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쯤은 도망쳐도 괜찮아」 연재 시작합니다.

by 파란동화
삶은
자주 위협적이고 도전적이어서
우리의 통제 능력을 벗어난
상황들이 펼쳐진다. 그때 우리는
구석에 몰린 투우장의 소처럼
두렵고 무력해진다.

그럴 때마다
자신만의 영역으로 물러나
호흡을 고르고, 마음을 추스리고,
살아갈 힘을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숨을 고르는 일은
곧 마음을 고르는 일이다.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류시화





10년 전 10월.

혼자서 백두대간 종주를 했습니다.

그때의 저는 서른 두 살 이었고 마음의 구멍이 너무나 컸었어요.



아무리 노력해도 내 인생은 나락으로만 빠져드는 것 같았고, 그래서 저는 삶에 아무런 기대가 없었어요. 매일 아침 눈을 뜨는 것이 공포이던 시절이었죠.



그래서 산으로 도망을 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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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산에 갔던 이유는 '사라지기 위해서' 였어요. 산에는 바위며 절벽이며 위험요소가 많으니까 자연스럽게 사라질 기회도 많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우리나라 산은 등산로 정비가 너무나 잘 되어 있었고, 생각보다 우리나라 산은 자연이 너무나 아름다웠어요.



몇 개월동안 단 한번도 웃지 않았던 제가 산에 오른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아 꽃과 나무를 보며 웃고 있었죠. 몇 개월동안 사람을 피해다녔던 제가 다른 산객들에게 먼저 인사를 하고 있었구요.



그래서 계속 산을 올랐어요.



산을 오르면 '살 것' 같았거든요.





투우장의 소들은
자신만의 퀘렌시아가 있다.
투우가 진행되는 동안 소는
어디가 자신에게 가장 안전한 장소이며
숨을 고를 수 있는 자리인지를 살핀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자아 회복의 장소를 찾고 있으며,
삶에 매몰되어 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치유하고 온전해지려는
의지를 지니고 있다.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류시화




저에게는 '산'

퀘렌시아였던 셈이죠.



저는 사라지기 위해 산을 찾았다고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살기 위해 본능적으로 산을 찾았던 거 같아요.



마음속에 온통 세상을 향한 원망과 혐오밖에 없던 제가,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알고, 없이 살면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람으로 변할 수 있었던 것은



15kg이 넘는 배낭을 메고

홀로 주5일 등산제를 하며

생각을 비우고 마음을 비우고



그렇게 비워낸 자리에

자연이 주는 기쁨을 담고

다시 살아갈 기운을 담았기 때문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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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의 제 이야기가

지금 힘든 누군가에게는 분명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요. 단 한명이라도 저의 얘기를 들어주고 단 한명이라도 저의 얘기에 위로를 받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이유는 되겠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거야' 라는 기대가 아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쓰겠어' 라는 확고한 다짐으로



「한번쯤은 도망쳐도 괜찮아」

연재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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