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평온 Feb 13. 2024

상실의 슬픔으로 아파하는 너에게

『아툭 - 미샤 다미안 (글),요세프 빌콘 (그림), 보물창고』

매일 아침, 나는 창가에 놓여있는 초록 식물들에게 인사를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하나 하나 잎을 어루만지고, 향기를 맡고 시든 잎을 따 주는 것이 나의 아침 습관이다. 오늘도 변함없이 고사리 잎을 쓰다듬고, 제라늄의 작은 꽃망울에 한참을 머물렀다.

이 작은 초록이들이 내게 주는 위안과 기쁨은 생각보다 무척 크다. 일을 하다 가도 책을 읽다가도 어느새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초록 식물들이 눈에 들어오면 마음 속에서 편안하고 따뜻한 잔물결들이 퍼져나간다. 그렇게 나는 초보 식집사가 되었다.

지나친 애정으로 인한 과습, 뿌리 파리와 총채벌레의 습격 등등, 숱한 우여곡절을 겪고 있지만, 식물과 함께인 일상은 참 즐겁고 편안하다. 

한 포기의 식물에게 물을 주고 바람을 쐬게 해주고 벌레를 잡아주는 일, 어찌 보면 귀찮고 힘든 일일 것이다. 그런데, 왜 나는 이런 일들이 행복한 걸까?

비단 나뿐만은 아니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식물이나 동물들을 돌보며 기쁨을 느끼고 위안을 얻는다. 더 넓게 보면 자식과 가족을 사랑하고, 이웃과 나라를 생각하는 그 모든 어려운 일들은 우리에게 형언할 수조차 없는 만족감과 행복을 준다.     

새삼 모든 존재의 이유, 사랑에 대해 생각해본다.     



미샤 다미안 글, 요쳅 빌콘 그림의 『아툭』, 다섯 살이 된 이누이트 소년 아툭은 아빠에게 작은 갈색 개 한 마리를 선물받는다. 썰매개 ‘타룩’과 함께 행복하게 지내던 어느 날, 타룩은 그만 늑대에게 물려서 죽고 만다. 사랑하는 타룩을 잃은 아툭의 마음은 극도의 슬픔과 분노로 가득 찬다. 늑대를 죽이기 위해 사냥꾼이 된 아툭은 마침내 늑대를 찾아 복수한다. 하지만, 여전히 쓸쓸하고 공허한 채로 슬프게 길을 걷던 아툭은 문득 작고 가냘픈 한 송이 꽃 앞에 멈춰 선다. ‘행복하냐’고 묻는 아툭에게 꽃은 대답한다.     

“친구가 하나 있었으면 좋겠어. 세상이 온통 눈으로 덮여 내가 아주 오랫동안 땅 속에서 지내지 않으면 안 될 때, 그때 나를 기다려 줄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어.”     

아툭은 꽃에게 마음으로 속삭인다.     

“내가 너를 기다려 줄게. 긴긴 겨울 동안 너를 기다릴게. 네가 다시 돋아난다면 내가 너를 보살펴줄게. 거친 바람을 막아 주고, 동물들이 너를 짓밟지 못하도록 잘 돌볼게. 그래 그래, 작은 꽃아, 내가 너를 기다릴게.”     

이 그림책을 읽으며 사랑하는 타룩을 잃은 아툭의 마음을 느꼈다. 사랑이 강한 만큼, 더욱 강렬했을 분노와 복수심, 절절한 아툭의 고통에 마음이 아팠다. 사랑하는 타룩을 잃은 극도의 슬픔은 분노와 증오로 바뀌어 늑대에 대한 복수를 감행하게 했다. 

하지만, 사랑을 잃고 폭주했던 아툭은 결국 가녀린 한 송이 꽃에게 다시 마음을 열고 사랑을 시작한다. 

아툭을 통해 상실의 슬픔을 치유하는 가장 커다란 힘, 그것은 바로 존재에 대한 관심이라는 것, 오직 사랑만이 삶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오늘 하루도 내 곁에 있는 모두를 열심히 돌보고 사랑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흔들리는 너에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