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른 둘에 가출

by 파란동화


서른 둘.

내 주변에는 결혼을 한 사람들과 하지 않은 사람들이 딱 반반이었다. 통장에는 천 만원 정도가 있었고 직업은 없었다. 제대로 된 스펙을 쌓기보다 허겁지겁 직장을 구하기 일쑤였고 그러다보니 이직을 밥먹듯 했다.



사는게 왜 이렇게 힘들지?

지금 돌아보면 온갖 힘들 수 밖에 없는 요소를 주렁주렁 달고 있었는데도 그때는 전혀 몰랐다. 내 인생이 왜 이다지도 힘든 것인지.



웃지 않는 표정

화장기 없는 얼굴

들쑥날쑥한 감정

불만을 표정에 다 드러내면서도 절대 말로는 하지 않는 못된 버릇.



세상의 호의를 받을 수 없는 모든 조건을 다 가지고 있었음에도



나는 키도 크고 날씬해

얼굴도 동안이고 이정도면 괜찮지

책을 많이 읽어서 지적이고

맡은 일은 뭐든 열심히 하니깐.



똑부러지게 일하고 시키지 않은 일도 스스로 하는데 왜 나는 매번 이렇게 힘들기만 한 거지?



사회생활에서는 일을 잘 하는 것보다 더욱 고차원적인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몰랐다. 잘 웃고 주변을 편하게 해주는 것. 나에게는 그것이 없었다. 지금에와서 인정하는 거지만 나는 주변사람들을 무척이나 불편하게 하는 성격이었다.



결국 나는 두 손 두 발 다 들고 말았다.

멋지게 패배하고 만 것이다.

친구, 이성, 가족, 직장이 모두 내 목을 조르는 것 같았다. 숨을 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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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는

서른 두 살에 가출을 했다.

심지어 혼자 살고 있는 자취생이었는데도 집을 버리고 가출을 했다.



핸드폰과 신용카드를 없애고 현금봉투를 챙겨서 고속버스를 타고 지방으로 내려갔다. 그리곤 야심한 밤에 터미널 근처의 아무 여관이나 들어갔다. 그 곳에서 소주를 원샷하고 밤새 울었다.



그 와중에도 쏘세지는 왜 그렇게 맛있던지. 사 온 소주가 너무 많아서 쏘세지를 앞니로 갉아 안주로 때워야 했다. 아무리 괴로워도 안주 없는 깡소주는 목구멍에 넘어가질 않으니 기가 찼다. 그때의 내 심리는 분명 안주따위 필요 없었는데. 세 병의 소주를 담으며 배가 너무 고파서 아무렇게나 손에 잡힌 쏘세지가 나를 살릴 줄이야.



한 달 동안 지방의 고시원에 머물면서 걷고 먹고 자고, 불면증으로 괴로워 하다가 또 걷고 먹고 자고,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해 괴로워하다가 눈을 뜨면 아무때고 나가 다리에 힘이 풀릴 때 까지 걸었다. 그것만 반복했다.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나의 가족은 한 달이 지나서야 나를 찾을 수 있었다. 제 발로 집을 나간 성인은 한 달이 지나야 경찰이 소재파악을 해 주기 때문이었다.



오빠와 언니의 손에 이끌려 서울로 돌아온 이후로 나를 건드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죽지 않고 살아있으면 그걸로 됐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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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나에겐 돈이 있었다. 천 만원인지 천 오백 만원인지. 결혼자금이라고 제대로 쓰지도 누리지도 못하고 꾸역꾸역 모으기만 한 돈이 수중에 있었던 것이다.



결혼은 개뿔

연애도 제대로 못하는데

망할 결혼자금 모은다고 나는 아무것도 해본 게 없어!

부아가 치밀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그 돈을 다 써버리기로 작정했다.

그 돈을 다 쓰고 나면 멋지게 사라지리라! 다짐했다.





「한번쯤은 도망쳐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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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은 쉬고 목요일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




파란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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