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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도 May 24. 2024

너 탓이오

분노

1. 누구나 살다 보면 종종 남 탓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원치 않게 부당하거나 억울한 일들을 겪게 되면 그럴  있니다. 다만 늘 억울한 감정만 든다면 한 번쯤은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억울한 감정을 갖게 되는 것이 늘 상대 탓만은 아닐 수 있으니까요. 보통 남 탓을 하다 보면 감정이 격해지기도 하는데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분노‘라는 감정입니다.

    

2. 분노는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을 때 드는 감정이고 욕구 좌절의 표현입니다. 예를 들어, 교수님이 수업을 11시까지 하고 쉬겠다고 했는데 11시 30분이 되어도 끝내지 않으면, 쉬고 싶다는 욕구가 좌절되어 화가 나게 됩니다. 남편이 회사에서 상사에게 업무와 관련된 지적을 받고 퇴근했는데 아내가 "그러게 잘 좀 하지, 제대로 못해서 왜 욕을 먹어?" 같은 말을 한다던지, 아내가 오랜만에 동창회에 갔다가 친구들에게 "너 못 본 사이에 살이 많이 찐 거 같다?"라는 말을 듣고 와서 남편에게 "나 그렇게 살쪘어?" 그때 남편이 "솔직히 살이 많이 찌긴 했지, 주름도 많이 생기고." 한다면 위로나 공감받고 싶은 욕구의 좌절이 생기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기대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 짜증이나 화가 나게 됩니다. 

짜증이나 분노의 감정이 격하다는 건 그만큼 내 욕구 좌절의 크기가 크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를 화나게 한 상대에게 고마워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상대 덕분에 어떤 것에 짓눌려 왔는지 알게 되었으니까요.


3. 화에는 다른 마음이 담기기도 합니다. 화를 통해 내가 맞고 상대는 틀렸다고 생각함으로써 상대가 내가 원하는 대로 해주길 바라는 마음도 담기게 됩니다. 다만 화를 받는 입장에서는 당황스럽거나 기분이 상하기 때문에 원하는 걸 해주고 싶은 마음은 점차 사라지게 됩니다. 그러면 더욱 화를 내게 되고 관계는 더욱 어려워지게 됩니다. 또는 질 것 같을 때 화를 내기도 하는데 이는 자신의 강함을 보이려는 마음일 수도 있습니다. 종종 ‘내가 누군지 알아?’ 화내는 분들처럼.

화가 많은 분들은 일할 때 전투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어떤 분들은 전투적으로 일하며 전쟁에서 승리를 위해 싸우듯 상대를 이기는 재미를 느끼고 싶어 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4. 화를 잘 내는 분들을 꼭 이상하게 불 일만은 아닙니다. 사람들과의 관계나 하는 일에 관심이 없는 분들은 사실 화날 일도 별로 없기 때문에 화가 있는 분들은 대체로 열정적인 분들이고 추진력이 좋습니다. 이런 점에서 화난 감정을 잘 다스리면 타인과 자신을 잘 돕는 일에 잘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5. 건강한 관계는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입니다. 화를 내 싸운다는 게 힘들고 불편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무언가 주고받는 관계입니다. 상대에게 무관심하면 싸울 일도, 무언가 주고받을 일도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싸움이 없는 관계를  좋은 관계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많은 분들이 상담실에 오셔서 “어떻게 하면 싸우지 않을 수 있을까요?“ 라는 질문을 하십니다. 갈등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시니 이런 얘기들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람 관계에서 무관심하지 않는 이상 갈등이 없을 수 없고, 갈등 자체를 없애는 것보다 갈등이 생겼을 때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잘 싸울 줄 알아야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잘 싸우는 방법은 상대를 굴복시키기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서로 무엇을 양보하고 배려해야 함께 살아갈 수 있는지 알기 위해 싸우는 것입니다.

오늘 누군가와 싸웠거나 싸울 예정인 분이 계시다면 무엇을 양보하고 배려하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지 고민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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