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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자씨 Mar 24. 2024

Epilogue: 집으로, 그리고 다시 일상

무작정 퇴사하고 오로라 보러 간 노총각 이야기#8

오로라를 뒤로 하고 24간 걸려 집으로


어느덧 이제 오로라를 뒤로 하고 집으로 갈 시간이 다 되었다.

굿바이 오로라 빌리지, 안녕 오로라.

마지막 오로라 빌리지를 뒤로 하고 숙소로 돌아가 최종 짐을 쌌다.

핫팩을 거의 다 써버려서 짐은 좀 더 가벼울 줄 알았는데. 이런저런 기념품과 와인들로 짐은 오히려 더 커졌버렸다. 확실히 여행은 가볍게 떠나는 것이 좋다.

5시 50분 비행기라 공항 가는 버스를 4시 반에 타야 했기에, 짧은 잠에서 깨어나 오로라빌리지에서 제공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처음 왔던 옐로나이프 공항으로 향했다.

밴쿠버로 향하는 비행기에는 절반이상이 일본사람이었다.

아마도 한국사람은 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밴쿠버행 비행기. 다시 보니 반갑다.

여전히 공항과 활주로에는 눈이 쌓여 있었고, 이륙 준비 할 때 비행기를 녹이느라 녹색 액체를 한참 동안 비행기 전체에 뿌려 댔다.

이륙도 하기 전에 떠나는 아쉬움이 밀려들었다.


밴쿠버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일출을 맞이했다.

밴쿠버 공항에서 한식은 아니더라도 동양음식을 맛보고 싶었는데, 탑승장 밖으로 나가야 했고, 탑승장 내부에서는 결국 찾는데 실패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은 수제 햄버거.

밴쿠버 공항에서 모닝버거를 시켰다. 별로였다. 차라리 컵라면이...

그나마 환승시간에 여유가 많아서 공항에서 한숨 잘 수 있었고, 화이트와인을 살 시간도 있었다.

'Beef Noodle' 이래서 뭔가 했더니 반갑게도 '잡채'였다. 와인과 잘 어울렸다.

밴쿠버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시간이 올 때 보다 더 길지만 피곤해서 그런지 잠도 더 많이 자고 기내식도 더 맛있게 느껴졌다.


밴쿠버 되게 멀구나.
짐이 많이 무거웠나 보다. 캐리어 한쪽이 깨져 버렸다.

도착예정 시간에 잘 맞춰 도착했고, 짐도 잘 도착했고(캐리어가 망가졌지만), 출국, 세관 문제없이 통과했다.

이제 차를 찾아 집에 가면 된다.


내 차는 어디에?

캐나다로 갈 때 차를 임시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갔었다는 게 생각났다.

보통 장기주차자 가는 셔틀버스는 3층에 있는데, 임시주차장으로 가는 셔틀은 4층에 있어서 도착하자마자 헤매기 시작. 불친절하게도 셔틀버스는 임시주차장에 정차하지 않고 원래 정거장에서만 정차했다.

주차위치를 사진으로 찍어 두었으나 무용지물이었다.

해가 져서 방향을 가늠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네이버 지도와 임시주차장 위치를 대충 감으로 잡아서 겨우 차를 찾을 수 있었다.

이 여행은 마지막까지도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집으로 가는 길, 인천대교.

집에 도착해서 가방을 풀고 기념품들을 늘어놓으니, 내가 오로라를 보고 다시 집에 돌아온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예쁜 쓰레기들 추가!

Epilogue


연재의 시작

오로라를 보고 와서 며칠 동안은 내가 오로라를 본 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정도였다.

밤만 되면 오늘 밤에 또 오로라를 보러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며칠동안 했는지 모르겠다.

문득 이번 오로라 여행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다.

연재를 하다 보니 이야기가 길어져서 2편이 더 늘었다.


총평

처음으로 혼자 떠난 해외여행. 전반적으로 매우 만족스러웠다.

단지 오로라를 보고 싶다는 핑계로 별다른 준비를 안 했던 것은 후회되는 부분이고, 확실히 배운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옐로나이프에 갈 때는 주말을 끼고 가지 말 것.

두 번째, 다른 액티비티를 미리 예약할 것.


좋았던 점.

오로라를 아주 선명하게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혼자온 여행객에게 말 걸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밀려드는 단상들...

오로라 여행 후 많은 사람들에게 사진과 후기들을 들려줬을 때 대부분 반응은 부럽다와, 왜 오로라만 보고 왔냐는 것이었다. 부러운 것은 알겠는데, 오로라 말고 다른 그냥 흥미가 없었을 뿐이다.

여행일정을 변경해서 나이아가라 폭포를 본다던지, 대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는 밴프에 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알게 된 또 다른 사실은 나는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물론 여행지에서 사람들을 만나서 함께 다닐 수도 있지만, 나의 낯가림과 부담스러운 나이는 혼자여행을 즐기기에 무리가 있다는 것도 느꼈다.


결국, 좋은 다른 곳은 언젠가 연인이든 친구든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도 있을 것이니 다음으로 그냥 미루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생각했다.


그리고, 이번 여행에서 내가 설경을 무척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귀국 후에 설경을 보러 혼자서 산을 4곳이나 다녀왔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다.

다행히 귀국 후에 한국에 폭설이 2번 정도 와서 늦겨울임에도 설경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어쩌면 오로라가 준 또 다른 선물일지도 모르겠다.

덕유산과 발왕산 설경으로 연재 끝!

(연재를 끝내려고 하였으나, 10회 까지 써야 브런치북을 발행할 수 있어 2개 이야기 추가 예정)

2월에 내린 폭설 덕분에 덕유산의 아름다운 설경을 만끽할 수 있었다.


발왕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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