독도상공을 한 바퀴 선회한 유 소령의 머릿속은 빠르게 전개되었다.
‘지금 이 전투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주어진 시간은 고작해야 삼십 분!
십 분 전 규슈 기지에서 발진한 F2 편대의 공격이 시작되기 전에 모든 작전을 마무리지어야 한다’
문제는 경비대숙소 앞에 인간방패막이로 잡혀있는 네 명의 민간인을 안전하게 구출하는 것이다.
동도와 서도 상공을 마치 곡예 비행하듯이 갑자기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면서 지상의 흑군파를 위협하던 유 소령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것은 상황 정리가 끝났다는 표시로서 작전개시 명령이었다.
마리온이 나타나기 전부터 고노 간사는 흑군파 세 명을 요소요소에 배치시켜서 유튜브에 전송할 실시간 동영상을 촬영하도록 명령했다.
모자에 소형카메라를 부착한 띠를 묶어서 촬영하는 방식은 긴박한 현장의 상황을 훨씬 생동감 있게 유튜브에 전송할 수 있었다.
‘다케시마 수복 결사대’라는 유튜브 방송의 현재 시각 실시간 시청률은 경쟁자를 허락하지 않는 부동의 세계 1위였다.
유튜브 역사상 유례가 없던 동시접속자 일억 명이라는 경이적인 시청률이 말해주듯이 일본인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이 지금 이 방송을 지켜보고 있었다.
각 초소에서는 2인 1조의 흑군파 잔당들이 공중을 향해서 무차별적인 사격을 시작했지만 신기에 가까운 마리온의 조종술에 비하면 아까운 총알만 허비하는 격이었다.
고노 간사를 포함한 나머지 다섯 명은 경비대 숙소 앞에 묶여있던 네 명의 민간인을 방패막이 삼아서 제각기 숙소 창문 하나씩을 의지한 채 다가올 적을 기다리고 있다.
이 전투의 결과를 미리 예감했던 고노 간사는 흑군파의 생존 잔당들에게 마지막 인사라도 남기려는지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면서 마음을 정리했다.
이윽고 대원들의 귀에 부착된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고노 간사의 차분한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왔다.
“제군들! 이제 우리들의 꿈은 이루어졌고 찬란했던 사쿠라는 흩날릴 때가 되었다,
우리의 몸과 영혼은 한 치의 아쉬움도 없이 무심한 허공에 흩어지겠지만 다케시마의 미소를 보았으니 무슨 미련이 남았겠는가!
그동안 제군들과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했다”
이때 누군가 선창 하기 시작한 기미가요가 구슬프게 합창되었고 이 또한 유튜브로 생중계되었다.
이 시각 일본열도는 일왕부터 어린아이까지 모두가 눈시울을 훔치면서 기미가요를 열창하는 진풍경이 연출되었다.
드디어 상공에서는 마리온의 프로펠러 소리가 가까이 다가오면서 기미가요의 노랫소리가 더욱 애잔하게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