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퇴사 하고 오로라 보러 간 노총각 이야기#1
2023년 11월 중순 대책 없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퇴사 날짜는 12월 초, 제출 후 4주 뒤로 정했다.
이 나이에 회사 다니기 싫다고 사표 던지는 직장인이 누가 있을까?라고 생각하겠지만,
난 처자식이 없는 독거노총각이기 때문에 부담 없이 사표를 던질 수 있었다.
영끌해서 산 아파트도 없어서 빚이 많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다른 이유로 한 달 고정비용이 꽤 높은 편이라 다음 취직이 늦어질수록 통장잔고는 욕조 물 빠지듯이 쭉쭉 빠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나의 결정을 무척이나 존중한다.
너무 오랜 기간 동안 이기적이지 못했다.
4년 전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데, 수술받고 겨우 2주 쉬고 출근을 했다.
의사는 이전 생활과 같이 회복하려면 2년이 걸린다고 했지만 나는 마음먹고 편히 쉴 수 없었다.
아버지는 병원에 누워 계셨고, 형은 사업에 망했고, 조카는 아직 대학 졸업도 안 했다.
회복은커녕 수술자리의 통증이 있음에도, 수술 2주 뒤에 이전과 같은 직장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누가 보면 미친 짓이라 할 것이 분명하지만, 나는 누구에게도 나의 상황을 아주 정확히 알리지 않았다.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오롯이 혼자 짊어 지기로 한 것이다.
그로부터 2년 후, 몸은 어느 정도 회복 되었고, 회사도 더 나은 조건에 이 분야에서는 이름만 들으면 아는 회사로 이직을 했다. 적응만 잘한다면, 되도록 이 회사에 오래 다니고 싶었다.
하지만, 좋은 회사가 나에게 다니기 좋은 회사가 아니라는 것을 점점 느끼게 되고, 그 느낌에 따라 스트레스도 점점 늘어만 갔다. 그리고 2년 정도 지나 그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자 나는 ‘퇴사할 결심’을 했다.
그것은 나를 구하기 위한 조치였다.
나는 스스로 나의 구원자가 되기로 했다.
그렇게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마음먹고 당분간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나씩 해 보기로 했다.
귀를 뚫고 귀걸이를 해보고, 평일날 트레킹도 가고, 혼자 가는 펜션도 가고….
그러던 중 언제부터 인가 ‘오로라가 보고 싶다’고 했던 것이 기억이 났다.
왜 오로라를 보고 싶었을까?
탁 트인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빛으로는 부족했을까?
그 부족함을 ‘오로라’로 채우고 싶어서였을까?
사실 퇴사 결정 후 가장 먼저 버킷리스트에 올린 것은 ‘오로라 보러 가기’였다.
퇴사 결정을 팀장에게 알리기로 하기 전날 일요일 저녁, 본격적으로 ‘오로라 관광’을 검색해 본다.
‘헉!’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일단 비용이 몇 백만 원이다. 유럽, 미국은 출장으로만 가봤고, 동남아시아만 내 돈으로 여행을 다녀 봤기에, 이렇게 비쌀 줄은 몰랐다.
유럽은 3~4백만 원 대라고 생각했으나, 오로라를 보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비용을 지불해야만 했다.
‘오로라 여행’를 검색하면서, 핀란드나 아이슬란드가 아닌 캐나다에서도 오로라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캐나다 옐로나이프는 미국항공우주국이 선정한 세계최고의 오로라 관측지이며, 12월에서 3월이 가장 왕성한 오로라 활동을 관측할 수 있고, 3일 이상 머물 경우 오로라를 볼 수 있는 확률이 90퍼센트 이상이라고 한다.
나는 여행보다는 ‘오로라’ 자체를 보는 것을 원했기에 캐나다 옐로나이프는 가장 완벽한 선택이었다고 자부하며 여행사를 검색해 본다. 그리고 그냥 ‘예약’을 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