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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작가 Oct 08. 2023

살아가며 놓치는 것들

제주살이 3년 차. 

육지의 삶과는 너무나 다른 시간이다. 

서울에서의 생활은 언제나 ‘빨리빨리’의 무한반복이었고

여기에 주위를 둘러볼 마음의 여유는 더욱 없었다. 

광화문에서 촛불집회가 뜨겁게 열릴 때도 참여하지 않았고, 

서울 시내에서 그렇게 여러 번 열렸던 어떤 환경운동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일주일에 한번 가던 교회 예배도 바쁘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멀리하게 되었다. 

행복의 가치나 사회 정의, 또 여러 사람들과 어우러지며 사는 삶이 인간의 기본적인 일상임에도 

애써 머릿 속에서 지워 버린 채 하루하루를 ‘살아야 하니 산다’는 식으로, 

내가 파놓은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시간 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상태로 서귀포에 내려와 사는 요즘은 하루하루 모든 것이 감사하다. 

많지 않은 돈으로도 좋은 곳에 집을 구할 수 있었고, 아무것도 모른 채 들어간 직장에서 만난 고마운 분들, 

소심한 성격의 가족들에게 허물없이 마음의 문을 열어준 이웃들까지.

처음 살아보는 낯선 곳에서 우리 가족은 감사와 웃음을 찾을 수 있었다. 

비싼 옷이나 고급 차, 화려한 생활은 이곳에 없다. 

따사로운 햇살과 푸른 바다, 짙은 녹음과 새소리가 가득한 곳에서 맛있는 음식과 좋은 사람들이면 충분하다. 

서귀포에서의 생활은 우리 가족의 몸과 마음을 모두 건강하게 바꾸어 주었다. 


더욱이 자연과 책을 가까이하며 살다 보니 

그동안 잊고 있던 행복의 가치, 정의, 공생, 환경오염문제까지 기본적인 삶의 가치관이 인지되기 시작했다.    

올레길을 걸으며 길에 버려진 쓰레기를 치우고, 독거노인들을 돕는 자원봉사자들을 응원하고, 

잘못된 정책이라 생각되는 것들이 있을 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통장잔고가 올라가고, 부동산을 구입할 여력이 생겨서가 아니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것을 보고 느끼며 살다 보니 

당연히 인지하고 살아야 했던 것들이 이제야 보이기 시작했다. 

당연히 해야 했던 일들, 놓치지 말았어야 했던 순간들을 반성하게 된 나로 돌아온 것에 감사한다. 

서귀포에서의 두 번째 삶이 앞으로도 더욱 행복할 수 있도록 열심히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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