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5화
1. 앞차가 깜빡이도 없이 파고들면, 가슴이 먼저 쿵 하고 흔들린다.
브레이크를 밟는 발보다, 욕이 먼저 튀어나온다.
차는 멀쩡한데, 마음에 깊은 흠집이 남는다.
2. 내가 끼어들 땐 다르다.
급해서, 어쩔 수 없어서, 속으로 몇 번 미안하다 중얼거리며 들어간다.
그 순간, 도로 전체가 내 급함에 끌려가는 듯하다.
남도 급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은 끝내 떠오르지 않는다.
3. 사실 문제는 몇 초 늦는 게 아니다.
내 차선, 내 자리, 내 시간이 깨졌다는 기분.
나는 운전대를 잡는 게 아니라, 내 하루와 내 존재를 움켜쥔 채 달린다.
누군가 그 안으로 밀고 들어오면, 차가 아니라 나 자신이 밀려난 듯하다.
4. 이건 운전만의 일이 아니다.
관계에서도 누군가 내 마음 안으로 불쑥 들어올 때, 우리는 본능처럼 경계를 세운다.
나 역시 다른 이의 차선에 끼어들며 산다.
삶은 깜빡이도 켜지지 않은 채 스쳐 가는 수많은 차선 같다.
그 순간마다 마음은 비 오는 유리창처럼 흔들리고 지나간다.
끼어들기에 화가 나는 건 지연이 아니라, 내 자리가 흔들릴까 두려운 ‘심리적 경계 침범(누군가 내 영역을 침해했다고 느끼는 불안)’ 때문이다.
그 불안은 우리가 관계 속에서 얼마나 쉽게 흔들리고, 오래도록 흔적을 안고 살아가는 존재인지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