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일기
아이가 곤히 잠든 틈에 아주 잠깐 나와 본 바깥
코끝이 금세 시릴 정도로 차갑지만 맑은 공기
가로등 아래 내리는 눈과 눈을 받아내는 골목길
내가 딱 좋아하는 겨울이다.
집 앞에 보이는 건
코너에 쌓여있는 분리수거된 물품들
골목에 부대껴있는 집들 사이로
어질러져 있는 바큇자국과 발자국들이지만
그래서 더 일상의 겨울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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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호르몬이 미쳤는지
따듯한 조명 하나에도
마음이 따스했다가 우울했다가,
방바닥에 흩날리는 내 머리카락 뭉치에도
웃다가 슬퍼하다가
극 F가 되어 감성에 젖어들고 아주 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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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지나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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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9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