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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선물을 고르며 웃을까

제66화

by 그래도

1. 가끔 선물을 고르다 보면 웃음이 난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하는 순간, 입꼬리가 절로 올라간다.


2. 아직 오지 않은 장면을 미리 훔쳐보는 듯하다.

선물을 건네는 손길, 포장을 열어보는 표정, 그리고 흘러나올 반응까지 머릿속에 그려진다.

이미 그 사람과 함께 있는 듯하다.


3. 그 사람을 떠올리며 지난 대화를 되짚는다.

마음속에, 내가 아는 그 얼굴을 천천히 그려 넣는다.


4. 그렇게 고른 선물은, 어느새 나에게도 선물이 된다.

아직 오지 않은 기쁨이 빛처럼 조용히 스며든다.


5. 가끔은 부러움이 스친다.

누군가는 이렇게 떠올릴 이름을 이미 곁에 두고 있을까.

나는 몇 번쯤 누구의 장바구니 안에서, 조용한 미소로 담겼을까.


6. 그래도 그런 바람을 품고 선물을 고른다.

나도 언젠가, 누군가의 마음속에서 포장지와 함께 조용히 기억되기를.


선물을 고르는 순간은 아직 오지 않은 기쁨을 미리 느끼는 ‘예기적 공감(상대의 기쁨을 미리 함께 느끼는 마음)’이다.
그리고 어쩌면, 누군가도 언젠가 나를 떠올리며 같은 미소를 지어줄 거라는 조용한 희망이 깃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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