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오로라 보러 간 노총각 이야기#3
난생처음 타본 Air Canada.
기내 방송은 프랑스어와 영어 그리고 한국어로 안내해 준다.
이륙이 조금 늦어지긴 했지만, 어쨌든 이륙은 했다.
이륙 후 저녁식사는 소고기+Mashed Potato 또는 살짝 매운 돼지고기와 밥이다.
도착 전까지는 그래도 한식에 가까운 걸 먹어야지. 돼지고기를 달라고 한다.
음료는 당연히 레드와인, 화이트 와인도 하나 더 달라고 해서 마신 후 잠을 청한다.
옆자리에 앉은 아이가 계속 꼼지락 거리면 툭툭 건드려서 깊은 잠을 잘 수 없었다.
개운하게 양치질을 하려 했으나, 에어캐나다는 치약/칫솔을 제공하지 않았다. 미리 챙겨 둘 걸 그랬다.
자는 둥 마는 둥, 또 한 번의 식사를 제공하였으나, 뭐였는지도 잘 기억이 안 난다.
거의 도착 2~3시간 전에 잠이 들었다.
착륙준비한다는 기내 방송에 깨어 보니 밴쿠버 도착예정시간이 12시 50분, 원래 예정시간보다 1시간이 늦었다. 옐로나이프로 가는 비행기 출발시간은 13시 40분. 서둘러야 한다.
밴쿠버공항 입국수속은 키오스키에서 셀프로 한다. 한국어 지원이 되어서 어렵지 않게 완료한다.
역시나 캐나다 국내선을 이용하려면 또다시 Security Check를 해야 한다.
옐로나이프 가는 비행기의 Gate는 완전 끝에 있었다.
13시 30분에 게이트에 도착했는데 아직 탑승시작 전이다.
13시 40분 Departure가 13시 40분에 탑승을 시작한다는 뜻인가?
탑승 대기 줄이 만들어져 있기는 했는데, 역시나 보딩 콜 나오기 전에 줄을 서는 사람들은 모두 동양인들 뿐.
여기저기서 일본어가 들린다.
역시 옐로나이프가 동양사람들 특히 일본, 중국 사람들한테 인기가 많다는 게 사실로 느껴진다.
한국사람은 많아 보이지 않는다.
오로라 하나 보자고 여기까지 오는 사람은 많을 것 같지 않다.
역시 예상대로 작은 비행기다.
어찌 된 건지 모르겠지만, 옐로나이프 가는 비행기도 1시간이나 늦게 출발했다.
옐로나이프로 가는 비행기는 예상보다 작았다.
옐로나이프라는 동네의 규모가 예상되는 비행기 Size다.
밴쿠버에서 옐로나이프 가는데도 또 지연 출발이다. 원래 출발 시간보다 1시간 이상 지나서야 출발.
옐로나이프에는 저녁 6시 반 넘어서 도착예정.
짐 찾고 뭐 하다 보면 저녁이나 먹을 수 있을까 싶다.
비행시간이 3시간 남짓이라 잠시 눈을 붙여 볼까 했으나, 이제 다시 자면 오히려 시차적응이 안 될 것 같아 그냥 깨서 가기로 한다.
옐로나이프에 도착해서 비행기에서 내려 내가 타고 온 비행기를 다시 보니 귀여웠다.
인터넷에서 공항은 지방 버스터미널 같이 작다는 글을 본 기억이 났는데, 진. 짜. 그 표현이 딱 들어맞았다.
내리자마자 들이킨 공기는 영하 30도의 공기. 기침이 저절로 나온다.
처음으로 마셔보는 영하 30도의 공기다. 맛있다.
짐이 나오는 곳에는 북극곰 모형이 있었다. Baggage Claim 은 이곳 하나다.
한국인 가이드를 쉽게 만났고, 다른 한국 관광객도 함께 있었다.
그중 4인 가족이 있었는데, 그들은 하루 먼저 출발해서 밴쿠버에서 하루를 보냈다고 한다.
만약 내가 전 날 출발 했다면 그들과 함께 했을 것이다.
'하루 미뤄서 출발하길 잘했다 싶었다.'라고 생각하며 짐이 나오길 기다렸다. 모든 짐이 다 나왔지만 내 짐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밴쿠버에서 환승할 때 돌이켜 보면, 나는 비행기에서 내려서 겨우 탑승시간에 맞춰서 환승비행기를 탈 수 있었는데, '이 짧은 시간에 내 짐은 제대로 옮겨졌을까?'라는 의심이 들긴 했었다.
나쁜 예감은 언제난 들어맞듯이 내짐은 오지 않았다.
역시나 짧은 환승시간 탓인 것 같다.
가이드는 워낙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 놀랍지도 않다고 했다.
Missing Bagage를 신고하는 QR Code를 Scan 해서 나의 예약번호, 짐의 형태, 색깔, Size 정보를 입력하고 옐로나이프에서 나의 숙소 주소를 입력하면 다음 날 정도에 짐을 숙소로 보내 줄 것이라 한다.
짐 속에는 갈아입을 옷, 세면도구와 30개의 핫팩, 신발에 깔창형태의 핫팩 10세트가 들어 있다.
오늘 밤 당장 오로라를 보러 가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러거나 말거나, 여행사 셔틀버스를 타고 호텔로 간다.
호텔에 가면 숙소에 이미 방한복 세트가 있으니 그걸 착용하고 시간에 맞춰 호텔로비에 내려와 있으라고 한다.
호텔에 도착하니 여유시간은 30분 밖에 없다. 배도 고프고, 피곤하고, 옷도 없고, 핫팩도 없고....
구글 지도를 보니 편의점이하나 있다.
'그래, 양치질은 해야지. 면도도 하고. 물도 하나 있어야 하고.'
방한복을 서둘러 입고 근처 편의점에서 치약, 칫솔, 면도기, 물 한 병을 사서 다시 숙소에 갖다 놓고 로비에서 가이드를 기다린다.
많은 사람들이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대부분 일본사람들이었다.
나중에 알았는데, 나의 숙소인 Quality Inn & Suite는 시설이 그리 좋지는 않았지만, Down Town 중심에 있어서 Down Town을 돌아다니기는 좋았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Explorer 호텔을 숙소로 잡았다.
어차피 혼자 왔기에 숙소가 큰 의미는 없다. 따뜻한 물로 샤워할 수 있고, 따뜻하게 잘 수 있으면 그만이다.
오로라빌리지의 셔틀버스가 Quality Inn을 시작으로 3군데 호텔을 거쳐 오로라빌리지로 향한다.
Quality Inn에서 타는 한국사람은 4명이었는데, 다른 호텔을 들리면서 한국사람들로 가득 찼다. 일본사람들은 아예 다른 버스에 몰아서 태웠다.
Yellowknife down town에서 30분 정도를 가니 오로라빌리지에 도착했다.
사진에서 봤던 그곳이다.
가이드로부터 10여분 안내 및 주의 사항을 듣고 오늘 지정된 티피(움막 같은 곳)로 이동했다.
티피 안에서 잠시 머무르다가 오로라를 보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운이 좋았는지 오로라를 보러 온 첫날 멋진 오로라를 보게 되었다.
어떻게 사진을 찍어야 하는지도 모르고 그냥 스마트폰으로 대충 막 찍었다.
(삼각대도 짐에 들어 있었기 때문에 따로 챙겨 온 디카는 의미가 없었다. ㅠㅠ)
'오로라'라는 낯선 단어가 나를 여기까지 이끌었고, 결국 단어마저 황홀하게 들리는 오로라를 내 눈으로 직접 맞이한 순간이었다.
너무 높은 비용과 소요시간으로 혼자밖에 올 수 없었던 옐로나이프, 오로라빌리지 그리고 오로라.
출발 전부터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오늘 저녁으로 컵라면 하나 밖에 못 먹었지만...
오늘본 오로라 만으로도 난 이미 만족했다.
추가 비용을 내면 새벽 2시 넘어서까지 오로라 빌리지에 머무를 수 있었지만, 너무 피곤해서 나는 새벽 1시까지 오로라를 만끽하며 숙소로 돌아왔다. 돌아오자마자 씻고 나서 누우니 그냥 바로 꿈나라다.
내일의 오로라를 기약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