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퇴사하고 오로라 보러 간 노총각 이야기#9
오로라를 보고 와서 며칠 동안은 꿈을 꾼 기분이었다.
그러다 문득 눈이 쌓인 산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오로라와 설산은 아무 관계가 없지만, 4박 5일 동안 진짜 겨울왕국 같은 곳에 있다가 와서였을까?
아니면 오로라가 그리웠을까?
캐나다에서 돌아온 시점이 1월 말이었고 한 겨울은 이제 지나서 눈이나 제대로 볼 수 있을까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런데, 때마침 2월 초에 대한민국 곳곳에 폭설이 왔다.
오케이 눈이 그치고 나면 눈꽃구경하러 산에 가야지!
난 등산을 싫어한다. 계속해서 오르막을 오르는 것이 당연히 힘들어서이고, 힘들어서 빨리 끝내버리려고 하니 걸음은 빨라지고 체력은 더 빨리 고갈된다. 그래서 더 지쳐서 더 힘들다. 악순환이다.
하지만, 높은 곳에서 탁 트인 풍경을 감상하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그렇다면 정답은 케이블카!
그래! 케이블카로 최대한 높은 곳에 갈 수 있는 산으로 가자!
그래서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으로 갈 수 있는 산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덕유산, 발왕산, 가리왕산 그리고 설악산.
설명이 필요 없다. 최고다!
케이블카 도착점에서 정상까지는 15분 정도 소요된다. 눈이 쌓여 있으면 엄청 미끄럽기 때문에 아이젠은 필수다.
날씨는 화창했고, 바람도 그리 심하지 않아서 너무 좋았다.
역시나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
용평리조트 케이블카로 갈 수 있는 발왕산.
천년주목 숲길을 데크길로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원래 동계올림픽이 끝나면 철거하고 원복 하기로 했으나, 지자체에서 철거하지 말고 관광상품으로 계속 두기를 원해서 일단 24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계속 유지하기로 했단다.
없어질 수도 있으니까 가보자!
데크길을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 거의 전부라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근처까지 개방해서 갈 수 있도록 하면 사람들이 더 많이 찾을 것 같다.
너무 짧은 케이블카.
폭설로 인해서 케이블카 도착점에서 더 이상 갈 수 없었다. 권금성과 봉화대 까지는 가보고 싶었는데...
이제 다시 직장에 다니게 되면 다음 겨울에 눈이 왔을 때 2~3일 후에 연차 내고 눈 덮인 산에 가려고 한다.
그때는 혼자 말고 누구랑 같이 갈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