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가장 힘든 건 일이 아니라, 사람이다.
그리고 회사에서 가장 고마운 것도, 결국 사람이다.
지표가 무너지고, 재고가 남아돌고,
기획이 수정을 거듭하던 어느 시기.
나는 회의실에 혼자 남아 있었다.
모니터에는 기말재고, 수요갭, 회전율 같은 단어들이 떠 있었고,
책상 위엔 위염약이 있었다.
그날도 그랬다.
회의가 길어지고, 팀장은 예민했고,
나는 혼자 숫자를 뒤엎으며 원인을 찾고 있었다.
그때 옆자리 동료가 조용히 말했다.
“오늘도 고생 많으셨어요. 진짜요.”
눈물이 핑 돌았다.
사람이 말을 고를 수도 없을 만큼 지쳤을 때,
그 짧은 한마디는 너무 따뜻했다.
그 말을 듣고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그날 이후, 나는 퇴근길에 그 말을 혼자 되뇌었다.
“오늘도 고생 많았어. 진짜.”
성과가 안 나오는 날에도,
리포트가 되돌아오는 날에도,
그 말을 떠올리며 하루를 버텼다.
회의에서 언성이 높아질 때,
상사 피드백이 날카롭게 들어올 때,
그 동료는 여전히 내게 웃으며 말했다.
“이번엔 좀 아쉽지만, 다음엔 잘될 거예요.”
그 다정함이 회사를 다시 다닐 용기를 줬다.
회사라는 곳은 누군가의 말이 곧 분위기고,
어떤 말이 나를 회복시키기도 하고, 망가지게도 한다.
성과가 모든 걸 결정짓는 곳에서
나는 다정함이 회사를 지탱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다정함이, 실수한 나를 끝까지 무너지지 않게 잡아주었다.
그래서 나는 기억한다.
성과보다 강한 말,
“괜찮아요. 다시 하면 돼요.”
그 말이 나를 다시 일어서게 했다.
성과는 잊혀져도, 다정함은 기억에 남는다.
지표는 지나가지만, 사람은 남는다.
[다음 화 예고]
5화. 나만의 일머리 루틴 만들기
버티는 것과 살아남는 건 다르다.
나를 위한 루틴이 생기자, 일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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