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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자씨 Feb 11. 2024

Episode-1 옐로나이프, 쉽게 갈 수 없구나!

무작정 오로라 보러 간 독거노총각 이야기#2

수상한 문자?


오늘 저녁 6시 45분 밴쿠버행 비행기를 탄다. 여행사 미팅은 오후 3시 30분.

아침 일찍부터 서두를 필요 없다.

짐은 어제 밤에 거의 다 쌌으니 여유롭게 짐을 제대로 쌌는지 점검하고 옐로나이프에서 오로라 구경 말고 뭘 할 것들이 있는지 인터넷 검색을 하고 있었다.

오전 10시가 좀 지났을까, 낯선 번호로 문자 한 통이 왔다.

국제 문자였다.


"Kxxxxx(영문 내 이름), Sorry for delay your flight... 어쩌고"

Air Canada....


내 이름과 예약번호까지 일치하는 걸 보니 문자는 제대로 온 것이 맞는 것 같은데, 문자에 찍힌 국가 번호가 +46이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스웨덴 국가 번호였고, 검색 결과에는 문자 스미싱 관련 글들이 상당수 포함 되었다.

응? 뭐지? 내 여행일정이 해킹되었나?

혹시나 문자에 포함된 링크를 누르는 순간 스마트폰이 해킹될 수도 있기에 문자를 완전히 삭제했다.

옐로나이프 관련 유튜브 동영상을 검색해 본다.

그러고 30분이 지났을까? 다시 또 국제문자가 왔다.


'Kxxxxx, we're very sorry, flight AC8478 to Yellowknife(YZF) was cancelled becasue of weather conditions at departuer airport.... 어쩌고, 저쩌고....'

뭐지? 이 수상한 문자들은?

아까와는 다른 번호인데  역시나 스웨덴 국가번호에서 온 문자다.

뭔가 잘못된 것 같아서, 환승공항인 밴쿠버 날씨를 검색해 본다. 지난밤 28cm의 폭설이 온 것으로 나온다.

헉! 그럼 이 상황이 진짜인가?

여행사에 전화해서 문의하니 아직까지 항공사로부터 그런 상황을 연락받지 못했으니 알아보고 연락해 준다고 했다.

전화를 끊고 나서 구글에서 나의 항공편 정보를 확인하니 원래 시간보다 3시간 정도 늦은 밤 9시 넘어서 출발하는 일정으로 변경된 것이 확인 됐다. 젠. 장.

그리고, 연결 편은 아예 취소가 되어 버렸고.

수십 차례 해외 출장을 다녔지만, 이런 경우는 경험해 보지 못했다.

공항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야 없지. 얼마짜리 여행인데... @Unsplash (Delay)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야 여행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비행기는 밴쿠버에서 늦게 출발한 영향으로 다시 인천공항에서 밴쿠버공항으로 가는 편이 지연된 것이고, 내가 원래 타야 하는 연결 편은 취소가 되었고, 그다음 비행기로 밴쿠버에서 옐로나이프로 가게 되면 밤늦은 시간에 옐로나이프에 도착을 할 수는 있지만, 그다음 비행기에 좌석이 있는지 확인이 안 되고, 일단 오늘 저녁에 출발을 하면 가는 중에 좌석가능 여부가 확인이 된다고 한다.

단, 좌석이 있어서 옐로나이프에 간다고 하더라도 일단 그날 밤엔 오로라 구경을 갈 수 없다고....

다른 방법은 일정을 완전히 하루를 미룰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하루를 미뤘다고 했을 때 그 다음날 비행기는 지연이 안 된다는 보장은 할 수 없다고 한다.

(아니 도대체 어쩌라는 건가...)


결국 오늘 저녁에 가는 것은 다음 비행기를 못 탈 경우 밴쿠버에서 하루를 머물러야 하기에 최종선택은 완전히 하루를 미루는 일정으로 결정했다.

난 백수니까, 시간은 내 편이니까.

덕분에 하루라는 시간이 더 생겨서 옐로나이프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알아볼 수 있었다.




이제 오로라를 보러 떠나는 거야!


다음 날 아침. 점심을 먹고 집 근처 버스정류장으로 가서 공항버스를 기다린다.

스마트폰에 깔린 어플에서 확인한 버스시간표와 인터넷상의 시간표의 정보가 다르다.

결국 거의 30분을 기다려서야 공항버스 한 대가 도착한다.

버스 기사님이 내려 짐을 버스에 옮겨 실으며 말씀하신다.


"버스표는 다들 예매하셨죠?"

(어랏, 나는 안 했는데...)

"현장 발권도 되죠?"

"확인해 봐야 되는데, 한 자리 남은 걸로 봤으니 일단 타세요."


버스에 올라 현장 결제를 하려는데, 결제가 안 된다.

그 사이 누군가가 발권한 것 같다고 한다. 내리란다.

버스에서 내려 버스표 구매를 위해 어플을 설치한다.

뭔 놈의 인증을 그렇게나 요구하는지. 급하니 자꾸 오타가 생기고, 자꾸만 초기화면으로 돌아가고...

30분 가까이 스마트폰과 실랑이를 벌인 끝에 어플 설치와 로그인에 성공한다.


그. 러. 나!


이미 앞으로 2대의 버스가 매진이다.

3번째 버스를 타면 공항에 너무 늦게 도착한다. 그나마 여유 있게 나왔는데도 이렇게 되다니.

여유롭게 공항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쇼핑도 하려고 했는데...

다시 또 한숨이 나온다.


'아니, 공항버스 티켓하나를 예매하려 해도 이렇게 번거로우면, 어르신들은 어쩌라고... 현장 판매 티켓을 조금이라도 확보하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라고 속으로 화를 내 봤자, 화가 난 나 자신만 손해다.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공항버스를 이사 와서 처음 이용했다. 예전에는 도심공항터미널에서 쉽게 버스를 탔었는데. @Unsplash

'그래, 그냥 내 차를 운전해서 공항으로 가자. 비용은 발생하겠지만, 장기주차장에 주차하면 되니까'


만차!

인천공항 제1터미널 장기주차장에 도착했다.

어랏 그런데,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만차'표시와 입구를 막은 바리케이드들이다.

주차장 입구에서 관리직원 분들이 종이 한 장을 주시며 임시장기 주차장으로 가란다.

'무료' 란다.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무료라는 것은 좋았지만, 나중에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겨우 임시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셔틀버스를 타고 원래 예정보다 1시간도 넘게 늦어서야 여행사직원과 어쩔 수 없이 단독미팅을 할 수 있었다.

'이제 티켓팅을 하고 늦은 점심(?)을 하고 면세점 쇼핑까지 마치고 탑승만 하면 이제 오로라 보러 가는 거야!'

에어캐나다로 티켓팅을 하러 간다.

티켓팅을 하는데 뭔가 이상하다. 짐을 부치려면 추가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상하다. 그런 이야기 들은 적이 없는데, 짐 하나 부치는 것은 보통 포함되어 있을 텐데...'

데스크 직원은 짐 크기가 기내 반입가능한 크기이니 그냥 들고 가도 된다고 한다.

여행사에 확인해 보겠다고 하고 전화를 하니 담당자 통화 중이라 잠시 후에 연락을 준다고 한다.

항공사 데스크 직원이 뭔가를 계속 확인해 보더니, 그냥 짐을 무료로 부쳐 준다고 한다.

"와, 감사합니다!"

(사실 이때 짐을 부치지 말았어야 했다.)


티켓팅을 마치고 한국에서의 '최후의 만찬'을 즐긴다.

(사실 출장 갈 때마다 탑승전에 한식 식사를 즐겼다.)

김치찌개와 고등어구이 한상. 공항물가는 비싸지만, 그래도 먹고 가는 게 좋다.

이제 마지막 단계인 보안검사, 출국심사, 면세점 쇼핑을 마치고 비행기 탑승!

자!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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