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진한 하루
하늘이가 단호박죽을 먹고 싶다고 말을 하자
바다와 내가 “나도!” 했다.
얼마 전에 사 먹은 단호박죽이 참 맛있었는데
새알이 몇 개 안 들어있어서
아쉬웠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가 직접 새알을 만들어서 듬뿍 넣고
단호박죽을 끓여 먹자고 했다.
곧 단호박을 사기 위해 길을 나섰고
아이들은 여느 때처럼
길에 있는 모든 것에 한 눈을 팔며 걸었다.
“와, 이 꽃 좀 봐.”
하고 꽃을 만지고
“나무껍질이 벗겨지려고 해.”
하고 나무껍질을 잡아당겨보고
“내 요술 지팡이야!”
하고 나뭇가지를 주워서 들고 걸었다.
가게 안에서 밥을 먹고 있는 아저씨를 보며
“뭘 먹고 있을까?”하고
휴가 나온 군복 차림의 군인들을 보며
“저 삼촌들은 누구야?”라고 물었다.
이렇게 짧은 거리를
길고 길게 걸어 식료품점에 도착해서는
아이들은 단호박과 함께
엄마가 사줄 만한 간식을 찾느라 바빴다.
그날은 사탕을 먹겠다고 해서
두 개씩 고르라고 하니
둘이 사탕이 담긴 유리병 앞에서
한참을 고민하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양 손에 하나씩 사탕을 들고 왔다.
그렇게 신중하게 고른 사탕을 입에 하나씩 넣고
내 사탕 맛, 네 사탕 맛을 이야기하며
집까지 금방 걸어왔다.
집으로 돌아온 우리는
얼른 손을 씻고 본격적인 요리를 시작했다.
내가 단호박을 삶아서 갈고
찹쌀 물을 부어 젓는 동안
아이들은 재잘거리며 새알을 빚었다.
아이들이 빚은 크고 작은 새알을
익어가는 단호박죽에 퐁당퐁당 담그고
동실동실 떠오르길 기다리며 계속 저었다.
“냄새 좋다~!”
“색깔 예쁘다~!”
드디어 자기 앞에 놓인
모락모락 김이 나는 단호박죽을 보고
입술이 길어지게 웃음을 지은 우리는
뜨거운 죽을 불어가며 조심스럽게 먹기 시작했다.
“야 이거 어떡해! 너무 맛있어!”
“이렇게 맛있을 줄 몰랐어!”
“너희들이 만든 떡 진짜 맛있다!”
“이야, 이건 아빠한테 꼭 줘야 돼!”
“음, 진짜 맛있다!”
“아, 죽을 만큼 맛있어!”
“으음~~~!!!! 마이쪄!!!”
하고 우리는 감탄을 쏟아냈다.
다 먹고 난 후에도 감탄이 멈추질 않았다.
어린이집을 다니지 않는 바다와 하늘이는
나와 이렇게 지낸다.
천천히 요리를 해서 먹고
바닷가 길을 길게 산책하고
도서관에서 실컷 책을 보고
놀이터와 잔디밭에서 시간제한 없이 뛰어 논다.
주변 사람들은 어린이집을 보내라고 성화지만
나는 이렇게 자유롭게 노는 아이들을
보는 것이 좋다.
이렇게 소소한 일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하고
감탄할 수 있는 지금이 대단히 만족스럽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자유를 줄 수 있는
나의 자유에 정말 감사하다.
그 만족스럽고 감사한 마음으로
한 가지 다짐을 한다.
‘내일 아침에 가장 일찍 일어나
조용히 단호박 죽을 한 그릇 먹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다 뺏길지도 모르니까...’
부디 바다와 하늘이도
나와 같은 계획을 세웠지 않길 바란다.
우리의 진한 날이 오늘도 하루 지났다.
천천히, 실컷 즐기고 싶다.