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제시 Oct 24. 2022

잡 트레이닝, 고난의 연속




- 고난 1: 내 쉬프트 왜 이래..?


처음 인터뷰 봤을 때는 트레이닝 후 정직원처럼 일을 시켜주겠다고 했는데, 막상 쉬프트를 받고 보니 이런저런 문제가 생겼다.


1. 2주 치 스케줄을 받았는데 주 20시간도 안된다 : 물어보니까, 원래 그만두기로 했던 파트타이머가 일정이 좀 미뤄지면서 한두 달은 더 일을 하게 되었단다. 그래 그럴 수 있지..

2. 모닝 쉬프트 선호한다고 했는데 마감 쉬프트만 받음 : 레귤러 직원들이 다 모닝에 들어가서 그런 것 같다. 홈스테이에 머무는 만큼 일은 일찍 끝내고 저녁에는 가족들이랑 다 같이 도란도란 시간을 보내고 싶었는데 클로징 대잔치중이다.

3. 수요일 오프 달라했는데 쉬프트 받음 : 매주 수요일마다 무료로 진행되는 ESL Class 들어가려고 매니저한테 몇 번이나 말했던 건데.. 쉬프트 빈자리에 날 끼어넣다 보니 까먹었나 보다. 결국 쉬프트 정정을 요청해 원하는 오프를 받긴 했다. 



- 고난 2 : 공포의 전화벨


카운터에서 전화벨이 올리면 전화를 받아야 하는데, 영어로 전화받는 게 진짜 쉽지가 않다. 보통 취급하는 재고 관련해서 가장 많이 오지만 그 밖에도 다른 지점 매장에서의 트레이드 문의, 마케팅 회사 등 각종 전화들이 다 이 전화기로 들어오기 때문에 당황스러움의 연속이다... 어느 날은 한 손님이 매장으로 전화를 걸어와 Baptism card가 있냐고 물었다. 뱁티즘? 낯선 단어에 순간 뇌 정지가 왔던 것 같다. 차라리 그때 솔직하게 못 알아들었음을 시인하고 확실한 스펠링이라도 물어보고 구글에 검색해봤으면 좋았을 텐데.. 당황해서 내 지리 짐작으로 대충 'b'로 시작하니깐 Bridal show를 말한 거겠거니..라고 판단하고는 "Yes, we have"라고 외쳤는데, 막상 전화를 건 손님이 매장까지 도착해서야 내가 정말 실수를 했구나를 깨달았다. 다행히 현장에 있던 동료 직원이 잘 수습을 해줘서.. 그리고 손님도 오히려 자책하며 'Sorry' 만을 반복하는 나를 괜찮다며 위로해주며 좋게 넘어가서 다행이지,  충분히 본사에 컴플레인까지 들어갈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Baptism card 뱁티즘. 세례식 기념(축하) 카드다.
Bridal shower card. 브라이덜 샤워. 결혼을 앞두고 있는 신부를 축하하기 위한 목적으로 여는 파티로, 이때 선물과 함께 카드를 주고받는다. 



- 고난 3 : '잘못' 알아듣는 나 자신이 싫었다.


초반 적응에 실수가 당연한 거라지만 '잘' 못 알아듣는 게 아니라 '잘못' 알아듣는 나 자신이 너무 싫었다. 그리고 한동안은 잘 숨겨왔던 '척' 하는 기질이 슬금슬금 나와서.. 의도치 않았던 오해를 부르기도 했다. 예를 들어 아일랜드 출신인 매니저 Becca는 캐네디안 현지인들 조차 그녀의 말이 너무 빨라 몇 번이나 되물으며 대화를 하곤 했는데.. 내 딴에는 자꾸만 베카가 무슨 말을 하는지를 알아들을 수가 없으니깐, 한두 번은 '미안, 못 알아들었어..'라고 하다가 어느 순간은 대충 눈치껏 내 멋대로 알아들은 체했더니 정말 심각하게 다른 동료 친구에게 Jasmine - 워홀 당시 내 영어 이름, 이 자기 무시하는 것 같지 않냐고 물어보기도 했다고 전해 들었다. 그 말을 듣고 따로 베카랑 만나 너가 그렇게 생각하는지 몰랐다고, 나는 진짜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고, 진짜 단순히 내가 영어를 못 하니깐... 자꾸 나 때문에 여러 번 설명하는 일이 반복되니깐 그 조차도 미안해서 그랬던 거라고... 그런 이야기. 

정말 놀랍게도, 대화를 이후로 다소 딱딱했던 베카의 태도가 확연히 달라졌다. 사적인 얘기도 술술 하고, 나한테도 '평소에는 뭐 하고 노냐'면서 관심을 가져주고, 심지어는 오프날 맞춰서 어디 놀러 가자고 제안해주고, 내가 잠시 다른 일을 한다고 자리를 비우면 본인이 내 일까지 대신 끝내주고, 내가 못 들은 건 친절히 다시 풀어서 설명해주고... 그래도 못 알아들으면 내가 항상 가지고 다니던 미니노트에 단어 스펠링을 적어주기도 했다. 


그렇게 쏟아져 오던 고난을 하나 둘 해결하고 다시 이너피스를 찾았다.

가게 코워커들이 나 빼고는 연차가 다 있는 터라 이미 서로 친해 보여, 내가 먼저 그들 틈을 파고들기는 조금 민망하기도 했는데 그래도 시간 나면 괜히 영어로 말도 걸면서 노력해보고 있다. 물론 working hours근무시간에 대한 부분은 여전히 길이 안 보여서, 일단 동향을 좀 더 파악하긴 해야겠지만, 이대로라면 세컨잡을 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차근차근 배워나간다는 생각으로 지금의 일에 조금 더 의욕을 갖고 적응하는 데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Secod cup세컨드 컵에 이력서를 넣은 지 2주일 만에 전화가 왔다. 인터뷰를 보고 싶다는 것이다.


인터뷰 날짜에 맞춰 갔더니 왠 푸근한 곰돌이 같은 인상의 남자가 나를 반갑게 맞아주더니 대충 몇 마디 주고받더니 대뜸 카페 캐셔 앞에 서보라고 했다. 당황할 틈도 없이 몰려드는 카페 손님들을 서툴게나마 응대하며 옆에서 힌트 주듯 카운터 조작법을 알려주던 Supervisor Victor빅터의 도움을 받아 십여분 정도를 그렇게 카페 직원 체험을 할 수 있었다.  이게 뭔가 싶어 얼떨떨했지만,... 이곳만의 직원 채용방식이었는지 아님 원래 다 그런 건지, 여하튼 나는 그다음 주 월요일부터 바로 일을 시작하기로 했다.




캐나다에서 영어를 쓰며 바리스타로 일하는 건 생각보다는 별로 어렵지 않았다. 쓰는 말이 한정되어 있어서, 한 열 문장 정도만 반복하면... 가능하달까? 다만 간혹 가다 손님들이 메뉴에 대해 설명을 해달라고 요청하거나, 혹은 진짜 매일 도장 찍듯 와서 커피를 시키는 단골손님들과 수다를 떨어야 할 때는 여전히 긴장감에 못 이겨하고 싶은 말 못 하고 말을 아끼게 되지만.... 돈 벌고 일하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초반에 영어를 못하는 게 당연하게 생각되어서 괜찮았는데 점점 살수록 영어를 잘 못하면 화나는 경우에 따지질 못해서, 그리고 내 마음을 속시원히 말할 수 없어서, 라는 이유로 영어 공부는 정말 중요하구나를 깨닫고 있다.



아무 걱정 없던 워홀 초반.... 그립다.... 그립나?

이전 17화 두 번째 일자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