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일기
기대가 무르익었을 때, 기다리게 하신 이의 섬세하심에 따라 생명이 우렁찬 울음소리로 찾아왔다.
열 달 동안 온몸으로 나에게 노크하던 아이는 낯설었다. 아이가 빠져나가 허전해진 공간과 끊임없이 나오는 빨간 덩어리들이 아이와 완벽히 분리되었음을 상기시켜 주었지만 나는 한동안 아이가 있던 익숙한 자리를 쓰다듬었다.
익숙함이 낯설어지면서 찾아온 두려움이 나를 겁먹게 했다. 그러나 낯선 이는 익숙한 체온으로 나를 위로했고 나도 낯선 세상으로 떨어져 나와 우는 아이를 익숙한 목소리로 위로했다.
아이가 이름을 갖게 된 이후에도 나는 꽤 오랫동안 아이를 감자라 불렀다. 여러 개의 씨앗들 중에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어 내 안에 들어와 싹을 틔운 감자. 싹을 틔우기도 전에 꿈으로 찾아온 감자.
꿈꾸게 하신 이의 위로가 나와 아이를 다시 이어주었다.
여전히 아이는 익숙하면서 낯설다. 매일 새롭고 매일 놀라우며 매일 따듯하다. 그런 아이를 매일 궁금해하는 엄마가 되기를, 시선을 하늘을 향해 높이 두고 살라고 지어준 아이의 이름으로 아이에게 소망하듯이, 눈을 들어 산을 보며 위로와 평안이 어디서 오는지 들려줄 수 있는 엄마가 되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