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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심 Jun 06. 2024

D+95 아이의 아침

엄마의 일기

아이의 하루는 오전 7시 전후로 시작된다. 나보다 항상 먼저 기상하는 아이는 침대를 두 다리로 통통 치거나 부드럽게 옹알거리며 나를 부르곤 한다.


나는 날 깨우는 귀여운 소리를 얼마간 못 들은척하지만 이내 곧 다가가서 아이의 양 볼과 배를 쓰다듬으며 모닝 인사와 짧은 기도를 한다.

"감자야, 잘 잤어?

오늘도 새 하루의 숨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고 즐겁고 재밌는 하루 보내게 해 주세요."

그러면 아이는 나와 눈을 맞추곤 아침에만 특별히 보여주는 익살스러운 장꾸 미소로 화답한다.


아이를 침대에서 안아 일으키면 먼저 기저귀를 갈아 준다. 그리고 맘마를 먹이는데 이때 아이는 작은 손으로 쭈쭈와 나의 옷깃을 부여잡고 양껏 열심히 먹는다. 분유라테도 필요 없는 하루 중 제일 적극적인 시간.


트림하며 집 한 바퀴 돌고 식물과도 밤새 안녕을 나눈 아이는 피부관리숍에 들른다. 따듯한 물을 적신 밤부 손수건으로 지난밤 생긴 눈곱과 눈물, 침 자국을 닦아내고 손가락 발가락 사이사이를 씻어내면 배시시 웃는다. 그리곤 온몸에 보습로션을 발라주는데, 이건 영 맘에 들지 않는지 인상을 쓰며 낑낑거리곤 한다.


이제  아이는 모빌을 보고 나는 간단히 아침을 먹는다. 아이가 나와 모빌을 번갈아 보며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고 나면 8시 30분. 어느새 아침 낮잠에 들어갈 시간이다.


아이를 부드럽게 침대에 내려놓고

"낮잠 잘 시간이야. 있다가 만나."

하며 이마 키스를 하고 뒤로 물러나면, 아이는 사랑스럽게 하품을 두어 번 하며 조금 낑낑 대다가 금세 잠에 빠져든다. 나도 꼭 같이 자는 꿀 같은 아침 낮잠.


아이와 나의 하루가 시작되는 이 시간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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