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화
1. 다른 사람 문제를 두고는 말이 술술 나온다.
“그건 이렇게 하면 되지 않아?”
“저 사람이 잘못한 거지.”
판단도 빠르고 결론도 쉽게 내린다.
2. 그런데 막상 내 얘기가 나오면 혀가 뻣뻣해진다.
말끝이 목에서 걸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조차 막막하다.
3. 남 얘기는 안전하다.
거리를 두고 관찰자에 머물면 된다.
하지만 내 얘기를 꺼내는 순간, 나는 관찰자가 아니라 드러난 존재가 된다.
4. 그래서 우리는 멈춘다.
부끄러움 때문만은 아니다.
내 얘기를 내놓는 순간, 거절당할까, 이해받지 못할까 두렵다.
5. 그래서 우리는 끝내 말하지 않는다.
남 얘기는 쉽다. 거리를 두면 되니까.
내 얘기는 어렵다. 거리를 잃어버리니까.
남의 이야기는 안전하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자기 노출(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는 행위)’에 대한 두려움이 드러난다.
거절과 비수용의 위험 앞에서 생기는, 취약해질까 두려운 불안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