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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를 사랑하라고 할까

제61화

by 그래도

1. 요즘은 다들 말한다.

나를 사랑해야 한다고.

그 말은 위로처럼 들리지만, 어쩐지 명령 같다.

지금의 나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선언처럼.


2. 나는 애써 나를 사랑하려 한다.

좋은 점을 적어 보고, 거울 앞에서 괜찮다고 말해본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어색해진다.

마치 낯선 사람을 설득하듯, 어색하다.


3. 사랑하지 못하는 나를 탓하면서, 오히려 더 깊이 나를 미워할 때가 있다.

그럴수록, 사랑보다 두려움이 커진다.

두려움은 내가 나를 구하지 못할 것 같은 마음에서 온다.

‘사랑해야 한다’는 말이 나를 구하기보다, 또 다른 기준으로 옭아맨다.


4. 그래서 요즘은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사랑하지 못하는 나도 그냥 두기로.

그 마음까지 미워하지 않기로.

사랑은 해야 하는 게 아니라, 조금씩 스며드는 마음일지도 모른다.


5. “나를 사랑해야 한다”는 말 대신, 이제는 이렇게 속삭인다.

사랑하지 못하는 나를 조금 이해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해야 한다’가 아니라,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정도로 남겨두는 마음.


‘자기 사랑’이 의무가 되는 순간, 마음은 굳어진다.
사랑하지 못하는 나까지 품을 때, 사랑은 명령이 아니라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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