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에 젬병입니다만

Part 3. 나를 알아가는 글쓰기

by 여네니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집안일에 상당히 서툰 편이다. 요리도 못하겠고 청소도 못 하겠다고 넋두리를 펼치면 “언니는 일하잖아” 얘기하던 친한 동생의 말이 생각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육아휴직 하면서 쉴 때도 마찬가지였다고.


엄마 탓을 하고 싶진 않지만 내가 정리에 젬병인 이유는 엄마 탓이 분명하다. 엄마 집에 갈 때마다 엄마의 모습에서 내가 보이니까. 엄마도 나도 깔끔한 부류의 사람은 아니다. 대충 정리해도 만족하고 조금 지저분해도 크게 개의치 않는 편이다. 그렇게 나는 엄마를 닮아서라고 핑계를 대어본다.


가끔 깔끔한 언니의 집에 가면 깨끗해서 부럽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못 한다고 단정 지어 버린다. 실제로도 잘하지 못하고 30년이 넘는 세월을 이렇게 살아왔기에 사람이 어찌 변할 수 있겠냐고 고개를 젓는다.


모든 일을 마감 직전에 처리하는 이상스러운 성격 탓에 궁지에 몰려야만 청소를 한다. 정말이지 장난감이 발에 걸려 에이 소리가 나올 때쯤 청소를 한다. 나도 변하고 싶다고 여러 차례 결심해 보았지만 변하지 않는 걸 어찌하리.


한번은 큰마음 먹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 생각하여 집 정리 업체를 써 본 적이 있다. 하나부터 열까지 집안의 모든 물건을 다 끄집어내어 다시 정리하고 제자리를 찾는데 꼬박 하루의 시간이 걸렸다. 깔끔해진 집안 곳곳을 보면서 나도 남편도 너무 행복했다. 거금 30만 원을 썼지만 아깝지 않았다. 하지만 그 깨끗함은 오래가지 못했다. 결국, 엄마에게 소고기나 사 먹을 것이지 쓸데없는 짓은 왜 했냐는 갖은 잔소리만 들었고, 나는 괜한 자존심에 그런 데도 불구하고 만족한다고 애써 우겨보았다.


어느 날은 마룻바닥을 광나게 닦았다. 집안의 모든 매트와 장난감을 들어 올리고 반짝반짝 빛나는 마룻바닥을 원했던 날이 딱 하루 있었다. 물걸레 로봇청소기를 구매했던 날. 남편의 갖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당근마켓에서 이 기계를 건져왔던 그 날. 이 신기한 물건의 성능이 궁금해 그 어느 때보다 힘차게 청소에 임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 집에 꼭 필요한 물건이라며 나는 청소기보다 더 빨리 움직여 많은 물건을 정리하고, 건식 청소기를 돌려 먼지를 걷어내고, 야심 차게 물걸레 로봇청소기를 돌렸다. 그 시간에 물걸레로 대충 닦았으면 훨씬 빨리 끝났을 그 날의 청소기 성능 증명을 끝내고서야 역시나 어린아이가 있는 집에선 힘들겠더란 결론에 이르렀다.


그렇다. 나는 정리를 못 하는 사람이다. 태초에 지저분함이 몸에 밴 사람이다. 코를 찌르는 향수 냄새보다 살짝 불쾌한 암내가 더 편안한 사람, 반짝이는 새것보다 흠이 있어도 사용하기 편한 중고 제품을 선호하는 사람. 보기에 예쁘고 맛있는 음식만 찾아다니며 아름다운 순간을 남기기보다는 지금 당장 요기만 취해도 충분히 만족하는 사람. 이런 내가 깔끔 해봐야 얼마나 깔끔할 수 있을까? 그거랑 정리랑 무슨 관계가 있냐고 또 누군가는 볼멘소리하겠지만 생각 자체가 그러려니 한 내가 얼마나 반짝반짝 빛이 나게 집을 청소할 수 있을까.

요리도 마찬가지다. 또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나는 요리를 잘하지 못한다. 집안일을 뭐 하나 잘하는 것이 없으니 바깥일을 하는 게 맞는 듯하다.


둘째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 기간에는 요리 젬병 탈출을 위해 요리 수업에 참여했던 적이 있다. 그분은 암웨이 영업의 일부로 가정집에서 요리 교실을 열었다. 그 덕에 매주 여러 가지 요리를 배웠지만, 그 모든 것은 암웨이 냄비로만 진행되었다. 다행히 이성의 줄을 놓지 않아 그 비싼 냄비를 사진 않았지만 나는 대신 갖은 재료와 양념장과 이상한 가루들, 1년에 한번 해 먹을까 말까 한 중화요리를 위한 소스를 사들였다. 그것들은 또 엄마의 잔소리와 함께 쓰레기통으로 향했다.


사실 아이를 위해 엄마표 요리해 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깨끗하게 정리하는 법을 알려주고 싶고 쓰던 물건은 제자리에 가져다 놓을 수 있게 스스로 정리하는 자립심을 키워주고 싶다. 반짝반짝 광나는 집까지는 아니더라도 내 책상부터 정리할 것. 입던 옷을 아무 데나 벗어놓지 않고 쓰레기는 발생하는 즉시 쓰레기통에 넣을 것. 사용한 모든 양념장은 즉시 싱크대 아래 칸에 넣을 것. 등등 오늘도 조금씩 노력하고 있는 사소한 생활 습관들. 그저 그 습관만 유지하려고 오늘도 주변을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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