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ond cup세컨드 컵의 Martin이 해줬던 말이 기억난다.
진짜 커피도 아이스바닐라라떼 (이 당시 내가 유일하게 마시던 커피였다..) 말고는 종류도 잘 모르고 라떼아트는 시도도 못했는데, 일단 시켜주면 잘 배워보겠다고 막무가내로 얘기하는 내가 신기하기도 하고, 뭔가 예전 자신의 모습이 그려져 딱한 마음에, 그리고 진짜 눈빛이 너무 간절해 보였다나? 그래서 뽑았단다.
부족한 영어로 트레이닝을 시작했지만, 집에 와서 자고 다음날 다시 출근하면 내 머릿속에 지우개가 내 멋대로 작동해서 똑똑한 한국인 바보 만들 때! 그게 뭐였지 싶은데 하도 많이 물어봐서 물어보기 쪽팔릴 때까지! 다소.. 아니 많이 혼란스러운 올라운드로 2주일 배우다가 캐셔를 집중해서 하기도 하고 메인 바에서 바리스타를 전담하기도 하고.. 이런 식으로 단계적인 교육을 끝으로 지금의 나는 다른 코워커들처럼 메인 쉬프트 시간을 차지하고 있다.
올라운드는 카페일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전반적인 일을 한 번씩 해보는 거다. 우선 음료 포함 디저트 메뉴를 외우고, 손님 응대도 해보고, 주문도 받고 바에 전달하고, 설거지랑 청소도 해보는 시간이다.
저녁에는 파피루스에서 일을 해야 하니, 자연스럽게 Second cup에서 일하는 시간은 오전으로 고정되었다. 가게는 아침 7시에 오픈이었고, 저녁 10시에 마감을 했는데, 모닝-미들-나이트로 나눠서 직원들마다 평균 5시간씩 일을 했고, 바쁜 시간대를 대비해 1,2명씩 추가 배치되기도 했다. 대부분 직원들은 2주마다 사장님이 짜주는 스케줄에 따라 근무 시간이 변동되곤 했지만, 나는 투잡용으로 이곳에 들어왔던 터라, 사장님과 직원들이 최대한 배려를 해주어 주중은 무조건 모닝 조에 고정해줬다. 어차피 둘 다 완전 Full time으로 뛰는 게 아니라, 적절하게 일정을 조절해서 일을 했기 때문에 투잡을 해도 그렇게 일이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다.
문제는 할로윈 데이가 지나고, 더 나아가 크리스마스 대목까지 다가오면서였다. 두 매장 매니저 모두에게 Over working 추가 근무를 요청받는 일들이 많아졌고, '돈 많이 벌면 좋지...' 하며 Yes girl 마냥 Yes만 외치고 다니다가.. 현재 일주일을 내내, 아주 이른 새벽에 일어나 아침 산책 겸 세컨드 컵까지 걸어가고 (버스를 타기에는 굉장히 애매한 거리이나, 걸어가기에는 다소 먼 거리였다), 매장을 오픈하자마자 길게 선 단골손님들의 모닝커피 주문들을 받아내고, 수많은 라떼와 드립 커피를 내리고, 12시 땅 되면 바에 진열된 베이글 하나 간단하게 구워 먹고는 바로 버스를 타고 에그링턴으로 넘어간다. 10여 분 정도 쇼핑몰 센터 딱딱한 벤치에 앉아 소화 좀 시키고, 파피루스 업무를 시작해야 한다. 사실 파피루스에서의 업무는 그나마 한가한 편에 속해서 육체적으로 힘들거나 하진 않았지만, 둘 다 서서 하는 일이다 보니 늦은 마감까지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면 온 몸이 축 처졌다. 따뜻한 물로 몸을 녹이고, 1층 부엌에서 홈스테이 맘 Jonalyn이 내 몫으로 남겨둔 저녁을 홀로 즐기며 잠깐의 포만감을 느끼고는 다시 방으로 돌아와 다시 시작될 내일을 위한 밤을 청한다.
이것이 나의 토론토에서의 ‘일과’였다.
이때 즈음인가, 그래 젊을 때 고생도 해보고 하는 거지. 이왕 고생하는 거 돈 많이 벌어서 미국 여행이나 가보자고 혼자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래도 주에 두 번은 무조건 쉬자! 였는데, 이 다짐도 곧 돈과 여행이라는 목표가 생기자 눈이 돌아버렸다.
주 72시간 노동은 1달을 훌쩍 넘게 계속 이어졌는데, 결국에는 이런 나의 일 욕심에 두 손 두발 다 들어버린 파피루스는 다른 매장에 나를 대타로 보내기까지 이어졌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