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3. 나를 알아가는 글쓰기
꿈에 관해 이야기할 때면 항상 꺼내 보는 유리병과 편지가 있다. 2000년의 나로부터 온 편지 한 통이다. 중학교를 졸업하는 시점에 단짝 친구들과 10년 뒤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를 담아 타임캡슐을 만들었다. 이 편지는 2010년 2월 12일 개봉될 예정이었지만 2003년 내가 대학을 선택할 때 친구들 몰래 내 편지만 한번 열어보았으며, 그 이후로는 각자의 삶이 바빠 잊고 있다가 2010년이 훌쩍 지난 어느 날 친구가 결혼하기 전에 선물과 함께 보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직도 전하지 못한 한 통의 편지가 남아있을 만큼 제날짜에 개봉하지 못했던 건 우리의 20~30대가 현실을 살아가는 일로 바빴고 지난날의 꿈에 대해 떠올리며 웃을 만큼 여유롭지 못했던 탓이다.
나는 미래에 천문학자가 되고 싶다. 언제부턴가 별 보기가 좋아졌고 우주에 관심이 갔기 때문이다. 고등학교에 가면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지만 꼭 천문학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언젠가 우주선을 타고 달나라에 갈 수 있는...
내 어릴 적 꿈은 천문학자였다. 계기를 기억할 순 없지만, 중학교 2학년 즈음부터 진로 결정 시기가 오면 언제나 내 꿈은 천문학자나 과학자라고 말했다. 비록 잘하진 못했지만, 그 꿈 덕에 오랜 시간 공부의 끈을 놓지 않았다.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 를 읽고 필사하면서 내 지난날 꿈을 떠올려 보았다. 우종영 작가님이 밤하늘의 별을 보며 천문학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학교도 열심히 다닌 것처럼 나도 그랬다.
어렴풋이 기억하건대 같은 꿈을 가진 친구가 중학교 때 한 명 더 있었다. 우린 함께 청소년 천문학 교실과 같은 밤하늘의 별을 보는 행사에 참석했고, 별을 보기 전에 설치해 둔 텐트 속에 엄청난 개구리가 들어와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길로 별을 보지 않고 집으로 갔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런 추억이 천문학에 관한 관심을 놓지 않게 했고 도서관에서 과학동아와 천문학 관련 잡지를 찾아보게 했다.
고등학교에서 진로 상담을 할 때도 여전히 내 꿈은 천문학자였고 선생님은 국내에 5개 대학에서 천문학과를 운영한다고 했다. 좋은 대학에 갈 실력은 아니었기에 선생님께 다른 방법을 여쭤보았고 일반대학의 물리학과로 진학하여 관련 대학원을 가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그런 꿈을 가지고 학창 시절을 보냈다. 지구과학 선생님이 내 인생의 방향을 설정하는데 가장 크게 영향 준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지금의 너 성적으로는 갈 수 없어”,
“현실적으로 돈이 되지 않는 직업이야.”,
“그런 직업이 있을까, 다시 생각해 보는 건 어떻겠니?” 등 지금 생각해 보면 당연히 이런 말을 해주셨을 텐데 선생님께서는 당장 힘들면 돌아갈 수 있는 길을 알려주셨고 그 말을 믿고 내 진로를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고3 수능이 끝나고 물리학을 공부할 수 있는 대학을 찾기 위해 대학의 교과목을 샅샅이 살펴보았고,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직접 물어보면서 최종 선택을 하였다. 성적이 좋지 않았던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놓고 치열하게 고민했던 것 같다. 고3 신분으로 관심 대학의 교수님을 찾아가 상담까지 했다. 돌이켜보면 정말로 꿈을 찾는 일에 진심이었다. 내가 찾아갔던 교수님은 “학생이 원하는 길은 우리 대학에는 없어요’라고 말씀해 주셨고 그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비슷한 교과목이 있는 대학을 더 찾아보았고 신임 교수님들의 열정이 가득했던 학과를 찾을 수 있었다. 그들의 열정에 반하여 목표했던 바와는 조금 다른 길을 선택하게 되었고 그렇게 나는 공과대학에 진학했다. 그곳에서 물리학, 열역학, 전자공학 등 공학의 기초가 되는 학문을 배우면서 나는 알게 되었다. 이 분야가 너무 어렵고 나랑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천문학이란 순수학문을 연구하는 분야인데 물리학뿐만 아니라 한가지 학문을 파고들면서 공부하는 게 나에게는 너무나도 어렵게 느껴졌다. 물리학과로 갔다면 큰일 났겠구나, 공대로 와서 다행이라 생각하면서 천문학자의 꿈을 잊게 되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현실의 벽에 부딪혀 꿈을 접었다는 게 아니라 꿈을 가지고 있었기에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비록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목표하는 바를 정확히 설정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끝까지 행동해 보는 경험들이 하나둘 쌓여 지금의 내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의 꿈과 목표로 인해 잘하지 못했던 공부를 손에서 놓지 않을 수 있었고, 목표하는 길로 가는 방법을 끊임없이 찾을 수 있었다. 그때부터 나는 적극적인 사람이었다. 입학하지 않은 대학교수를 찾아가 상담을 하고, 대학 교양 시간에 만났던 교수님들께 미래의 방향성에 대해 질문을 하고, 일하는 여성을 찾아 이런저런 현실을 묻는 메일을 보냈던 기억이 난다. 끊임없이 찾고 개척하고자 하는 사람에겐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치열하게 고민했던 순간들이 모여 지금의 내가 있게 한다.
모든 사람에게 거대한 목표가 아닌 소소한 꿈이 필요하다. 꿈을 가지기 위해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과 만나 나의 세계를 확장해야 한다. 멀리 있는 큰 꿈이든 가까이 있는 작은 꿈이든 꿈이 있는 사람은 앞으로 나아간다. 꿈이 삶의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꿈에 관한 이야기를 듣거나 관련된 책을 읽다 보면 가끔 그때의 일을 생각하고 떠올려 보게 된다. 비록 꿈에 100% 일치하는 삶을 살고 있진 않지만, 여전히 꿈을 좇으며 살아왔고 목표했던 바와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나는 앞으로도 꿈을 좇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도시에 살기에 별을 볼 순 없지만, 신기하게도 나는 매일 천체망원경을 바라보며 살고 있다. 언제나 꿈을 잃지 않고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속 깊은 곳의 소망이 나를 이곳으로 이끌어 준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