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일기
갓 백육십일을 넘긴 아이가 '어음마'라고 불렀다.
빤히 바라보기만 하지 않고 어음마라고 '불렀다'
불러놓고 딴청 피우는 아이지만 어음마는 살짝 설렌다.
엄마 되기를 간절히 바라다가, 엄마 되기를 포기했다가, 그러다 다시 엄마 되기가 두려워졌을 때 오히려 이제 진짜 엄마가 되고 싶어 졌던 나는 아이를 낳고 한동안 엄마라는 단어 자체를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이 너무 낯설고 어색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아이가 울면 '엄마 여깄어~ 괜찮아.', '어~ 엄마야, 엄마야~'하며 아무렇지 않게 내가 너의 엄마라고, 그러니 무서워하지 말라고 아이를 달래고 있다. 엄마는 어떻게 해야 되는 걸까 두렵기만 했는데, 아이를 낳으니 자연스레 엄마가 되었다. 물론 아이를 양육하는 데 있어서 건강한 엄마가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공부하며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그냥 엄마가 되는 것,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나는 이 아이의 엄마다'라는 것은 신비로운 일 같다. 엄마가 되는 것은 너무 어려운데 겁먹었던 것에 비해 나는 어느새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었다.
아이가 나를 향해 '어음마'라 하니 제대로 부른 건지 아닌 건지는 상관없이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나의 두려움과는 상관없이 아이는 그저 내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나의 존재마으로도 안심하고 만족해하며 행복해한다. 나를 부르고 나를 향해 미소 짓는다. 나는 늘 내가 부족한 엄마일까 봐 걱정하는데, 아이는 고민도 걱정도 없이 나를 부르며 미소 짓는다. 그래서 더욱이 세상 무해한 아이에게 상처를 주게 되면 어쩌나 두려워지기도 하지만 엄마를 향한 아이의 완전한 의지와 무해한 사랑에 나는 지금 당장 해줄 수 있는 걸 해주기로 한다.
꼭 끌어안고 "엄마 여깄어"하고 말해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