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감에 대하여

Part 3. 나를 알아가는 글쓰기

by 여네니

우리가 함께하는 시간이 쌓여갈수록 남아있는 시간이 적어짐을 인식하는 순간부터 나이가 들어가고 있음을 깨닫는다. 어린아이였을 때는 마냥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고 또다시 신나게 놀 수 있는 내일만을 기다렸다. 그저 수능을 빨리 마치고 어른이 되고 싶었고 지긋지긋한 공부를 그만하고 싶었음이 분명하다. 화려했던 20대 순간순간마다 나이 듦을 인식하지 못했고 스물여덟 살 친구들이 하나둘씩 결혼을 하면서 이제 결혼해야 할 나이인가에 대해 인식할 수 있었다. 그렇게 조급하게 서른을 맞이했고 서른하나의 끝자락에 가정을 꾸렸다. 지금 생각하면 크게 늦은 나이가 아니었지만 빨리 결혼한 친구들과 속도를 맞추고 싶은 마음에 아이도 빨리 낳고 그렇게 30대 초반을 달려왔다.


아이 키우며 정신없이 살다 보니 어느덧 훌쩍 나이 드신 부모님이 보인다. 부모님의 젊은 날도 우리와 같았겠지. 엄마가 지금의 내 나이쯤이었을 땐 집안 상황이 좋지 않아 많이 힘들었을 텐데, 관뒀던 일을 다시 시작하고 생계를 위해 아등바등했을 엄마의 모습이 떠올라 참으로 감사한 마음이 든다. 제 시기에 맞춰 취직했고, 순탄하게 결혼했으며 손주까지 안겨 드렸으니 자식 된 기본 도리는 했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렇게 정신없이 흘러가는 행복한 시간에 반비례하여 우리가 함께하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음이 때론 슬픔으로 다가온다.

시간이 흐를수록 삶을 짊어지는 무게는 무거울 것이다. 언젠가는 아프게 될 것이고 언젠가는 내 곁을 떠나게 될 것이다. 함께하는 시간이 길었던 만큼 슬픔의 무게도 크게 느껴질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서부터 나도 나이가 들었음을 느낀다. 지금 무탈하고 행복한 이 순간을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지 생각할 때마다 조금 더 잘해보려고 노력한다. 사소한 일로 언쟁을 높이고 짜증 낼 때마다 금방 후회한다. 왜 그랬을까. 돌이켜보면 참 짜증 많은 딸이었다. 집안의 장녀로 내 말이면 다 들어주는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가끔은 너무나 사소한 일로 화를 내고 상처받는 말을 내뱉은 것 같다. 딸을 키우며 엄마의 위치에 서 보면서 느끼게 된다. 많이 짜증 내고 많이 화내도 엄마는 항상 너그러웠고 내 의견을 존중해줬다. 나도 엄마처럼 내 딸들에게 그럴 수 있을까. 그 어떤 시련과 고난이 닥쳐도 언제나 엄마 품은 따뜻했다. 그렇게 기억된다.


우리에게 얼마의 행복한 시간이 남아있는지 알 수 없지만 너그럽게 받아 넘겨주신 그 시간만큼 나도 행복함과 기쁜 마음만 베풀면서 살아가고 싶다. 부모님, 오랜 시간 우리 곁에 건강하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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