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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심 Jul 25. 2024

D+187 첫 열꽃

엄마의 일기

아이가 아파한다.

접종 후 집에 오는 길 곯아떨어진 아이.

곧 일어나야 해서 장난 삼아 볼을 찔러보아도 안 깨던 이유가 있던 걸까.


지난 세 번의 접종 때 모두 약간의 열과 찡얼거림 정도로 지나갔던 터라 이번에도 잘 지나가리라 생각했는데, 접종 후 몇 시간 안 돼서 몸이 뜨거워지더니 축축 늘어진다. 아프다 보니 자주 보채는데 아파서 떨어지는 눈물과 표정은 평소 마음대로 잘되지 않을 때 찡그리던 얼굴과는 정말 다르다는 게 새삼 느껴진다. 해열제든 열패치든 아무것도 준비가 안된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부랴부랴 해열제를 사 왔다.


아이는 평소에 자던 시간에 맞춰 곤히 잠들어 있다. 이따금씩 깨서 한 번씩 울지만 이내 곧 다시 잠에 든다. 잠을 방해할까 잠깐 깰 땐 들어가 보지 않지만 깊은 잠에 빠져 있을 땐 다가가 열 체크를 해본다. 미간을 찌푸린 채 잠든 아이 얼굴을 보며 앞으로 바이러스에 노출돼서, 혹은 다쳐서 수없이 아파할 날들을 떠올려 보았다. 대처가 능숙해지긴 하겠지만 때마다 마음이 아플 것 같다. 그럼에도 속상한 마음을 삼키고 의연하게 보살피겠지.


-오늘 사 온 해열제는 뚜껑이 열리진 않을 것 같다. 아이는 밤새 잘 자고 다음날 개운하게 일어나 발을 동동 거리며 나를 깨우고, 내가 다가가면 한번 씨익 웃어준 다음 세상 못생긴 표정을 지으며 시원한 기지개를 켤 것이다. 나도 아이의 산뜻한 인사에 따듯한 포옹으로 화답해야지. ‘굿모닝’-

이라는 따뜻한 상상을 하며 나도 잠이 들었다. 그러다 밤에서 새벽으로 넘어가는 어스름한 시각, 아이의 낑낑대는 소리에 놀라 잠이 깼다. 아이가 뜨겁다. 많이 뜨겁다. 체온계의 파란불에 39라는 숫자가 뜬다. 처음 보는 숫자에 허둥대다가 해열제를 급히 먹였다. 다행히 두 시간쯤 지나니 열이 조금씩 내려간다. 교차 가능한 약이 없어 네 시간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으니 안타깝다.


아침 일곱 시가 다 돼서 아이가 끙끙대며 잠에서 깨났다. 다행히 열은 다 내려갔다. 이마 뽀뽀를 해주고 기저귀를 갈 겸 옷을 내렸는데 온몸에 열꽃이 피어있다. 열꽃이 다 필 정도로 밤새 힘들었구나 싶어 안쓰러운 마음에, 처음 난 고열을 잘 이겨내 준 아이가 대견해 살며시 그러나 꽈악 안아주었다.

“굿모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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