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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음식일기 10화

두루치기 vs 돔베고기

by 고작가

제주의 돼지고기 사랑은 앞에서도 여러 번 언급했기에 오늘은 따로 이야기하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두루치기와 돔베고기는 짚어야 할 듯하다.

우선, 두루치기. 육지에선 제육볶음이라고 해서 돼지고기를 빨간 양념에 재워 두었다가 철판에 볶아내는 음식을 주로 먹었었다. 반면 두루치기는 돼지고기나 소고기, 해산물에 여러 종류의 채소를 넣고 양념물을 부어 자박하게 볶아내는 음식으로 제주 어느 지역에서도 쉽게 먹을 수 있다. 더욱이 제주의 두루치기는 육지보다 훨씬 푸짐하다.

양념에 재워둔 돼지고기가 철판에 먼저 담겨 나오고, 테이블에 세팅된 불에서 먼저 볶아진다. 고기가 어느 정도 익으면 양념된 콩나물, 무생채, 파채, 고사리 등이 담긴 야채 사리가 따로 나온다. 볶아지기 전의 양을 보면 저걸 다 먹을 수 있을까 싶지만, 달궈진 철판 위로 푸짐한 야채를 붓고 센 불에 볶으면 그 부피가 확 줄어든다. 야채에서 나오는 채수로 인해 양념이 자박해지면 불을 줄이고 함께 나온 쌈채에 밥과 함께 싸서 먹으면 훌륭한 한 끼 식사가 된다. 물론 양념이 조금 남았을 때 철판에 밥을 넣고 볶아먹어도 맛있다. 1만 원대로 먹을 수 있는 점심 메뉴들 중 가장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 고마운 두루치기는 도민들이 자주 찾아서인지 파는 식당도 많고 맛집 또한 많다. 그 맛집들 중 도민들이 주로 가는 두 곳을 소개하려 한다.

서귀포 토평에 있는 동성식당. 계절에 관계없이 점심시간이면 언제나 도민들로 자리가 차는 곳으로 일반 두루치기와 흑돼지 두루치기가 있다. 도민들은 주로 일반두루치기에 제주 막걸리를 곁들여 식사를 한다. 안쪽으로 단체석이 따로 있어서 회식이나 모임 장소로도 많이 이용하는 곳으로 제주식 스탠더드 두루치기를 맛볼 수 있다.


두 번째 맛집은 서귀포 신산리에 위치한 나들목 식당이다. 흑돼지 모둠구이로도 유명하다고 하는데 나는 두루치기만 먹어 보았다. 푸짐한 양에 맛도 좋고, 밥을 처음부터 양푼이에 퍼서 준다. 두루치기가 볶아지면 밥에 얹어 싹싹 비벼 쌈채에 싸서 먹어도 좋고, 야무지게 한입 떠서 된장국과 함께 먹으면 더욱 맛있다. 두 곳 모두 도민들이 가는 식당으로 가격이 착한 편이다. 제주 도민들이 즐겨 먹는 두루치기 맛이 궁금하다면 두 집을 가보면 된다.

돔베고기는 제주에서 처음 먹어본 음식이다. 육지에서도 흔히 먹는 돼지 수육보다는 훨씬 기름기가 적고 담백한 맛으로 제주에서는 잔치상이나 국숫집, 한식당에서 사이드 메뉴로 많이 나온다. 구워서 먹을 때 보다 백돼지와 흑돼지의 맛이 확연히 차이가 나기 때문에 제주산 흑돼지 맛을 보고 싶다면 돔베고기를 먹어보길 권하고 싶다.


서귀포 중앙로에 위치한 “천지골 식당”. 도민들과 관광객 모두 즐겨 찾는 곳으로 저녁 피크타임엔 웨이팅이 생길 수 있다.

돔베(나무도마)에 덩어리 채 삶아온 돼지고기를 여 사장님이 테이블에서 칼을 들고 직접 썰어 주신다. 젓갈과 생마늘, 소금과 새우젓이 함께 나오는데, 사장님의 설명에 따라 돔베고기를 먹다 보면 육지에서 흔히 먹었던 보쌈과는 확연히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내 개인적인 입맛에는 와사비를 따로 달라고 해서 와사비와 소금을 찍어먹는 것이 가장 좋았다.

이곳은 밥집이라기보다는 술안주에 맞다는 표현이 적합할 수 있다. 술을 잘 못 드시는 분들이라면 제막 한 잔이라도 함께 하는 것이 더욱 맛있는 곳이다. 흑돼지가 조금 더 비싸긴 하지만 도민이 아니라면 한 번쯤은 흑돼지 돔베고기를 드시길 권하고 싶다. 구워 먹을 때와는 다른 제주 흑돼지의 맛을 느껴볼 수 있다고 확신한다.

몸국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천지골의 몸국 또한 맛있지만, 돔베와 몸국의 기름진 맛이 합해져서 조금은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제주 막걸리와 가장 잘 어울리는 안주로 손색이 없는 돔베고기 맛집. 천지골 식당이 앞으로도 쭉 성업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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