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창업, 실패보다 남은 것

by 위하는 마음

컴퓨터 앞에서만 일하던 사무직 출신인 내가
어느 날 매장 바닥에 서 있었다.
오전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일주일 내내, 단 하루도 쉬지 않았다.


손은 거칠어지고, 다리는 퉁퉁 부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마음은 살아있었다.
‘내가 내 일을 하고 있다’는 감각. 그것만으로 버틸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창업은 ‘의욕’만으로 되는 게 아니었다.

계획도 있었고, 마음도 있었고, 각오도 있었다.
브랜드를 만들고, 메뉴를 개발하고, 홍보 문구를 쓰고, 케팅에, 매장에 나가 현장 일까지 했다.
그렇게 나는, 진짜 나를 일에 다 넣고 있었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나는 최선을 다했지만, 동료는 내 맘 같지 않았다.

공동창업이라는 구조 속에서 역할은 모호했고, 관계는 점점 금이 갔다.

결과는 좀처럼 따라오지 않았고, 불확실성만이 커져갔다.
매장을 닫고 들어오면, 하루의 끝이 아니라 내 의욕의 끝이 찾아왔다.


희망회로는 계속 돌았다.
“이달엔 나아지겠지.”
“이건 단기적인 흔들림일 거야.”
그러면서도 나는 점점 나를 의심했다.
정말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한 건 아닐까.
밤마다 멍하니 매장을 정리하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문득, 내가 나를 갉아먹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매장 문을 닫고 돌아오던 그 밤,
눈물이 났다.
다치진 않았지만, 많이 무너져 있었다.


‘나는 왜 이걸 하고 있는 거지?’
‘혹시… 나만 열심히인 건 아닐까?’
‘이게 정말, 내가 잘하는 일일까?’


그때 결단했다.

“내가 잘할 수 있고, 내가 나일 수 있는 일을 하자.”
그렇게 그만두었다. 실패였다. 누군가의 시선으로는.


하지만 나는 실패하지 않았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나를 갉아먹지 않는 선택’을 배웠다.
‘사람을 잃더라도, 나를 잃지 않는 일’을 배웠고
‘세상은 친절하지 않다’는 것을 배운 대신,
‘그 안에서 단단해지는 법’을 익혔다.


고통스러웠지만, 그만큼 배운 것도 많았다.
세상을 배웠다. 사회를 알았다.


그전의 나는 유리 온실 속 화초 같은 사람이었다.
내가 직접 구르고 넘어져보기 전까진 몰랐다.
사람은 잃을 수 있다는 걸.
그 속에서, 나는 나를 지키는 법을 배웠다.


그날 이후, 나는 더 이상 화초가 아니었다.
조금은 날이 섰고, 조금은 강해졌고,
무엇보다 ‘다시 시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바다에 던져져 보니, 헤엄치는 법은 절로 익혀졌다.
누군가는 그 시간을 ‘망했다’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 실패가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는 걸.


창업은 끝났지만, 나라는 사람은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결과는 실패였지만, 나는 실패하지 않았다.
그 시간은, 내 삶의 가장 깊은 뿌리가 되었다.




[다음 화 예고]
3화. 숫자에 빠져 살던 날들
성과라는 이름 아래, 나는 나를 너무 많이 포기했었다.

그리고 뒤늦게야 깨달았다. 수치가 말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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