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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심 May 02. 2024

D+14 집으로

엄마의 일기

둘이 살던 집에 아이를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 이 공간에 아이와 함께 있는 모습이 상상이 안된다며 이야기하던 일이,


임신 막달, 소식 없는 아이에게 똑똑 문 두드리듯 낮이고 밤이고 한강 산책을 다니며 남산을 올랐던 일이,


짝꿍과 마지막 만찬이라며 끝날 듯 끝나지 않게 계속 맛있는 거 먹으러 다녔던 일이,


아이가 온다는 게 두려우면서도 어서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던 시간들이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병원과 조리원을 거쳐 아이와 함께 집으로 오던 날 여러 복합적인 감정과 감성에 젖어 눈물을 흘렸던 나 또한 어느새 저만치 뒤로 가있다.


집에서 온전히 육아를 경험하고 있는 고작 2주의 시간 만에 나는 아이가 겨우 자는 한두 시간 동안 해놔야 할 일들을 계속 생각한다.


새벽 수유 중에도 기저귀 냄새를 맡고, 다음 텀이 언제가 될지, 젖병이 몇 개가 남았는지, 물 온도는 맞춰져 있는지, 다음날 오전엔 무슨 옷을 입힐지, 냉장고에 있는 식재료로 며칠을 버틸 수 있는지 등을 계산한다.


하지만 계산하지 못하는 아이의 마음은 너무나 어렵다. 사랑스럽고 사랑스러운 아이의 마음을 잘 알아주지 못해 그저 미안하다.


그래서...

수면교육 책을 주문했다. 수면‘교육’이라 하지만, 아이의 울음소리와 마음에 조금이라도 닿으려는 엄마교육이다. 아이야, 엄마가 좀 더 잘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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