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로 넘어온 지 딱 한 달하고도 이틀이 지났고, 캐나다에 온 지는 벌써 6개월이 넘어간다.
벌써 6개월인 걸까, 아직 6개월인 걸까, 모르겠다. 시간이 빠른 것 같으면서도 느린 것 같고, 아직도 초조하고 무언가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분주하게 머릿속을 흔든다. 그래도 나는 잘해나가고 있다고 믿고 있다.
혼자 방안의 큰 침대에 누워 새하얀 천장을 멍하나 바라보고 있다 보면 한국에서의 가족들과 친구들이 사무치게 그리워 외롭기도 하다. 멀리 떨어지니 내 옆의 사람들의 소중함을 더 느끼게 되고 나에 대해 더 알아가고, 세상을 알아가는 느낌도 들고, 역시 사람은 사람이 있어야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그런가, 우연이 길을 걷다 한국인처럼 보이는 이들이 보이면 더더욱 반갑게 느껴졌다. 영어로는 차마 표현하지 못했던 답답함을 그들에게 풀고, 그렇게 서로 의지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여유는 마음이 아니라 돈에서 나온다는 말이 점점 공감되는 것에 대한 씁쓸함도 느꼈다. 처음 목적은 경험과 여행이 주였는데, 막상 와보니 여행을 하려면 돈이 필요하고 돈을 잘 벌려면 영어를 잘해야 하고.. 네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다 보니 많이 혼란스러웠다.
이곳에서의 내가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취미 생활은 일하기 전에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나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었다. 스타벅스처럼 프랜차이즈도 좋지만 인테리어나 개성 넘치는 메뉴들이 다양한 로컬 카페가 좋았다. 또, 여행과 사는 것은 정말 다르다는 것을 여기 와서 느끼게 됐는데 외국에서 살아보기를 꿈꿨던 것도 짧은 여행이 주는 아쉬움에서 비롯된 것 같다. 여행을 갈 때 보통은 기간이 정해져 있고 그 기간에 맞춰 계획하고 돈을 챙겨가니 맘껏 먹고 즐기고 그 짧은 순간들은 놓치기 싫어서 눈에 담고, 카메라에 담고, 시간 낭비는 최대한 적게. 하지만 어느 한 곳에서 6개월 이상을 살게 되는 것은 익숙한 패턴을 불러왔다. 그래서 일상의 소중함을 놓칠 때도 있고 늦잠을 자서 하루를 금세 보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내일도 있으니 하면서 미루는 것이다.
참 어찌 보면 육 개월짜리 여행이었으면 엄청나게 많이 돌아다녔을 거고 그만큼 썰도 많이 쌓였을 거고 유럽을 갔다면 최소 10개국의 유럽여행을 하고도 남았겠다는 생각도 들면서 짧은 줄만 알았던 이 시간이 참 긴 시간이었다는 걸 느낀다. 여행자이지만 생활자에 좀 더 가까운 생활을 하고 있는 만큼 늦잠도 자고, 귀찮으면 하루 종일 집에서 방콕 할 때도 있지만..., 앞으로 남은 반년이라는 유효기간을 떠올리고 이 순간에 감사함을 느끼고 많이 담으려고 하기도 한다. 잊고 싶지 않은 지금의 기억들, 순간들.
흠 모르겠다. 안 왔으면 후회했을 것 같고 그냥 가끔 힘들 때도 한국에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혼자 외롭고 말도 안 통해서 씁쓸할 때도 많지만 확실한 건, 나는 여기서의 삶은 그만두고 싶지 않다는 거다.
그렇게,
나는 잘 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