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일기
D+168 엄마의 일기
1월 1일 세워진 수많은 계획들 중에 아직 실행되지 못해 켜켜이 쌓여가는 다짐들 속에서 내 다짐을 겨우 끄집어내 밖으로 나왔다. 미루고 미뤄온 운동에 비해 시작은 가볍고 상쾌하다. - 그래 나도 다시 할 수 있어. 밤공기는 차지만 춥지 않은 적당히 따듯한 겨울 온도. 딱 좋아!- 두둠칫 팝 음악을 틀고 가볍게 발을 굴린다. “운동을 시작합니다” Nike Run Club에서도 경쾌한 목소리로 운동의 시작을 알린다.
그러나 이내 옆구리가 힘들다고 신호를 보낸다. - 아, 저녁으로 육개장 칼국수를 먹었지. 달리려고 했는데 왜 무겁게 먹었을까- 곧이어 허벅지도 괴롭다고 짜증을 낸다. -아니, 내일 당장 연이어 뛰지 못할 수도 있는데 왜 오늘 나와서 사서 고생일까. 일주일에 한 번은 뛸 수 있을까. 어쩌다 뛰면 아무 효과 없지 않을까. 야식을 끊을 순 없는데… 달리고 와서 뭘 먹으면 건강한 돼지가 되지 않을까? 그래도 비실비실한 돼지보다 낫겠지-
쓸데없는 오만 생각을 하면서 발을 계속 굴러본다. 코와 입을 다 동원해도 더 이상 숨 쉴 구멍을 찾지 못하며 헉헉거릴 때 러닝 크루들이 우르르 나를 스쳐 지나간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결국 멈춰 섰다.
“거리 3.31 킬로미터 시간 26분 29초 평균 페이스 8분입니다” 귀에 들리는 여전히 경쾌한 소리. 고작 3km 평균 페이스 8분대라니. 병원+임신출산+육아로 거의 2년 만에 러닝화를 신었다.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고 쉽지 않다. 그래도 오늘 꺼낸 다짐이 한동안은 묵히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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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남편이 있지만, 아이를 보여주는 홈캠영상을 틀어놓은 핸드폰을 손에 꽉 쥔 채 달린다. 가만히 자는 아이를 흘끗흘끗 보며 묘한 해방감을 느낀다. 동시에 어서 들어가 옆을 지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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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야 오늘은 네가 아무리 옆으로 돌고 엎드리며 찡얼거리고 침대를 탕탕 쳐도 엄마도 통잠 꿀잠 예약이다.
202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