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심 Jun 27. 2024

D+121 흩날리는 눈과 머리카락

엄마의 일기

아이가 곤히 잠든 틈에 아주 잠깐 나와 본 바깥

코끝이 금세 시릴 정도로 차갑지만 맑은 공기

가로등 아래 내리는 눈과 눈을 받아내는 골목길

내가 딱 좋아하는 겨울이다.


집 앞에 보이는 건

코너에 쌓여있는 분리수거된 물품들

골목에 부대껴있는 집들 사이로

어질러져 있는 바큇자국과 발자국들이지만

그래서 더 일상의 겨울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

요즘 호르몬이 미쳤는지

따듯한 조명 하나에도

마음이 따스했다가 우울했다가,

방바닥에 흩날리는 내 머리카락 뭉치에도

웃다가 슬퍼하다가

극 F가 되어 감성에 젖어들고 아주 난리다.


-

곧 지나가겠지



-

2023.12.19 겨울.

이전 10화 D+117 지구가 해님 둘레를 끝없이 빙빙 도는 것처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