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일기
하루의 시작과 끝의 경계가 모호했던 백일.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되는 루틴이 매일 되풀이되면서 사람에게 먹고 자고 싸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지 새삼 깨닫는다.
잘 먹으면 행복하고
잘 자면 안심이 되고
잘 싸면 기쁘다.
나와 백일을 함께 한 아이는 많이 자라주었다. 부모와 더불어 함께 노력하고 수고하고 있는 아이. 아이는 종종 우수에 찬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곤 하는데, 꼭 무슨 따듯한 말을 전하는 것만 같아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아이가 50일쯤 되었을 때, 나는 약간의 두려움을 가지고 조금은 뚝딱거리며 수면교육을 시작했다. 많이 힘들 거라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아이가 수면교육을 너무나 잘 따라와 주었고 역시나 아이의 수면교육은 엄마 교육이었음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새벽수유도 천천히 줄여나갔고 90일쯤 7시간 내리 자더니 99일부턴 12시간 통잠도 자 주었다.
백일의 기적은 없다.
백일동안 아이와 부모가 생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며 교감하며 이어온 애씀이 조금씩 더 나아지는 모습으로 빚어진다. '생'이 기적이다. 아이가 온 순간, 열 달 동안 엄마의 몸속에서 아이의 몸속 장기들이 하나도 어긋남 없이 조직되고 살 찌워져 밖으로 나와 숨을 터트리는 순간! 생이 바로 기적이다. 무수히 많은 위기와 시련의 연속에서도 엄마와 아이는 강하게 끈질기게 생을 이어 터트렸다. 우리는 이미 기적 안에 있다. 계속해서 기적을 이어 간다. 다른 많은 부모들이 백일의 기적을 맛보지 못했다 할지라도 좌절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은 통잠은 순간일 뿐이며 이후 다양한 이유로 밤잠의 패턴은 계속 바뀌기 때문이다.
생의 기적 안에서 아이와 내가 앞으로 또 어떤 모습들을 빚어갈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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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야, 앞으로도 잘 부탁해
고맙고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