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일기
아가야, 우리 아가야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니?
지구가 해님 둘레를 끝없이 빙빙 도는 것처럼 너를 사랑해
<사랑해 모두 모두 사랑해>, 메리언 데인 바우어
아이가 백일이 좀 넘은 작년 크리스마스 때쯤부터 제법 그림책을 관심 있게 보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것저것 고민하다가 다양한 꾸밈과 표현으로 사랑을 이야기해 주면 좋을 것 같아 크리스마스 선물 겸 그림책, '사랑해 시리즈'를 준비했다.
하나하나 읽어주다 보니, 아이를 위한 선물이기 이전에 꼭 나를 위한 선물 같다. 아이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마음과 사랑해 마지않는 그 시간들이 너무나 당연스럽고 자연스러워서, 나와 아이와 그리고 우리를 품고 있는 이 곳의 공기가 따듯해진다. 목마른 오리가 소나기를 좋아하듯이, 겨울잠에서 깬 곰이 봄 냄새를 좋아하듯이, 고양이가 따듯한 햇볕이 드는 창가를 좋아하듯이, 해가 서산 너머로 질 때나 아침 해가 뜰 때에도, 바람이 불거나 잠잠할 때에도 아이를 사랑한다. 아이를 사랑하는 일은 불가항력이다. 이토록 사랑스러운 아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아이. 책을 읽으며 사랑을 전할수록 그 사랑의 마음이 자꾸만 커진다.
사랑을 받아본 사람이 사랑을 주는 게 더 쉽다고 했던가. 나는 엄마의 부재와 아빠의 어긋난 사랑으로 부모가 되는 것이 두려웠다. 아이를 건강하게 사랑할 수 있을지 나 자신을 끊임없이 의심했다. 의심할수록 사랑에서 멀어졌지만 아이에게 사랑을 주고 싶었다. 처음 아이를 안고 '사랑해'라는 말을 입 밖으로 꺼냈을 때, 그 단어 자체가 얼마나 어색하게 들리던지. 분명 사랑은 하는데, 사랑을 전하는 것이 참 어색했다. 내 마음의 크기가 얼만한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책의 도움으로 사랑을 전하자 사랑의 형태가 빚어졌다. '내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이렇구나.' 책을 읽어주며 사랑을 전할 수록 그 마음은 더 커져서 때론 가슴이 벅차 올라 눈물이 고일 때도 있었다. 그런 내 옆에 아이는 나란히 누워 페이지 하나하나를 꼼꼼히 쳐다본다. 내가 사랑한다 말하며 이마와 볼에 키스를 해주면 아이 얼굴에도 행복이 가득하다.
아이를 사랑하며 사랑을 배운다.
아이에게 사랑한다 말하니 나의 상처가 따스히 덮인다.
'사랑해'라는 말을 더 많이 사랑하게 된 오늘. 건강한 모습으로 아낌없이 사랑을 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사랑해 감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