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라이킷 46 댓글 3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그 이야기는 누구의 이야기 입니까?

by 한금택 Feb 13. 2025

저는 카페에 자주 가는 편입니다. 공부하는 학생들과, 연인들, 비즈니스 때문에 잠시 만나는 직장인들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부가 카페를 함께 오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이제 막 사귀기 시작한 연인들이라면 애틋함이 느껴집니다. 서로 동시에 말을 하거나 동시에 말을 멈추기를 자주 하지요. 서로의 손짓하나하나에도 과도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오래된 연인은 서로 편하게 말을 하고 가끔은 언성을 높이거나 장난을 걸기도 합니다. 하지만 부부라면 어떨까요? 마치 앞에 사람이 없는 것처럼 행동합니다. 먼 산을 보고 있거나, 스마트 폰에 집중합니다. 가끔씩 상대방이 말을 걸어오면 귀찮다는 듯 짧고 단정적인 말로 끝을 냅니다. 이런 두 사람의 분위기와 공기는 누구나 금방 알아챌 수 있습니다.  

가족은 이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이며 사랑의 완성체입니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으며, 오늘 직장에서 나를 희생하고 있는 이유가 가족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가족과 함께 있어도 고독한 것일까요?”     

오래된 부부는 대부분 대화가 없습니다. 그들이 대화를 하는 경우는 경제적인 의사결정이 필요할 때, 양육문제 가 전부입니다. 부모와 자식 간의 대화도 스마트폰에 자리를 넘겨 준지 오래입니다. 50대인 제가 스물 한살 살 딸에게 두 마디 이상 말을 걸기 어렵습니다. 함께 식사를 할 때 도 각자 스마트폰에 눈길을 멈추지 않습니다.      

가족과 대화가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세탁기 돌려”, “택배 받아 줘”, “용돈”, “밥 먹었니?” 겨우 한두마디가 전부입니다. 돌아오는 답변 또한 서술형이 아니라 Yes/No입니다. 

질문과 대답, 요청들, 짧은 설명이 전부입니다. 짧은 대화는 깊이 있는 의미를 전달 하지 못합니다. 마음속 깊은 고민과, 도미노처럼 이어져 온 나만의 슬픔, 오랫동안 준비해온 일이 무너지고 그 일의 진행되어온 상황들은 단문의 짧은 카톡으로는 전달하기가 불가능 합니다.      

우리에게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이야기에는 기승전결이 있어야 합니다. 왜, 어떻게, 그래서 라는 서술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 긴 이야기를 꺼내고 상대방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확보된 공간과 시간, 그리고 이야기를 상대방에게 잘 전달 하기 위한 특별한 상황이 준비 되어야 합니다. 이야기는 카톡의 단문이나, 번잡한 출근길, 유튜브에 집중하는 상대방에게 전달 할 수 없습니다.      

바쁜 일상과 피로감으로 점점 우리사회에서 점점 이야기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테이블을 마주하고 조용히 서로를 바라보며 적어도 30분 이상 이야기 할 수 있는 여유가 없습니다. 스마트폰에서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에 익사할 지경입니다. 긴 호흡으로 나의 이야기를 만들고 상대방에게 전달하기 보다는 대기업과 유튜버가 만든 이야기를 쉼 없이 소비하기 바쁩니다.      

사람들은 점점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을 잊어갑니다. 대신 메스컴과 sns를 통해 만들어진 이야기를 자신의 것이라 믿고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기업들은 끊임없이 매력적이고 자극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퍼트리고 , 사람들은 그 이야기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입니다. 그 이야기 속에 나오는 옷을 입고, 그 이야기속의 관계를 원하며, 깊이없는 철학과 신념을 자신의 것으로 비판 없이 받아들입니다. 이제 자신만의 이야기는 없습니다.      

사실 이야기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쉽지 않습니다.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의외로 많은 에너지와 시간이 필요합니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해보면 금방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중언부언하지는 않는지, 말하려는게 무엇인지 조차 까먹을 때도 있습니다. 또 상대가 내이야기에 흥미를 잃고 금세 스마트폰에 눈길을 주지는 않는지 신경을 써야 합니다. 우리가 제대로된 이야기를 위해 넘어야할 장벽들은 생각보다 높습니다.            

이야기는 한사람의 생각이며 삶 그 자체입니다. 가족간에, 연인사이에 아무리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더라도 이야기가 없다면 그 사랑은 기쁘지도,완전하지도 않습니다. 어떤 분은 마음만 있으면 돼지 뭘 미주얼 고주알 할것이 있느냐고 타박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아무리 숭고한 마음이 있더라도 표현하지 않으면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상대는 나의 마음까지는 모르기 때문입니다. 마음속 이야기는 복잡 하고,긴 시간동안 켜켜이 쌓여온 원인과 결과가 만들어 놓은 무형의 구조물입니다. 이것을 상대에게 풀어서 전달하는 것은 보통일이 아닌 것입니다. 

하지만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이 길고도 복잡한 자신만의 이야기를 공유 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야기가 자신의 삶 그 자체 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삶을 가족과 연인과 공유하는 법을 잊고 , 오직 유튜브에서 모르는 사람들의 만들어진 삶을 공유하며 살고 있지는 않은지 ...     

작가의 이전글 승진 누락자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