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물음표로 남겨두고 싶은 내 인생
뜨거운 태양빛에 너도 나도 휴가를 떠나는 여름철이 지나고, 가을이 다가올 때면 결혼식이 많아진다.
서로의 일상을 엿보는 SNS가 당연해진 요즘, 오랫동안 만나지 않아도 내적 친밀감을 느낄 때가 많다.
그래서일까, 누군가에게 연락을 건네는 일이 예전보다 훨씬 가벼워졌다.
나이로는 이미 서른을 넘긴 지금, 주변은 너도 나도 결혼 준비로 분주하다.
‘결혼 적령기’라는 말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싶다가도, 어른들을 만나면 여지없이
“애는 언제 낳을 거야”,
“우리 때였으면 벌써 노처녀야”라는 말을 듣는다.
처음에는 웃어넘겼지만, 자꾸 듣다 보니 조금은 지친다.
그래도 신기하게, 나는 그 말들에 불안하거나 조급해지진 않는다.
친한 친구들 몇 명이 결혼한다.
영화처럼, 드라마처럼, 서로 없으면 죽고 못 사는 사랑 때문에 결혼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은 '결혼할 때 옆에 있는 사람', '결혼을 염두에 두고 봤을 때 괜찮은 사람'이라서 배우자가 된다.
그리고 다들 어김없이 같은 말을 반복한다.
"다들 그렇게 살아."
어느 날 친구들과 모임 자리에서, 요즘 결혼 전에 많이들 뗀다는 서류 이야기가 나왔다.
혼인관계증명서, 건강검진결과서, 심지어 범죄경력증명서까지.
그 얘기를 하던 중 결혼을 앞둔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난 그런 거 나오면 바로 헤어지지.”
농담인지, 진심인지 알 수 없었지만, 나는 그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다 알면서도 선택할 필요는 없으니. 혼인관계가 있다면 사기이고 범죄경력은 심각한 문제이지만,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면? 그렇게 가볍게 말할 수 있을까.
평생의 동반자로 함께하겠다면, 언제라도 누구에게라도 일어날 수 있는 문제 아닐까?
그 친구의 결혼 소식을 처음 들었던 건 작년이었다.
결혼식장을 알아본다며 설레어하는 목소리를 들었을 때, 나는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한 번 결혼이 무산된 적이 있던 친구라서였는지, 아니면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난 것 같아서였는지, 10년 지기 친구가 드디어 그런 사람을 만났다는 사실에 나도 모르게 기뻤다.
나보다 조금 더 나이가 많은 이들과 어울리다 보면,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오래전부터 숱하게 들어왔다.
“다들 가니까 외로워”, “나만 뒤처진 것 같아”, “이 사람이 아닌 것 같아도 그냥 결혼하고 싶어.”
이런 말들을 들을 때마다 나는 생각했다.
남들이 간다고, 왜 나도 가야 하지? ‘결혼 적령기’라는 게 정말 존재하는 걸까?
사람들은 같은 나이에 비슷한 궤도로 걸어간다.
만 5~7세에 초등학교에 입학해 12년을 다니고, 스무 살엔 대부분 대학을 간다.
취업을 할 때도, 스펙이다 워홀이다 하며 예전보다는 늦춰졌지만 보통 서른 살이 되기 전에는 세상 밖으로 나와 사회초년생이 된다.
공부나 취업처럼 비교적 보편적인 시기는 있다.
뇌가 발달하는 주기나 사회 시스템이 어느 정도 그 길을 정해놓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삶에 들어가는 것’, 다시 말해 결혼은 과연 그럴까?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린다고 생각했을 때 임신과 출산에는 분명한 시기가 있다.
‘가임기 여성’이라는 절대적 조건, 고령 산모의 위험성은 현실이다.
물론 남성의 시기도 중요하다. 전체적인 출산 연령이 늦어지면서 유산도 많아지는데, 적어도 사유의 절반은 남성이지 않겠나.
실제로 그래서 결혼과 출산이 하나의 ‘적기’를 가지는 건 사실이다.
나도 당장 결혼할 계획은 없지만, 나의 가임기 연령을 생각하지 않는 건 아니다.
아직은 여유가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세월은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빠르다.
하지만 이따금은 스스로에게 묻기도 한다. '다들 하니까 나도 해야 하나?'
우리는 본능적으로 ‘거대한 흐름’에 합류하도록 설계된 존재일지도 모른다.
사회적 동조(normative social influence)는 우리를 주변의 기대에 끌어들이고, 심지어 잘못된 방향이라도 망설이지 않고 따르게 만든다.
아쉬운 사실이지만, 이를 거슬러 나만의 길을 선택하는 건 곧 외로움과 마주하는 일이기도 하다.
인간은 조급함에 휩싸이면 평정심과 합리적 판단을 잃는다.
결정을 내릴 때 압박감과 불안이 높을수록 단기적인 만족을 쫓는 경향이 강해진다.
그러니 결혼 역시 ‘때가 됐으니’라는 압박으로 선택한다면, 그 선택이 얼마나 현명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남들의 평균과 나의 삶을 단순 비교하고 싶지 않다.
만약 내 곁에 누군가 있다면, 나도 비슷한 선택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나는, 사회적 시선이나 주류의 길보다
‘나 자신을 알아가는 단계’, ‘나를 브랜딩 하는 시기’를 더 소중히 여기고 싶다.
결혼이 반드시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을,
‘다들 그렇게 사니까’라는 말이 내 인생의 방향을 대체하게 두지 않겠다는 다짐을 조용히 남긴다.
결혼이 내게 오기 전, 내 마음이 준비될 수 있기를.
그리고 그전까지는, 아직 끝낼 수 없을 것 같은 질문들을
내 안에 ‘물음표로 둔 채’ 살아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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