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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금사빠일까

제64화

by 그래도

1. 만난 지 이틀 만에 “결혼하면…”이라는 말이 튀어나온다.

연애 프로그램 속 사람들은 벌써 반지를 끼워도 될 것처럼 서로를 바라본다.

별이라도 손에 쥐여줄 듯한 눈빛이다.

현실의 사랑은 왜 그렇게 쉽게 불이 붙지 않을까.


2. 사랑이 시작되면, 우리는 미래부터 불러온다.

아직 취향도 모르고, 살아온 얘기도 다 알지 못하면서 벌써 함께 살 집을 그린다.

사랑이 아니라, 안정감을 먼저 당겨 쓴다.


3. 그런데도 그 순간이 가장 뜨겁다.

허황된 말일수록 마음은 더 빨리 움직인다.

그 착각이 우리가 가장 쉽게 믿고 싶은 진심이 되어버린다.


4. 사랑은 확신이 아니라 불안에서, 운명이 아니라 외로움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자꾸 우리는 누군가를 통해 자신을 확인하려 한다.

그래서 오늘도, 사랑을 배우는 중이다.


에릭 프롬은 『사랑의 기술』에서 말했다.
사랑은 주어지는 선물이 아니라, 길러야 하는 능력이라고.
그 능력을 배우지 못하면, 사랑은 뜨겁게 시작해도 오래 머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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