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절복통-스페인 여행기25

<25> 스페인에는 날강도가 참 많다.

by 평양이디엠

<25> 스페인에는 날강도가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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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는 날강도가 참 많다.

요상한 분장으로 인사를 먼저 건네더니 사진을 찍자고 하는 사람.

사진 찍자마자 20유로를 내놓으라고 한다. 10유로만 주고 왔다.

그라나다에서 내 손에 막 꺾은 로즈메리를 쥐여주고 “돈 워리 잇츠 프리~프리~”하더니

본인이 내 행복과 자손의 번창을 빌어주셨다고 돈을 달라고 한 집시. 2유로를 줬다.

왠지 2유로 어치 뽕을 뽑아야 할 것 같아 하루 종일 코에 대고 킁킁거리고,

핸드폰을 잃어버린 동에게 줬다.

동은 2유로 줄 테니까 제발 좀 그만하라고 졸랐더랬다.

그리고 바르셀로나에서 훌라후프를 팔로 돌리면서 돈을 받으려 하는 사람.

휘적휘적 횡단보도에서 손으로 훌라후프를 돌리면서 차를 돌며 수금을 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간단한 행위로 돈을 벌 생각을 한다니 황당했다.

내 생각에 ‘돈을 벌수 있는 것 = 노동’, ‘노동 = 신성한 행위’

블루칼라 노동자의 딸로 태어나 자라서 일까? 스페인의 정서에 안 맞는 걸까?

나는 그런 잔재주로 돈을 벌 생각을 한다는 게 건방지다 생각했다.

얼마 전까지도 스페인에서 본 가장 어이없는 일이라는 에피소드로 술자리에서 소비하기도 했다.

그러나 스페인에 다녀와 일기장을 정독하며 내 생각이 바뀌었다.

내가 뭐라고 다른 사람을 건방지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난 정말 오만한 사람이다.


남은 대충이라도 하고 있고, 나는 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 생각이 내 열등감의 기원인 것 같다.

나는 성실함 밖에 없는 사람이다. 열심히 사는 거와 잘 사는 것은 아주 다른데 나는 열심히만 살고 있다.

그림 그리는 거 사실 좋아하지 않는다. 해야 할 것 같아서 그린다.

그나마 제일 잘하는 일이라서 그리고 대충 하고 싶지 않다.

대충해서 사람들 앞에 나서고 싶지 않고, 평가받고 싶지 않다.

그런데 눈앞에 웃으면서 훌라후프로 장난치면서 돈을 버는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좋아서 하는 일 같았다. 좋아서 하는 아주 간단한 일로 사람들에게 평가받고 행복해 보였다.

그 부분이 내 삐뚤어진 마음을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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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스페인 광장, 미술관, 그 유명한 매직 분수쇼도 봤다. 그리고 밤에는 클럽에 갔다.

이비자는 지상낙원이었다면 바르셀로나는 서부 총잡이 무법지대였다.

세계 몇 대 클럽에 든다면서 미성년자도 많이 보이고,

여기서 처음으로 피부에 와닿는 인종차별을 당했다.

클럽에 가는 버스에서도 계속 헤이 취나! 취나!, 니하오 니하오는 소리에 화가 났는데

거리에서도 인력거 끄는 아저씨가 니하오 니하오 거려서 나는 뻐큐를 하고,

동이는 헤이 봉쥬~봉쥬~했다.

기껏 입장한 클럽도 제일 유명한 곳인데 너무 별로였다.

누가 봐도 어린 여자애들과 그들에게 치근덕대는 수염쟁이들

사람들은 휴대폰만 보고 있고 음악도 별로였다.

그래서 우리는 바다를 걸었다. 우리만의 시간이 훨씬 더 즐거웠다.


다음날 우리는 늦잠을 잤다. 그리고 사그리다 파밀리아 성당에 갔다.

사그리다 파밀리아 가우디의 역작 지금까지 봐온 성당과 달랐다.

흘러내리는 것 같은 요상한 형태, 군데군데 이솝빌리지, 장난감 같은 구조들이 세워져 있었고,

예수, 마리아 상도 묘사 없이 면으로 툭툭 쳐낸 게 인상 깊었다.

지금 이 시대에도 드문 이 건축기법을 1세기 전에 이미 만들어놓은 가우디가 새삼 대단했다.

또 뇌속이 궁금해졌다. 돈이 있다면 파는 책을 사고 싶었다.


구엘공원 여기도 표를 구하지 못해 무료입장 구간만 볼 수 있었다.

가우디가 생전에 ‘인간은 창조해내는 자가 아니고 자연에서 발견하는 자’라고 했는데 그 말이 맞았다.

구태여 뭘 더하고 모나게 하지 않고, 그 안에서 조화롭게 하는 것! 인간이 해야 할 것은 바로 그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돌로 만든 전실과, 모자이크로 포인트를 준 벤치는 세비야의 에스파냐 광장을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잃어버린 우리 핸드폰, 카메라가 떠올라 괴로웠다.


아! 그리고 파밀리아 성당을 보며 스케치를 하는데 어떤 분이 사진을 찍어갔다.

그림으로 관심받는다는 게 너무 좋았다.

흔치 않은 일이니까. 뿌듯해졌다.


아! 이날도 클럽에 갔다. 근데 안 들어갔다. 밤바다는 아주 난리였다.

누군지 머리를 가격했는지 온몸에 피 칠갑을 한 사람과, 주정뱅이들, 인종차별주의자

그리고 밤바다를 산책하는데 어떤 외국 청년이 우리한테 달려왔다.


여기 강도가 있으니 조심하라고 이 해변은 위험하니 얼른 저 계단 위로 올라가라고 소리쳤다.



의심이 많은 나는 강도 패거리와 한 통속 아닐까? 계단을 올라가면 강도가 있는 거 아닐까? 생각하며 동이 손을 잡고 뛰었고,

바로 며칠 전에 산 아이폰8의 안위를 걱정했다.

브라 속에 숨겨야 할까 바지 속에 숨겨야 할까 어느 곳이 안전할까 생각하며 올라간 계단 위에는

피를 철철 흘리는 남자가 있었다. 경찰이 뛰어다니고, 피 흘리는 남자. 우는 여자 아비규환이었다.

우리는 몸을 숙이며 버스를 타러 갔다. 맨 마지막 여행지인 바르셀로나의 이미지는 이렇게 박혀버렸다.

그리고 다음날 우리를 애타게 기다리고, 걱정하는 이들이 있는 한국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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